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홍종호 교수, '기후위기와 한국경제' 강의
“세계적인 기후대응 흐름, 고민없는 한국정부”
"한국 재생에너지 비중 5%, 해상풍력 등 필요"

인천투데이=이재희 기자│“다른 국가 정부와 기업이 나서 대응할 정도로 세계적으로 기후위기 시계가 빨라지고 있는데, 한국 정부는 고민이 없다. 사용전력 재생에너지 100%전환 등 인프라 구축이 필요하다.”

홍종호 서울대학교 환경대학원 교수는 지난 13일 쉐라톤그랜드인천호텔에서 열린 제438회 새얼아침대화에서 ‘기후위기 시대 인류의 지속가능성과 한국 경제의 미래’를 주제로 강의하며 이 같이 밝혔다.

홍 교수는 국내 최고 권위의 기후경제학자로서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한 뒤 미시간 주립대학교와 코넬대학교에서 환경경제학과 재정학을 공부했다.

이후, 한국개발연구원KDI 부연구위원과 한양대학교 경제금융대학 교수를 거쳐 현재 서울대학교 환경대학원 교수로 재직 중이다.

홍종호 교수.(사진제공 새얼문화재단)
홍종호 교수.(사진제공 새얼문화재단)

ESG·CBAM 등 기후위기 대응에도 한국은 고민도 없어

홍 교수는 “기후위기는 대한민국이 그동안 한번도 경험해 보지 못한 위기가 되고 있다”며 “국가의 지속가능성은 물론이고 미래 세대가 살 세상에 결정적인 위협을 가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세계적으로 기후위기 압박이 세지고 있는데 한국 정부와 기업의 대응이 너무 늦다”며 “한국은 압도적으로 수출에 의존하는 나라이지만 기후위기와 탈탄소에 대한 고민이 없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EU가 탄소배출량에 무역 관세를 매기기로 한 탄소국경조정제도(CBAM Carbon Border Adjustment Mechanism) 도입이 확정돼 전환기간에 돌입했으며 오는 2025년 시행될 예정이다. 미국은 현재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에 따라 신재생 에너지 산업을 집중 육성하고 있다.

일본 대기업인 소니와 파나소닉은 일본 정부를 향해 재생에너지 확대 정책을 추진하지 않으면 일본을 떠나겠다고 할 정도로 기후위기 대응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홍 교수는 기후위기가 자본주의 질서를 바꾸고 있는 대전환 시대라며, 기위기를 환경이 아닌 경제의 관점에서 대응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홍 교수는 “ESG(친환경, 사회적책임, 투명한 지배구조), RE100(기업 소비 전력의 100%를 재생에너지로 조달하게 유도하는 민간 차원의 캠페인), 탄소국경조정제 등은 국제무역질서가 바뀌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또한 “과거처럼 환경을 강조하면 진보, 경제를 강조하면 보수로 바라봤던 시대는 지났다”며 “더 이상 이념과 정치색의 문제가 아니다. 이제 기후위기는 경제 문제로 접근해야 한다”고 전했다.

이어 “이런 흐름은 계속될 것이고 결국 기후위기는 한국에 큰 타격이 될 것이다”며 “CBAM 대상 품목에 철강이 포함돼 있는데, 현재처럼 준비돼 있지 않으면 EU 수출에 큰 타격이 불가피하다. 또한, 석유와 화학으로 품목이 늘어날 예정이며, 대비가 시급하다”고 덧붙였다.

"한국 재생에너지 비중 5%, 해상풍력 등 인프라 필요"

해상풍력 배후항만 자료사진.(사진제공 인천시)
해상풍력 배후항만 자료사진.(사진제공 인천시)

홍 교수는 재생에너지 비율을 크게 늘리는 것 등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홍 교수는 “세계적인 기업들은 이미 사용전력 100%를 재생에너지로 전환하겠다며 RE100 합류를 선언하고 있다”며 “하지만 한국의 재생에너지 비중은 5%도 못 미친다. 일본(22%), 중국(30%)과 비교해도 매우 적다”고 지적했다. 

이어 “재생에너지 비중 확대가 시급한데 '바람이 잘 불지 않는다', '땅이 좁다', '주민이 반대한다' 등을 이유로 재생에너지 비중 확대 사업 추진이 더디다”며 “재생에너지 생태계를 조성하지 않으면 경제 후퇴로 이어질 것이다"고 우려했다. 

또한 “인천을 비롯해 전남, 대구, 전북, 울산 등에서 해상풍력과 태양광 단지 설립 등 재생에너지 활성화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긍정적이긴 하다”고 한뒤 “하지만, 지자체가 흐름을 주도하는 상황에서 정부가 불필요한 규제를 없애고 재정적 지원을 해야 빠르게 변화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이제 정말 여유가 없다. 시간과의 싸움이다”며 “전력 100%를 재생에너지로 돌릴 수 있게 기업과 정부의 준비가 필요한 시점이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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