구은경 여성이만드는일과미래 상임이사

구은경 여성이만드는일과미래 상임이사.
구은경 여성이만드는일과미래 상임이사.

인천투데이|지난 10월 24일, 아이슬란드에선 카트린 야콥스도티르도 총리를 비롯한 다수의 여성과 논바이너리(Non-binary, 이분법적인 성별 구분을 거부하는 사람)가 유급 노동과 무급 노동을 모두 중단하는 파업을 진행했다.

아이슬란드 외무부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오늘 아이슬란드는 1975년의 전일 파업을 다시 반복한다. 오늘 아이슬란드 90% 여성은 직장과 가사노동 모두 쉰다’고 밝혔다.

한국에서도 이와 유사한 2024년 3월 ‘여성파업’이 기획되고 있다고 한다. 현재 20개가 넘는 시민사회단체와 여러 개인들이 함께 하는 ‘2024년 3.8 여성파업 조직위원회’가 지난 6일 ‘2024 3.8 여성파업 첫발떼기 토론회’를 열었다.

조직위가 이야기하는 여성파업이 필요한 이유는 임금격차, 돌봄노동 저평가, 여성혐오 문화 등이다.

2022년 한국의 성별임금격차는 31.2%로, OECD 국가 중 가장 높다. 이는 ‘남성이 100만원 받을 때 여성이 68만 8000원을 받으며 일한다는 것’이다. 사실 한국은 OECD에 가입한 원년인 1996년부터 현재까지 무려 27년째 단 한번도 성별임금격차 1위를 놓친 적이 없다

거기에 현 정부 출범 이후 더 나빠지고 있는 노동환경은 여성노동자들에게 더 치명적인 상태라고 볼 수 있다. 정부의 여성 관련 정책과 예산이 줄면서 더욱 체감하고 있는 상황이다.

윤석열 정부 들어 여성 정책과 예산 줄어, 체감 커

첫 번째는 성차별과 성희롱 상담실 운영 예산 삭감이다.

2024년 정부예산안에서 여성폭력방지와 폭력피해자 지원 예산을 무료 120억원 삭감했고, 일터내 성차별, 성희롱 상담을 24년간 이어 온 민간 운영 고용평등상담실 예산을 전액 삭감했다.

2000년부터 시작되어 국내 지역 19개에서 운영되는 민간 상담창구를 고용노동부 지청 8개에서 담당자 1인을 채용해 직접 운영하겠다는 것이다.

정부는 “상담에서 권리구제까지 원스톱 지원을 위한 창구 단일화로, 피해 권리구제 실효성을 제고하겠다” “다수 피해 발생 등 문제 사업장에 대해서는 근로감독 부서와의 연계를 통해 근로감독을 실시함으로써 고용평등한 노동환경을 조성해 나가고자 한다”고 밝혔지만 여성노동상담창구의 기능이 대폭 축소되고 ‘고용평등’에 대한 성인지적 접근도 약화될 것이라는 우려가 지배적이다.

두번째는 지속적인 돌봄노동에 대한 저평가다.

2023년 서울시의회는 서울시사회서비스원이 제출한 총예산 168억원 중 100억원을 삭감했다. 서울시사회서비스원은 2019년 ‘좋은 돌봄 좋은 일자리’라는 슬로건 하에 예산 300억원의 공공형으로 설립됐다.

그리고 2019년 7월 성동종합재가센터 설립을 시작으로 현재 종합재가센터 12곳과 든든어린이집 6곳, 데이케어센터 2곳를 운영 중이다. 서울시사회서비스원은 장애인 활동지원 사업뿐 아니라 지역 내에서 장기요양서비스, 돌봄SOS센터와 연계한 긴급돌봄지원서비스, 발달장애인 청소년 방과후활동서비스 등 이용자 맞춤형 통합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하지만 오세훈 시장 취임 이후, 예산삭감과 더불어 노원종합재가센터를 폐업하면서 장애인활동지원사업은 성동종합재가센터에서만 운영하는데, 더 이상 신규 채용을 하지 말라고 요구하는 상황까지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여성노동 정책이나 성차별 해소 정책 사라져

윤석열 정부의 사실상 유일한 여성노동 정책인 성별근로공시제(기업의 채용, 승진, 퇴직 단계에서 성별 비율을 공개하는 것)를 제외하면 여성노동 정책이나 성차별 해소 정책은 사라지고 있는 꼴이다.

유자녀 가구에 대한 직접 지원을 골자로 하는 방안으로 저출산 대책을 발표했지만, 돌봄 책임에서 성평등에 대한 고민 또한 없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성평등 노동정책은 가족 단위가 아난 개인단위의 정책으로 설계돼야 한다.

돌봄을 여성의 책임이 아니라 노동자의 돌볼 권리로 관점을 전환해야 하는데, 이는 가족정책이 아니라 개인단위 정책이 설계되어야 가능한 일이 될 것이다.

여성파업 조직위원회에서 준비하고 있는 2024년 3.8 여성파업에서 요구하는 것은 5가지다.

“성별 임금격차 해소, 돌봄 공공성 강화, 일하는 모두의 노동권 보장, 임신중지에 건강보험 적용과 유산유도제 도입, 최저임금 인상”

이 중에서 무엇이 더 중요한지 내용에 따라서는 우선순위에 대한 이견이 있을 수 있으나 필자는 노동시장의 성평등 과제로 최저임금 인상이 먼저 진행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성별 임금격차 해소와 돌봄 저평가 문제는 최저임금 인상이 반드시 수반돼야 하는 부분이 있기 때문이다. 결국 최소한으로 이뤄져야 하는 것이 최저임금 인상이고 이것이 있어야 불평등과 양극화 극복, 성차별 완화에 대한 의미 있는 효과를 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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