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수연 인하대 프런티어학부대학 교수

류수연 인하대 프런티어학부대학 교수
류수연 인하대 프런티어학부대학 교수

인천투데이|케이팝(K-pop)이 전 세계 트렌드의 중심이 됐다는 것은 이미 명실상부한 사실이다. 특히 아이돌 산업에 있어서는 더욱 그러하다. 한국의 시스템이 그 자체로 국제적인 표준처럼 인식되고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그만큼 그 명암도 점차 뚜렷해지고 있다는 점이다. 그 중에서도 K-pop의 마케팅 전략은 기후 위기에 대처하는 시대적 요구를 역행하고 있다는 점에서 좀 더 주의를 요한다.

일단 K-pop 아이돌의 음반판매 방식을 살펴보자. 신인 아이돌을 제외하면 일반적으로 컴백한 아이돌의 방송활동 기간은 2주 남짓이다. 이 기간 안에 팬덤의 열기가 집중되는 것이다. 따라서 보통 음반시장에서 아티스트의 인기는 초동판매로 가늠된다.

굳이 BTS를 꼽지 않더라도 인기 있는 아이돌의 국내 음반판매량은 백만장을 훌쩍 넘는다. 여기에 해외판매까지 고려하면 엄청난 팬덤이 자리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K-pop의 괄목할 만한 성장은 이러한 수치만으로도 분명해진다. 하지만 거기엔 또 다른 비밀이 숨겨져 있다. 핸드폰 어플리케이션을 이용해서 음원으로 음악을 듣는 시대에 음반은 구시대의 산물이 된 지 오래다.

그럼에도 의외로 음반판매량은 더 늘어나고 있다. 이 모순은 어디에서 기인하는 것인가. 사람들은 정말 앨범을 듣기 위해 사는 것일까.

오늘날 앨범은 더 이상 음반으로서 팔리지 않는다. 많은 팬들이 기꺼이 앨범을 구매하는 이유는 거기에 매력적인 부록이 딸려오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것이 바로 포토카드와 각종 굿즈이다. 문제는 이 모든 것들이 랜덤으로 나온다는 점이다.

자신이 원하는 아이돌의 포토카드나 굿즈를 모으기 위해서는 하나의 앨범을 사는 것으로는 부족하다. 본품인 앨범이 아닌 딸려 오는 부록을 위해서 필요하지도 않은 앨범을 여러 개 구매하는 일이 반복된다. 그리고 그것은 그대로 앨범판매량에 반영된다.

어찌 보면 이것이 현재 K-pop 앨범판매 마케팅의 핵심이다. 한국문화의 확장을 이끌고 있는 K-pop이 이러한 불필요한 소비에 의존하고 있다는 것은 매우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무엇보다 팬덤의 연령이 주로 10~20대라는 점에서, 이것은 청년세대에 대한 일종의 경제적 착취가 된다. 그뿐이랴. 이미 온라인에는 포토카드나 굿즈를 사고 파는 사설판매의 장이 성황을 이루고 있다.

또한 기형적으로 확장된 음반시장의 구조는 음악의 가치를 왜곡할 뿐만 아니라 실력 있는 가수들에게 커다란 진입장벽이 되고 만다.

더 큰 문제는 따로 있다. 현재 K-pop 마케팅은 무엇보다 환경에 있어서 치명적이라는 점이다. 부록은 모은다지만 필요보다 많이 사들인 음반은 오히려 골칫덩이가 되고 만다.

그야말로 주객전도도 이만한 게 없다. 팬들이 사서 버리는 음반이 그대로 쓰레기가 되고 만다는 것은 K-pop의 성장에 가려진 또 다른 그늘이다.

K-pop이 동시대를 이끄는 문화적 주류가 되었다는 것은 자랑스러운 일이다. 그러나 이 자부심에 취해서 그 그늘을 망각하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다.

주류 엔터테인먼트사의 마케팅 전략에 변화를 요구하는 일, 그것이야말로 K-pop의 자부심을 지키는 팬들이 추구해야 할 과제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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