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령 소비자에 샘플과 함께 수십만원 상당 본품 보내
본품 개봉시 결제 요구···소비자원 “주소 말하지 말 것”
업체 관계자 “다른 업체도 한다. 법적인 문제는 없다”

인천투데이=심형식 기자│인천 서구 소재 A 화장품 업체가 화장품 샘플(견본)을 배송하며, 최대 80만원 상당 화장품 본품을 같이 배송한 뒤, 소비자에게 구매를 강요하는 사례가 발생하고 있어 소비자의 주의가 요구된다. 

28일 <인천투데이> 취재를 종합하면, A업체는 40~70대 여성들을 상대로 약 5년간 전화방문판매 방식을 이어 왔는데, 고령 소비자를 중심으로 업체 안내를 인지하지 못해 울며 겨자먹기로 강제 구매 하는 상황이 잇달아 발생하고 있다.

B업체의 화장품 본품 사진
B업체의 화장품 본품 사진

경기도 안산시 단원구에 거주하는 70대 B씨는 지난 9월께 화장품 샘플과 본품이 담긴 택배를 받았다. 

B씨는 출처가 불분명하고, 주문한 적 없는 택배로 판단해 개봉하지 않고 집에 보관했다. 며칠 뒤 A업체는 B씨에게 전화해 '샘플 사용 후기를 모으고 있다'고 연락했다. 

A업체의 연락을 받은 B씨는 샘플을 사용한 뒤 '부드럽고 좋았다'는 평을 남겼다. 이후 A업체는 B씨에게 39만8000원이 청구된 영수증을 보냈다. 

B씨는 본품을 구매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밝혔으나 A업체는 “박스를 뜯었으면 제품을 사용한 것으로, 반품할 수 없다”고 말했다. B씨는 "(A업체가) 카드 번호를 대라고 큰 소리를 쳐 덜컥 겁이 났다“며 당시 상황을 전했다.

A씨와 B업체의 메세지 내용
A업체 담당자가 B씨에게 발송한 메시지. 

대전 대덕구에 사는 60대 C씨도 비슷한 일을 겪었다. C씨는 지난 10월께 B업체로부터 '쇼핑몰을 이용해줘 감사하다'는 말과 함께 화장품 샘플 선물을 발송하기 위한 주소를 요청받았고, 며칠 뒤 본품과 샘플이 담긴 택배가 도착했다.

B업체의 안내문 상단
B업체의 안내문 상단

C씨는 A업체에 전화해 '본품은 쓰지 않겠다'고 밝혔지만, B업체 담당자는 화장품 사용을 권유했다. 

결국 C씨는 자녀에게 도움을 요청했고, 자녀가 A업체에 전화해 상황을 따지자 A업체는 안내문을 본품과 함께 발송한다고 설명했다. A업체는 '왜 이제와 구매하지 않겠다는 것이냐'며 도리어 화를 냈다. 

B업체의 안내문 상단
A업체의 안내문 하단

B씨와 C씨는 제품을 반품하는 일이 어려웠다고 하소연했다. 포털사이트에 기재한 A업체의 대표번호는 없는 번호였고, 제품과 동봉한 안내서에 명시한 고객센터 번호로 전화하면 '모든 상담사가 통화중이니 다시 연락바란다'는 안내만 반복됐다. 

A업체 관계자는 법적으로 문제 될 것이 없다는 반응이다. 관계자는 “일부 홈쇼핑업체로부터 고객 정보를 받아 전화를 하고 있다”며 “사전에 안내를 해서 문제될 것은 없다”고 주장했다.

샘플 체험 후 구매의사를 밝힌 사람에게 본품을 보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엔  "그런 방식으로 할 수 없다”며 “다른 건강식품 업체나 홈쇼핑, 화장품 업체에서도 다 이런 식으로 사업하고 있다”고 답했다.

이어 “모르고 본품을 개봉하기도 하는데 이 경우 거의 다 반품을 받아주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국소비자원 관계자는 "이러한 피해를 막기 위해서는 무료 이벤트 상술이나 판매자의 구입 강요에 현혹되지 않아야 한다"며 "사전에 계약 내용을 꼼꼼히 확인하고 계약서를 받아내야 한다"고 전했다.

저작권자 © 인천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