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보경 인천여성회 회장

손보경 인천여성회 회장
손보경 인천여성회 회장

인천투데이|지난 9월 20일 ‘인천 진보민주교육감, 5년을 돌아보다’ 토론회가 열렸다. 인천의 시민사회가 주최한 토론회는 인천 진보민주교육감 5년의 교육 정책과 활동을 돌아보고 앞으로 더 나은 교육환경을 만들기 위한 정책 방향을 제시하기 위해 마련됐다.

토론은 교육 차별 해소와 공공성 강화, 노동 차별 해소, 인권·특수교육, 성평등과 돌봄, 학생 자치와 인권, 민주시민교육, 기후위기와 환경, 지역사회협력 교육공동체, 소통과 협력 분야 등 9개의 영역으로 나눠 진행됐고, ‘성평등, 돌봄’ 분야는 인천여성연대가 발표했다.

인천여성연대는 인천 여성단체 6개의 연대체로 인권희망강강술래, 인천여성민우회, 인천여성노동자회, 인천여성회, 전국여성노동조합 인천지부, 한국여성인권플러스가 함께 하고 있다.

인천시교육청은 진보민주교육감 1기인 2018년부터 4년 동안 ‘성폭력 없는 학교를 넘어 성평등 학교 실현’을 목표로 성평등 교육 정책을 펼쳤다.

2018년 9월 학교 내 성폭력을 고발하는 ‘스쿨미투’가 본격적으로 제기되며 공론화 과정으로 교사, 학생, 학부모, 여성단체가 참여하는 ‘스쿨미투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했고, 이는 교육청 내 ‘성인식개선위원회’로 이어져 운영되고 있다.

또한 성평등 정책 전담 부서 ‘성인지개선팀’을 신설해 성평등 교육을 강화하고 학교 내 성평등 문화 정착을 위해 노력했다. ‘성교육 집중이수학년제’ ‘교육 구성원 성인지 감수성 역량강화 교육’ ‘학교로 찾아가는 성평등 교실’ ‘중고 남학생 양성평등교육’ ‘교원 성인권 교육’ ‘디지털 성범죄예방교육’ 등 다양한 성평등 교육을 운영하고 있으나 의무와 필수교육은 한정되고 대부분 신청학교 위주로 부분 교육이 이뤄지고 있다.

도성훈 교육감 성평등 분야 정책 1기 때보다 한걸음 못 나아가

도성훈 교육감 2기 5대 공약을 기반으로 한 2023년 인천교육계획의 5대 교육 정책에 담긴 성평등 분야 정책은 교육감 1기 때의 정책에서 한 걸음도 나아가지 못했다.

지난해 신설 학교를 중심으로 신청받아 진행했던 ‘디지털 성범죄예방교육’은 올해부터 학생 성폭력예방교육 3시간 안에 포함해 운영하고 있다고 한다. 여기에 더해 내년도 성평등 교육 예산이 삭감됐다고 한다. 성폭력 없는 성평등 학교를 만들겠다는 교육청의 의지가 전혀 보이지 않는다.

디지털 성범죄는 인터넷과 스마트폰 보급 등 디지털 환경의 변화로 범죄의 피해나 양상이 진화하며 계속 증가하고 있다.

음란물을 통한 왜곡된 성 지식을 무분별하게 습득하면서 발생하는 아동·청소년기의 성 문제와 함께 채팅 앱과 SNS 등을 통해 신뢰 관계를 형성한 후 성착취를 일삼는 온라인 그루밍 범죄는 심각한 사회문제가 되고 있으며 코로나19를 지나며 그 신고 건수가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

디지털 성범죄에 대한 사회적 경각심이 높아지고 있고, 디지털 환경에서 성폭력에 노출되기 쉬운 아동·청소년들은 직접적인 피해자나 가해자가 될 가능성이 더 높기에 학교에서 디지털 성폭력예방교육은 꼭 필요하고 시급한 교육이다.

성폭력 예방교육 중 하나의 카테고리로 수박 겉핥기식의 교육이 아니라 디지털 성폭력이 단순한 놀이가 아닌 심각한 범죄임을 인식하고 근본적으로는 서로를 존중하는 문화가 정착될 수 있도록, 아동·청소년들의 특성과 디지털 성폭력의 양상 등을 세밀하게 반영한 실효성 있는 교육이 필요하다.

지난해 11월 교육부는 ‘2022 개정 교육과정’에서 성소수자, 성평등, 재생산권, 섹슈얼리티 등의 용어를 삭제했다. 성정체성이 확립되는 시기인 청소년기에 성소수자에 대해 교육하는 것이 성정체성 혼란을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는 것이 개정 이유다.

‘사회적 소수자’ 설명에서 ‘성소수자’ 용어를 삭제하고, ‘성평등’ 용어를 ‘성에 대한 편견’, ‘성차별의 윤리적 문제’ 등으로 수정했으며 ‘성·재생산 건강과 권리’를 ‘성·생식 건강과 권리’로 수정하고, 아이들에게 왜곡된 성 관념을 주입할 수 있다며 ‘섹슈얼리티’ 용어를 삭제했다.

포괄적 성교육, 인천시교육청 정책에 담아야

성적 권리와 재생산 권리, 성평등의 개념과 가치를 축소하려는 의도가 여실히 드러났다. 매년 발표되는 한국의 성평등 관련 지수는 여전히 최하위권이다. 그런데도 지금의 성평등 정책은 시대를 역행하고 있다. 구조적 성차별을 인정하지 않는 현 정부의 기조는 성평등 정책 전담 기구인 여성가족부의 정책에 그대로 드러나고 있으며 교육부의 교육 정책도 다르지 않다.

여성가족부 장관이 부처 폐지를 도모하고 정책 방향성과 용어에서 ‘여성’이 지워지고 있으며 성인권교육 사업예산을 내년부터 전액 삭감하고 사업을 폐지하겠다고 한다.

유엔 인구개발위원회는 청소년들에게 섹슈얼리티, 성과 재생산 건강, 성평등 그리고 자신의 섹슈얼리티에 대해 긍정적이고 책임 있게 대하는 방법 등의 포괄적인 성교육이 이뤄져야 한다고 권고하며 정부의 역할을 강조했다.

그러나 지금 정부의 성평등 정책과 교육 정책은 빠르게 뒷걸음질 치고 있다. 성평등 정책의 후퇴와 심각한 구조적 성차별을 해결하기 위한 최상의 대안은 교육이다. ‘다양성’을 포용하고 ‘인권’과 ‘성평등’에 기초한 제대로 된 성교육이 절실하다.

젠더(성별) 정체성과 성적지향에 기반한 차별과 혐오를 근절하고 성소수자를 비롯한 사회적 소수자의 인권을 보장하는 교육도 포함돼야 한다. ‘포괄적 성교육’이 반영된 성평등 교육을 앞으로의 인천시교육청 정책에 담아야만 차별과 혐오가 없는 존중과 배려의 학교 공동체 문화를 조성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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