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법인 위공(송도·여의도) 박병언 대표변호사

갑자기 길게 여행할 일이 생겨 이동 중에, 그간 사람들의 입에 많이 오르내렸던 드라마 ‘미스터 션샤인’을 챙겨봤다. 지루하면 어쩌나 생각했으나 드라마를 보는 내내, 미소 짓다가, 울컥하다가, 마음으로 많이 울었다.

그러다, 여전히 싸우고 있는 니 생각이 나더라. 다들 이제 망했다는 그 당에서, 당직을 얼마 전 내려놓을 때 까지 또 하루를 다 바쳐 살았을 그 모습이. 왜 그렇게까지 살고 있을까. 그런 생각들을 드라마를 보다 다시 떠올렸다.

박병언 법무법인 위공(송도) 대표 변호사
박병언 법무법인 위공(송도) 대표 변호사

드라마에서 제일 많이 나온 대사가 ‘살아라’ 아니었을까. 죽지 말고 살라고. 선한 사람이 그렇게 중하다.

결국 이 세상이 이 모양인 것은 자본주의 때문 아니냐고, 결연히 마음먹고 나선 선한 마음이 귀하다. 나도 누구 손에 이끌려서 2014년 입당할 때, 그 당에서 뭘 해보겠다는 마음은 전혀 없었다. 그저 그 당에 많이 남아 있던 그 귀한 마음들을 보호하는데 손 하나 보태 볼까 하는 그런 생각이었다.

그러니 지금의 당이 정치적으로 망가졌어도, 그 귀한 마음은 다치지 말자. 어차피 당이란 건 그런 마음을 지키기 위한 도구 아니었던가. 생각해 보면, 선한 사람이 저절로 자라나는 것은 잘 보지 못했다. 선한 사람은, 선한 마음을 받아서 생기더라. 그러니 당신의 선한 마음이 전달될 수 있게 지치지 말고 죽지 말았으면 한다.

드라마에서 제일 긴장했던 장면은 고애신이 최유진을 죽이라는 명을 받았을 때였다. 고애신은 상황이 끝난 다음, 자신의 조직 윗선에게 자신에게 이런 일을 시킨 일에 대해 항의한다.

나는 고개를 묻고 무릎을 쳤다. 나는 왜 나의 윗선에게 저 질문을 하지 못했을까. 아니, 그보다도 틀린 지침을 간별 해 낼 지혜가 부족했던 어리석인 내 모습이 겹쳐 보였다. 나는 틀린 지침을 신나게 집행하는 어리석은 후배였다. 질문을 허용하지 않는 그 문화 속에, 나는 고애신 같은 당당함을 스멀스멀 잃어갔던 것 같다.

그래서 요즘은, 예전처럼 누군가에게 호통치는 게 쉽지 않다. 다시 누군가를 호통칠 수 있는 사람들이 귀하다. 정의당이 앞으로 어떻게 재편되고 기획되든, 우리를 호통칠 수 있는 집단으로 우뚝 서기를 기대한다.

드라마는 드라마인지라, 고애신은 총 한방 쏘고도 멋지게 그 다음날을 살아간다. 하지만 안중근 의사가 사형 전 남긴 글을 보면 일제에게 총 한방 쏘고 나서는 배고파 죽고 싶은 날을 몇 달이고 걸어야 했던 현실이 있었다.

지금 대한민국은 세계에서 10위 안팎으로 돈이 많은 나라이고, 과거의 침략군처럼 선명한 적은 잘 보이지 않는다. 어쩌면 마음이 선한 이들에게, 마음으로 용서할 수 없는 자들과 협상하고 타협해야 하는 정치라는 영역은 쉬 맞지 않는 옷인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그걸 전문적으로 잘 해주었으면 좋겠다. 풍족한 시대라는 게 결국 돈이 누군가에게 몰려있는 시대이고, 그게 그렇게 자연스러운 상태가 아니라는 것을 우리는 경험으로 아는 나이이다.

돈 말고 그 선의가 귀하게 평가받는 사회를 어떻게 이룰 것인가? 그런 귀한 사람들이 모여 있던 정의당이 이렇게 하릴 없이 추락하는 것을 보면서, 마음이 편할 수 없는 이유이다.

올해 3월 1일에 국내의 어느 집에 일장기가 걸렸더라. ‘통일’이라는 얘기는 젊은이들의 대화꺼리에 당최 오를 수도 없는 얘기이며, 이제는 헤어진 동포와 다시 만난다는 감격보다 제1세계에 편입된 세련된 수도권 인의 도저히 상종할 수 없는 제3세계의 가난한 어떤 다른 인종으로, 우리의 동포를 생각하는 시대다. 그런 시대와는 좀, 불화하고 싶다. 그러니 동포와 하나의 나라를 이뤄야 한다는 마음으로 전국을 돌았던 그 마음을 귀하게 또 전해주기를 바란다.

정의당은 정치적으로 실패했지만, 나는 그 당을 성공시키려 했던 많은 이들을 여전히 좋아한다. 좀 달라진 모습으로 계속 나아가기를 바란다. 나는 이제 당신과 방법은 좀 달리하려 하지만, 선한 마음을 지키려는 것에는 P당신과 다를 바가 없을 것이다.

저작권자 © 인천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