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영화인 ‘수다파티’ … 50여명 모여 의견 나눠

▲ 지난 9일 영화공간주안에서 ‘인천 영화인 수다파티’가 열렸다. 50여명이 참석해 영화작업 현장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제가 만든 단편영화를 포털사이트에 올리고 싶은데, 배급사가 없으면 못 올리나요?”
“아니에요. 개인이 만든 영화라도 등록하는 방법이 있어요”
“영화 속 장면은 어떻게 연출하신 거예요?”
“재개발 지역 관리하는 분을 알고 있어서 장소 사용 부탁을 드렸어요”

지난 9일 ‘영화공간 주안’ 컬쳐팩토리에서 ‘인천 영화인 수다파티’(이하 영화인파티)가 열렸다. 인천에서 영화작업을 하는 이들 50여명이 모였다. 이들이 ‘인천’과 ‘영화’라는 주제로 한 자리에 모인 건 이번이 처음이다. 대부분 개인이나 적은 수의 사람들과 작업을 하는 것이 보통이기 때문이다.

영화인파티는 지난 7일부터 9일까지 영화공간주안에서 열린 ‘작은영화제 인필름(In-Film)’ 준비모임에서 시작했다. 전철원 미디어활동가는 “그동안 함께 이야기할 사람이 늘 부족했다. 영화작업을 하는 이들이 모여 서로 필요한 것을 나누고 해결하는 방법을 모색하고 싶어 이 자리를 마련했다”고 말했다.

영화 만들어도 상영할 기회 적어

이들은 다섯 모둠으로 나눠 각자 영화작업을 하며 느낀 점을 자유롭게 이야기했다. 서로 궁금한 것을 묻고 정보를 나누는 것은 물론, 영화작업의 고충과 현 제작 지원정책의 한계도 가감 없이 주고받았다. 우선, 작품을 상영할 수 있는 기회가 적다는 점이 문제점으로 꼽혔다.

인하대학교에 다니는 정재수 연출가는 “인천에 있는 대학에서 해마다 많은 작품이 나온다. 그런데 학교에서 한 번 상영하고 나면 더 이상 틀 곳이 없어 대부분 묻혀버린다. 인천에서 만들어진 작품을 극장에서 상영할 수 있는 기회가 마련되면 좋겠다”고 했다.

김혁 연출가는 “독립영화를 만들고 있다. 다른 분들에 비해 각종 영화제에 작품을 상영한 경험이 적다. 이번 작은영화제 인필름에서 내 작품을 관객에게 보여줄 수 있어 좋았다. 이런 영화제가 계속 이어지고 활성화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대학에서 연출을 전공하고 있는 정승오 연출가는 “자신의 작품을 극장에서 상영하고 싶은 게 모든 감독의 마음일 것”이라며 “인천에는 여성영화제와 인권영화제가 있지만, 여성이나 인권을 내용으로 다룬 작품이 아니면 출품할 수가 없다. 다양한 주제의 영화를 상영할 수 있는 영화제가 만들어졌으면 좋겠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장비 빌리는 데 하루, 반납하는 데 하루, 서울은 너무 멀어

영화 제작 환경이 열악하다는 의견이 많았다. 정재수 연출가는 “촬영을 하다보면 필요한 장비가 많다. 주로 서울에서 빌려와야하는데, 거리가 멀어 하루 사용하고 당일 반납하기가 어렵다. 기간이 늘어나면 그만큼 사용료를 더 지불해야해 부담이 크다”며 “인천에서도 장비를 쉽게 빌릴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했다.

장재구 연출가도 “장비를 빌리는 것뿐만 아니라 보정 작업을 전부 서울에서 해야 한다. 이런 기반시설이 인천에도 구축되면 좋겠다”고 말했다.

한현신 연출가는 “주안영상미디어센터에서 장비 대여 사업을 하고 있지만, 대부분 오래된 것들이다. 조명 하나도 큰 자동차 아니면 실을 수 없을 정도로 크기가 커 대여가 불가능하기도 하다”며 “노후화된 장비를 교체해야한다”고 했다.

또 다른 이는 “인천에서 제작 지원금을 받아 작업을 할 때, 장비를 타 지역에서 빌리는 경우가 많은데, 인천시민이 낸 세금이 다른 곳으로 가는 것이다. 그러니 인천영상위원회에서 장비를 마련해 그 돈이 인천에서 사용된다면 좋겠다”는 의견을 전했다.

상영료로 먹고 살 날이 왔으면

이들은 생계에 대한 고민도 깊었다. 이정주 연출가는 “작품에 몰입하다보면 다른 직업을 갖기가 쉽지 않다. 또 직장생활을 하다보면 작품에 몰입하기가 힘들다. 이 두 가지가 자꾸 부딪힌다”며 생계에 대한 고충을 털어놨다. 김종민 연출가도 “영화인들은 백수생활이 길다. 밥값이라도 있어야 영화를 찍을 수 있다. 물론 단기 아르바이트를 할 수 있지만 가장 이상적인 건 작품을 극장에서 상영해 저작권료를 받는 것이 아닐까?”라며 상영료로 생계가 가능한 날이 왔으면 좋겠다는 소망을 말했다.

이들의 의견은 영화인들이 모여 소통하는 구조가 필요하다는 데 모였다. 영화 제작에 필요한 장비와 인력, 각종 정보와 의견을 공유하는 것을 넘어 그들의 요구를 한 데 모아야한다는 것이다.

전철원 미디어활동가는 “우리에게 무엇이 필요한지 확인할 수 있는 자리였다. 이것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단순한 친목모임이 아니라 목적을 가진 단체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인천에도 영상위원회와 미디어센터, 영화공간주안 등 여러 기관이 있다. 만일 연출가들을 대표할 수 있는 무언가가 있다면, 이런 기관에 우리의 요구를 전달할 수 있고 서로 긴밀히 소통할 수 있지 않을까?”라는 의견을 제시했다.

인천 독립영화인의 역사에 중요한 하루가 될 것

한편, 이날 자리에는 권칠인 인천영상위원회 운영위원장을 비롯한 직원들과 김정욱 영화공간주안 관장, 노윤아 주안영상미디어센터 직원도 참석했다.

토론을 지켜본 권칠인 운영위원장은 “이런 자리가 생기길 오랫동안 바라왔다. 이 자리가 여러분들의 힘을 키워가는 계기가 되길 진심으로 바란다”고 했다. 강석필 인천영상위원회 사무국장은 “이렇게 많은 분들이 모인 것에 놀랐다. 여러분의 의견을 주의 깊게 들었다. 영상위원회는 지역 영화인과 함께 어떻게 하면 새로운 (영상산업과 문화) 생태계를 만들 수 있을지 고민하겠다. 오늘이 인천 독립영화인의 역사에 중요한 하루가 될 거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정욱 관장은 “독립영화를 제작해도 상영 기회조차 갖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다. (이런 영화를 상영하는 것이) 영화공간주안의 역할이기도 하다. 최선을 다해 지원하겠다. 지금 전국에 예술영화관이 다 문을 닫고 있지만 우리는 버티고 있다. 여러분도 우리 영화관에 많이 찾아주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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