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은 인천청년광장 대표

이정은 인천청년광장 대표
이정은 인천청년광장 대표

인천투데이|2021년 7월, ‘공공기관 1회용품 등 사용 줄이기 실천 지침’이 국무총리 훈령으로 법제화됐다. 이에 따라 공공기관은 자원 절약과 환경오염 문제 개선을 위해 녹색제품 구매, 에너지 절약, 일회용품 줄이기 등 다양한 지침과 규정을 이행해야 한다.

올해 6월, 충청남도는 도청 내 일회용품 사용을 전면 금지했고, 도청 로비에 위치한 카페나 매점에서도 다회용 컵이나 개인 컵을 이용해야 하며, 사무실과 각종 행사에서도 다회용품 사용이 의무화됐다.

충청남도의 관계자는 “도과 도의회, 직속기관 등을 시작으로 충남 도내 시·군청 15개에 적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 외에도 많은 공공기관이 일회용컵 반입금지, 개인 컵 사용 권고, 실천 지침 준수 여부 점검 등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일회용품 사용을 줄이기 위한 여러 실천들을 하고 있다.

2022년 11월에는 공공기관뿐만 아니라 외식업 매장에서 일회용 종이컵과 플라스틱 빨대 사용이 금지되는 등 우리가 편의를 위해 사용하던 일회용품 사용에 제동이 걸렸다. 가정에서는 쓰레기를 버릴 때는 분리배출을 위해 페트병의 비닐을 떼고, 플라스틱병의 재질이 무엇인지 확인하며 버려야 하는 지역의 시스템도 제법 자리를 잡았다.

석유화학 합성품으로 만들어진 플라스틱이 썩지 않고 지구에 계속 쌓이며 환경을 오염시킨다는 전국민적인 공감대와 경각심이 이런 변화를 만들어내 반가웠고, 앞으로도 이런 변화는 계속될 거라는 기대도 생겼다.

그런데 이런 반가움과 기대는 오래가지 않았다. 느지막이 대학의 마지막 학기를 다니게 된 나는 오랜만에 방문한 학교에서 의아한 광경을 보게 됐다. 이제는 어딜 가나 있는 그 흔한 분리수거 쓰레기통은 없고, 비닐, 플라스틱, 종이, 캔 등을 모으는 커다란 쓰레기통이 층마다 있을 뿐이었다.

그렇게 모인 쓰레기들은 버리는 사람이 분리배출을 했든, 안 했든 상관없이, 모두 학교의 쓰레기 집하장에 모여져 종이를 제외하고는 다 같이 섞여 일반쓰레기로 분류돼 태워지거나 묻어진다고 했다.

학내의 카페들은 여전히 일회용 플라스틱 컵을 쓰고 있었고, 스타벅스나 이디야 등 일반 체인점들이 하는 텀블러 할인을 하는 카페는 전체 8곳 중 대학 생협이 운영하는 두 군데만 하고 있었으며, 이 또한 학생들의 요구로 하게 되었다는 것을 알았다.

의문이 들었다. 내가 다니는 대학은 국립대인데, 학교는 공공기관이 아니란 말인가. 올해부터 초등학교, 중학교에서는 환경교육이 필수가 되었을만큼 온 나라가 강조하는 ‘환경보호’인데, 국가의 고등교육을 책임지는 국립대는 분리수거조차 제대로 하지 않아도 되는 건가.

대학은 학생들을 비롯한 구성원들에게 ‘전력을 낭비하지 맙시다, 엘리베이터보다는 계단을 이용합시다, 분리배출을 잘 합시다‘ 등을 요구한다.

물론 개개인의 이런 실천들이 중요하고, 대학은 구성원들의 인식전환을 위한 홍보를 하는 것이 필요하지만, 정작 대학은 무엇을 하고 있는지 모른다는 것이 문제다.

기후위기의 시대, 대학은 전 세계의 위협이자 국가의 위협인 기후위기 시대의 기후시민을 양성하고, 더 나아가 기후와 환경의 전문성을 가진 인재를 양성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대학의 운영과 시스템부터 바뀌어야 한다.

대학 내의 유휴부지나 옥상에 태양광을 설치하여 에너지 절감을 실현하고, 대학의 분리배출과 수거 시스템을 만들고, 선택적인 교양 수업이 아닌 모든 학생이 졸업 전 반드시 들어야 하는 필수교양으로 환경교육이 진행돼야 한다.

대학은 그 누구보다 기후위기의 가장 큰 위협을 받을 세대, 일자리, 주거, 교통 등 앞으로 살아갈 모든 날들에 기후위기를 떼어놓고는 설명될 수 없는 세대인 우리 청년들이 기후시민이 될 수 있도록, 그래서 우리가 직면한 위험에 대비할 수 있는 정보를 제공하고 교육할 의무가 있다. 대학이 공공기관으로서, 그리고 교육기관으로서의 책무를 다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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