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은 인천청년광장 대표

이정은 인천청년광장 대표
이정은 인천청년광장 대표

인천투데이|‘끓는 물 속의 개구리’ 현상이 있다. 찬물에 개구리를 넣고 서서히 온도를 올리면 물의 온도에 반응하지 못해 결국 뜨거워진 냄비 속에서 죽어버리는 현상이다. 후에 과학자들이 사실이 아님을 증명했지만 변화에 적응하지 못하고 위기를 맞이할 때 이 현상에 빗대어 설명한다.

2023년 9월 지금, 우리는 끓는 물 속의 개구리같다는 생각을 자주한다. ‘끓는 물 속의 개구리’ 현상은 찬물에 개구리를 넣고 서서히 온도를 올리면 물의 온도에 반응하지 못해 결국 뜨거워진 냄비 속에서 죽어버리는 현상이다.

후에 과학자들이 사실이 아님을 증명했지만 변화에 적응하지 못하고 위기를 맞이할 때 이 현상에 빗대어 설명한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기후위기는, ‘좀 더 덥고 비가 많이 오는 여름’, ‘좀 더 춥고 눈이 많이 오는 겨울‘ 정도로만 느끼며 짧아지는 봄과 가을에 내심 섭섭한 마음 뿐이었다. 그러나 언제부턴가 아침에 눈을 뜰 때부터 밤에 눈 감을 때까지 우리의 일상을 바꿔놓았다.

매일 아침, 미세먼지를 체크하고, 오늘의 최고 온도를 확인한다. 갑작스런 비가 오지는 않을까 고민하며 창문을 닫을지 말지, 우산을 챙길지 말지 고민하는 것이 일상이 됐다. 도보인지, 찻길인지, 주차장인지 모르겠는 길을 걸어 대중교통을 타고 출근을 한다.

사람이 아닌 상품을 위해 만들어진 배달, 물류, 농업, 건설업 등의 일터는 언제나 춥거나 덥다. 반면 사무실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일터는 문을 닫아놔도 밖으로 냉기(또는 온기)가 새어나올 만큼 에어컨과 히터가 팡팡 돌아간다.

그렇게 저녁까지, 밤 늦게까지 일한 후 환승이 쉬운 지하철 칸을 찾고, 최단시간의 경로를 찾아 집으로 간다. 오르막 길 중턱, 4층짜리 빌라의 꼭대기 층에 사는 나는, 비가 많이 올 때면 옥상에서 새는 물이 우리 집으로 흐르지 않을까 걱정하고, 외벽과 맞닿아있는 벽의 곰팡이가 퍼질까 걱정한다.

기후위기로 인한 위험은 나만의 특별한 문제가 아니다. 사회적으로 폭염과 폭우 등 이상기후로 인한 기후 재난은 점점 더 크고 많아지고 있다. 비가 많이 와서 사람이 죽거나 다치고, 수많은 재산 피해를 입었다.

재난은 강남의 고급 아파트에 사는 사람도, 관악구의 반지하 빌라에 사람도 가리지 않고 발생했으나, 더 가난한 사람이 더 많은 것을 잃었다. 우리와 상관없는 미래의 일이라거나 지구 반대편의 일이 아니다. 이미 아주 구체적으로 우리의 삶을 위협하고 있다.

지금은, 나는 아직, 불편한 정도지만, 나중은 어떨까. 시간이 지날수록 나는 덜 건강하고 더 많은 돌봄이 필요한 존재가 될 거다. 미래가 바뀌지 않는다면, 이 땅에서 내가 살아갈 수 있을지 걱정된다.

그러나 세상에는 끓고있는 냄비를 뛰쳐나온 개구리같은 사람들이 있다. 기후위기라는 정해진 미래를 바꿔내고자 하는 사람들이다. 우리가 걷는 길들이 보행자 중심의 도로가 되기를, 대중교통을 좀 더 편하고 많이 이용할 수 있기를, 가장 더운 시간에는 법적으로 현장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작업을 금지하기를, 도로가 일터인 사람들과 열악한 주거환경에 있는 사람들을 위한 무더위 쉼터가 더 많아지기를, 우리가 ‘걷기’를 선택할 수 있는 여유로운 삶을 누릴 수 있기를, 탄소를 배출하지 않는 에너지원으로 전기를 만들기를 요구하며 스스로 변화를 만들고 있다.

그러나 기후위기의 ‘유일한’ 대안으로 핵발전을 말하고, 공공교통을 민영화하고, 산업계의 부담을 줄이고 핵 발전과 국외 감축으로 상쇄하겠다며 2030 온실가스 감축목표를 수정하는 정부는 여전히 불안하다. 가장 보통의 사람들이 마주한 기후위기의 위험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거대하고 담대한 변화가 필요하지만 정부는 여전히 응답하지 않는다.

그러니 ‘지금 당장’이어야한다. 2050년에도 사람들은 살 것이다. 더 덥고, 더 춥고, 더 위험한 이 땅에 살 것이고, 더 크고 많아질 그 때의 비극을 멈춰내기 위해서는 하루라도 더 빨리, 지금 우리가 할 수 있는 것들을 해야 한다

9월 23일, 서울 세종대로에서 열린 ‘923 기후정의행진’에는 끓는 냄비를 뛰쳐나와 거리로 나선 시민 3만여명이 모였다. 참가자들은 “더 이상 정부에 기후 위기를 맡겨둘 수 없다며 우리의 힘으로 위기를 넘자”고 외쳤다.

저작권자 © 인천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