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영미 정의당 인천시당위원장

문영미 정의당 인천시당위원장.
문영미 정의당 인천시당위원장.

인천투데이|최근 경기도 수원에서 터져 나온 전세사기사건은 공인중개업과 부동산 법인을 소유한 일가족이 2030 청년들을 상대로 범행했다는 점에서 인천의 이른바 ‘건축왕’ 사건과 유사하다.

경찰조사 결과, 수원에서 전세사기를 저지른 정씨 부부는 부동산 임대업 관련 법인 등 모두 법인 18개를 세워 대규모로 임대사업을 벌였고, 아들 정씨는 공인중개사 사무실을 운영하며 해당 임대차 계약을 중개한 의혹을 받고 있다고 한다.

경기남부경찰청가 조사 중인 내용을 보면 지난달 5일부터 이달 18일 정오까지 이 사건 관련 207명의 고소장이 접수됐고 고소장에 명시된 피해액은 310여억원 상당이라고 한다.

이달 17일 정오까지만 해도 고소인 148명, 피해액 210여억원 상당이었던 것에 비해 피해 규모가 하루 사이 크게 늘었다. 아직 자신이 피해를 입었는지 모르는 사람들까지 하면 가히 ‘2차 전세사기 대란’이라 불릴 만큼 피해 규모가 늘어날 전망이다.

전세사기 특별법 제정됐지만, 달리진 것 없어

전세사기 특별법은 전세사기 피해자들의 안타까운 죽음이 연이어 일어나고 피해자들이 대책위를 만들어 목소리를 낸 다음에야 겨우 정부와 국회가 제정했다. 그러나 전세사기 특별법이 시행된 지 벌써 4개월이 지났지만 달라진 것은 아무것도 없다.

전세사기 특별법이 제정된 지난 5월부터 현재까지 전세사기 구제 대환대출의 혜택을 본 피해자는 전체의 1.3%,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지원대책을 단 한 가지라도 이용한 피해자는 17.5%에 불과하다.

더 나아가 특별법으로 피해 인정을 받은 사례는 42.8%로 절반도 채 되지 않는다. 또 경매 시 임차인의 28.8%만이 피해자로 인정받아 최우선 변제 대상이 됐을 뿐이고, 그나마도 빚 갚을 기간을 20년으로 늘린 것뿐이다.

현 전세사기 특별법에는 전세사기 피해자들이 요구했던 보증금의 ‘선 구제 후 회수’는 담겨지지 않았고 피해자임을 증명해야하는 괴로움은 여전히 피해자들의 몫이다.

이런 상황에서 전세사기 피해자 구제를 말하지만 ‘세대주 포함 전원이 무주택이어야 한다’ ‘피해 주택의 임차보증금이 5억 밑이어야 한다’라는 정부의 무책임한 태도는 여전히 피해자들을 두 번 울리는 상황이다.

전세사기 피해자들의 피를 토하는 심정

지난 주말, ‘선 구제 후 회수’ 보완입법을 요구하는 전국 전세사기 피해자들의 집회가 열렸다. 너무나 다양한 곳에서 다양한 형태의 전세사기, 깡통전세 유형의 피해자들이 피를 토하는 심정으로 자신이 당한 피해사례를 얘기했다.

60대의 전세사기 피해자는 전세금이 높아 피해자로 인정받지 못한 것도 억울한데 임대인이 사망하면서 상속인 문제해결로 시간이 가는 동안 대출금도 갚아야하는 처지를 얘기했다. 너무 힘들어 버틸 힘조차 남아있지 않다며 제발 버틸 힘이 있을 때 반쪽짜리 특별법이 아니라 제대로 된 특별법으로 개정해달라고 호소했다.

또 다른 피해자는 계약한 집에 단 하루도 살지 못하고 2년 동안 대출금을 갚아야했다. “나는 계약 말고 무슨 잘못을 했나”라며 자신은 그래도 부모와 형제들 덕분에 다시 월세 집을 구했지만 어떤 해결책도 찾을 수 없어 지옥 같은 시간을 벗어날 수 없다고 했다.

또 다른 피해자는 부모, 형제도 없이 미래를 설계하느라 열심히 살아왔는데 전세사기뿐 아니라 스토킹 피해까지 당해 지금은 금전, 건강, 삶에 대한 의지까지 완전히 잃었다고 호소했다.

“4년간 극단적 선택 시도를 2번이나 했다. 사람들은 ‘당한 사람이 몰라서 당한 것 아니냐’라며 쉽게 얘기하지만 돌아보면 주위엔 전세사기 피해자들이 너무 많다. 지금은 전세사기문제 해결에 희망을 접은 상태다. 피해구제에 나 몰라라 하는 국가에서 더 이상 살고 싶지 않다.”

국민을 지키고 사람을 먼저 살리는 것이 정치

너무나 기막히고 아픈 사연의 피해자들에게 ‘당신 잘못이 아닙니다’라는 말이 과연 이들에게 위로가 될 수 있을까.

수원 등 수도권 전세사기 피해자를 위해 열린 설명회는 전문성과 실질적인 대책 부족으로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온 피해자들에게 도움이 되지 못했다는 기사를 봤다. 지자체들도 그렇고 정부의 대책도 여전히 더디고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얘기다.

21대 마지막 국정감사가 진행되고 있지만 전세사기 피해자 뿐 아니라 국민들은 기대보다 걱정과 한숨이 깊어간다. ‘빚내서 집사라’는 주거정책의 실패를 인정 못하는 정부와 여당이 전세사기 피해자들을 또다시 거리와 재난의 한복판으로 내몰고 있다.

전세사기특별법을 전면 재개정하라고, 민생을 살릴 국회를 기대하고 가장 소외되고 아픈 사람들을 살릴 가장 빠른 길이 정치라고 큰 소리로 외치고 싶은 요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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