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소리 전공으로 대학 입학하는 이보혜 혜광학교 졸업생

▲ 이보혜 씨.
지난 15일 열린 시각장애인 특수학교인 인천혜광학교(교장 명선목·십정2동 소재)의 졸업식에서 졸업생 이보혜(20)씨를 만났다.

이씨는 선천적인 시각장애를 가지고 태어났다. 일곱 살에 혜광학교를 입학한 이씨는 “13년 동안 뼈를 묻었다”고 할 정도로 정든 학교를 떠나는 것이 무척 아쉽다.

이씨처럼 오랫동안 혜광학교를 다닌 학생은 많지 않다. 그래서 거의 가족이나 다름없이 지낸 친구들이나 교직원들과도 헤어지려고 하니 발길이 쉽게 떨어지지 않는다.

이씨는 2013학년도 대학 입시에서 일반 전형으로 시험을 봐 중앙대학교 전통예술학부(판소리 전공)에 합격했다. 장애인 전형이 아닌 일반 전형으로 준비를 하는 것이 쉽지 않았다. 그만큼 합격의 기쁨은 컸다.

이씨는 학교에서 서양악기를 먼저 접했지만 별로 흥미를 느끼지 못했다. 그러다 가야금 소리를 듣고 ‘아, 이거다’ 싶었다. 이후 초등학교 4학년 때부터 학원을 다니며 가야금을 배웠고, 판소리는 중학교 1학년 때부터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판소리는 악보 없이 입으로 전수되는 음악이긴 하지만, 이씨에게도 어려움이 있었다. 특히 완창하는데 다섯시간이 넘게 걸리는 춘향가를 배우는 것은 만만치 않았다. 춘향가가 적힌 책의 글씨가 작아 볼 수가 없었다. 때문에 교사의 소리를 듣고 이를 일일이 점자책으로 만들어야했다.

이런 과정을 겪으며 판소리를 배워야했지만,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제일 자신 있고 좋아하는 것이기에 지금까지 계속할 수 있었다.

학교를 나서며 이씨는 두려움과 설렘을 동시에 느낀다. 자신이 원하는 대학과 전공을 선택해 새로운 첫발을 내딛는 것은 설레는 일이다. 하지만 걱정도 따른다. 13년동안 드나든 혜광학교는 시각장애인을 위한 각종 편의시설이 갖춰진 데 비해 대학은 그렇지 못하기 때문이다. 시험을 보기 위해 대학을 찾았을 때 이를 실감했다.

또한 입학한 학부에서 자신이 유일한 장애인인 것도 걱정이다. 낯선 친구들이 자신의 불편을 이해해줄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그래도 박양은 친구들에게 먼저 다가가겠다는 각오를 다진다. 장애인에 대한 인식 개선과 편견을 깨기 위해서도 많은 노력이 필요할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

아울러, 비싼 등록금 부담도 크다. 부모가 모두 시각장애인인 박양의 집안형편은 그리 좋지 않다. 비장애인처럼 아르바이트를 할 수 있는 상황도 아니라 최대한 좋은 성적을 내 장학금을 받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쉽지 않겠지만 별 도리가 없다.

그래도 이씨는 꿈을 위해 희망을 잃지 않을 것이다. 이씨의 꿈은 대학을 졸업한 후 사람들과 함께 많은 공연을 다니는 것이다. 특히 장애 학생들에게 우리(한국 전통)의 소리를 알려주고 싶다는 꿈을 가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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