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수연 인하대 프런티어학부대학 교수

류수연 인하대 프런티어학부대학 교수
류수연 인하대 프런티어학부대학 교수

인천투데이|인천은 바다를 낀 도시이고, 한때 바다였던 땅을 품은 곳이다. 그러므로 인천의 정체성 가운데 으뜸으로 꼽아야 할 것이 바다라는 것은, 그 누구도 부정하기 어려우리라.

우스갯소리로 인천에선 함부로 타임워프하면 안 된다는 말도 있다. 시간여행 끝에 도달한 곳이 망망대해일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미 내륙이 된 바다, 그곳에 아직 바다의 숨결이 남겨진 장소가 있다. 바로 학익용현갯골이다. 이곳의 행정상 명칭은 학익유수지이나 오랫동안 지역 사람들은 ‘용현갯골’이라고 불렀다.

널리 알려진 대로 유수지란 개방된 육지 공간에 내린 빗물이 홍수로 넘치지 않도록 모아들이는 방재 시설이다. 현재 학익용현갯골만이 미추홀구에 남겨진 유일한 갯벌의 흔적이라는 점에서도 그 의의가 크다.

규모는 작지만 이곳은 인천을 대표하는 철새 도래지로 이름이 높다. 특히 세계에 6000여마리밖에 남지 않은 멸종위기종인 저어새의 쉼터로 확인되고 있다.

2009년 남동공단 유수지에 조성된 인공섬이 저어새의 번식터로 확인됐고, 이 새들의 활동반경이 학익용현갯골까지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가톨릭환경연대는 “남동공단 유수지가 저어새의 집이라면 학익용현갯골 유수지는 어린 저어새들의 쉼터, 놀이터, 유치원, 어린이집인 셈”이라고 강조한다.

지난 10월 4일, 필자는 학생들과 함께 학익용현갯골을 찾았다. 인하대학교의 ‘세계시민교육: 차이를 넘어 공존으로’ 교과 현장학습을 위해서였다.

수업에 참여한 학생들은 학교에서 불과 10여분 떨어진 곳에 이런 장소가 있었다는 것에 매우 놀랐다. 가톨릭환경연대 설명을 들으며 갯골에서 쉬고 있는 여러 철새를 관찰하는 특별한 기회를 얻기도 했다.

이러한 생태적 가치에도 불구하고 현재 이 갯골이 처한 위기 역시 알 수 있었다. 동쪽에 있는 8차선 아암대로에서 발생하는 소음과 비산먼지가 철새들의 휴식을 방해하고, 갯골 산책로로 몰려드는 무단 투기된 쓰레기들도 많았기 때문이다.

학생들과 플로깅을 하면서 느낀 것은 산책로의 쓰레기는 잘 치워져 있지만, 사람의 손이 닿지 않는 물가 쪽에는 여전히 많은 쓰레기들이 쌓여 있다는 점이었다.

또 하나의 걱정은 당장 2024년에 있을 ‘학익유수지 환경개선사업’이다. 환경이라는 이름을 내걸었지만, 공시된 보도 자료를 보면 그 어디에서도 갑작스러운 공사를 맞이할 철새에 대한 고려는 찾아보기 어렵다.

이 사업의 초기 단계에서 갯골의 생태적 가치가 충분히 고려되지 않았음을 보여주는 단면이 아닐 수 없다.

무엇보다 이 사업이 처음부터 준설을 전제로 진행되고 있다는 데 깊은 우려를 표한다. 갯골에 수질오염과 악취를 발생시키는 근본 원인인 오염수를 차단하거나 정화시킬 수 있는 방법들에 대한 모색 없이, 공사 자체는 퇴적층 준설만을 목표로 내세우고 있기 때문이다.

그간 유사한 공사들로 인해 하천의 생태환경이 어떻게 망가졌는지를 경험해온 터라 염려가 커질 수밖에 없다.

공사가 시작되면 지금 학익용현갯골에 모여드는 철새들은 쉼터를 잃고 만다. 준설 후 굴곡 없이 깊어진 고인 물이 생태환경에 초래할 악영향도 가늠하기 어렵다. 환경을 파괴하는 것은 한순간이지만, 그것을 회복하는 데는 오랜 시간과 비용이 발생한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가 되지 않도록, 생태환경을 보호하고자 하는 시민사회의 목소리에 보다 귀 기우리길 바란다.

*이 글에선 가톨릭환경연대와 미추홀학산문화원, 학익동주민자치위원회의 뜻을 지지해 용현갯골이라는 통상적 명칭 대신 학익용현갯골로 지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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