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금석 인천평화복지연대 평화통일위원장

윤석열 정부가 출범한 지 '이제' 1년 반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그러나 많은 이들이 '아직도' 남은 3년 반의 시간을 걱정하며 긴 탄식을 토해내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윤석열 정부의 국정운영에 대한 60% 내외의 부정적 여론조사 결과로 나타나고 있다.

장금석‘사회연구소 가능한 미래’연구위원
장금석‘사회연구소 가능한 미래’연구위원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대선에서 0.73%포인트라는 역대 대선 중 가장 적은 표 차이로 당선됐다. 경쟁자였던 민주당 이재명 후보와의 격차는 24만7000표에 불과했다. 그렇기에 많은 국민들은 야당과 대화와 협치를 당연한 것으로 생각했다.

그러나 이러한 기대는 철저하게 외면당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대화와 협치는커녕 야당을 적대시하고 자신에 대한 비판은 모두 전임 문재인의 책임으로 돌리는 지독한 자기 위주 편향을 보여주었다.

조선시대의 왕(王)조차도 국가적 위기에 봉착하면 자신의 '부덕의 소치'라며 몸을 낮춰 원인을 찾고 해결책을 모색하는 것을 당연시 여겼다.

그러나 윤석열 정부는 모든 것을 남의 탓으로 돌렸다. 이는 대표적으로 자존감이 낮거나 자신이 직접적으로 관여해 행동한 사람에게서 나타나는 편향이다. 책임의 원인을 남 탓으로 돌리기 위한 윤석열의 화법은 유체이탈을 일삼는다.

이는 최근 이념을 강조하는 모습에서도 쉽게 확인할 수 있다. "오로지 국민만, 오로지 민생만 생각하자"던 대통령은 어느 순간 "제일 중요한 게 이념"이라며 같은 입으로 두말하기를 서슴지 않는다. 또 "국민이 늘 무조건 옳다"면서도 자신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엔 귀를 닫고 국정운영 방향엔 아무런 변화가 없다.

윤석열 대통령 취임 후 대한민국은 민생위기와 경제위기 그리고 안보위기와 외교위기, 평화위기까지 그야말로 총체적 위기를 맞고 있다.

치솟는 물가와 고금리, 피크 코리아로 불리는 경제성장률의 하락, IMF도 걱정하는 기업과 가계부채, 굴욕적이라고 평가되는 한일관계 그리고 군사적 충돌을 우려해야 할 정도로 악화된 한중, 한러 관계 등 이루 헤아릴 수 없다.

그중에서도 남북관계는 아예 실종되었고 전쟁을 우려해야만 하는 상황으로 내몰렸다. 이명박 정부 시절 실패한 ‘비핵개방 3000’의 주역들이 윤석열 정부의 등장과 함께 대통령실로 대거 복귀했다.

이들이 또다시 ‘선 비핵화’를 조건으로 내건 담대한 구상을 꺼내 들었지만 북한은 이를 허황한 꿈으로 치부해 버렸다. 남북관계가 단절된 사이 한반도 비핵화는 더욱 어려운 해법을 필요한 함수가 되어버렸다.

설상가상으로 김정은 타도와 북한 체제 전복을 외치던 뉴라이트 출신의 극우 인사가 통일부의 수장이 되면서 통일 및 대북정책을 수립해야 할 통일부는 제2의 국방부인 양 대북 압박에 더욱 열을 올리고 있다.

이념을 강조하는 윤석열 대통령의 모습에서 심각한 콤플렉스를 엿볼 수 있다. 국민의 압도적 지지를 받으며 출범한 문재인 정부와 달리 가장 적은 표 차이로 가까스로 대통령에 당선된 것이 그 원인인 듯싶다. 또 국민의 힘은 물론 보수세력 내에서도 확고한 지지세력이 없는 조건에서 자신의 지지율 부진을 만회하기 위해 이념문제를 활용하고 있다는 인상도 강하다.

그러나 문제는 이념공세가 과거와 같은 파괴력을 발휘할 수 없다는 것이다. 과거 KAL기 사건이나 판문점 총격 요청 사건과 같이 국민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안보를 최고의 이슈로 부상시키기엔 변화된 현실과 국민의 정서가 과거와 같지 않다.

아마도 이념문제를 지속적으로 강조하고자 한다면 공산당 입당 경력을 빌미 삼은 육사 내 홍범도 장군 흉상 이전 문제와 같은 악수(惡手)가 앞으로도 지속될 것이다.

사실 윤석열 대통령의 이념 강조는 비단 새롭지 않다. 윤 대통령은 취임과 더불어 그동안 주문을 외듯 '자유'를 수없이 반복해 왔기 때문이다. 취임사에서는 무려 35번을 사용했으며 유엔 연설에서도 21번 사용했다.

그렇다면 윤 대통령은 왜 이처럼 자유라는 단어에 집착하게 되었던 것일까? 아마도 자유의 의미를 독재와 대비시키고 공산전체주의보다 우월한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강조하려는 의도가 반영된 결과일 것이다.

자연스럽게 자신은 공산전체주의에 맞서 자유를 수호하는 자로 비추어지길 바랐을 것이다. 그런데 의아하게도 대한민국 헌법에 자유민주주의라는 말은 단 한 번도 등장하지 않는다. 다만 헌법 4조에 “대한민국은 통일을 지향하며,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입각한 평화적 통일정책을 수립하고 이를 추진한다”고 돼 있을 뿐이다.

설령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자유민주주의’로 해석한다고 하더라도 자유민주주의의 대척점에 공산전체주의를 놓는 것은 결코 옳지 않다. 자유민주주의란 다원적이고 이질성을 추구하는 자유와 동질성을 추구하는 민주가 서로 갈등하면서 조화를 이루는 개념이기 때문이다.

이념은 체제를 낳았고 대결은 분단으로 현실화 됐다. 지나간 역사로부터 교훈을 얻지 못한다면 잘못된 역사는 반복된다.

조국의 평화적 통일은 구호가 아닌 대통령이 취임 선서에서 온 국민과 한 약속이자 대한민국 헌법 제69조가 담고 있는 내용이다. 그럼에도 대통령은 대북 선제공격을 운운하고 국방백서에는 북한을 주적으로 명시했다. 이것이 평화가 위기에 직면한 대한민국의 현주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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