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훈 시장은 기후동행카드, 유정복 시장의 선택은

신규철 전환사회시민행동 운영위원장.
신규철 전환사회시민행동 운영위원장.

인천투데이|지구위험한계선(planetary boundaries)은 인류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해 반드시 보존해야 하는 영역들을 지구시스템과학적으로 제시한 개념이다.

이 개념을 보면, 인간이 하나 이상의 지구위험한계선을 침범할 경우 기하급수적인 환경 변화가 일어나게 돼 대륙 또는 전체 지구가 영향을 받게 되며, 이로 인해 재앙적인 결과가 일어날 수 있다. (위키백과 인용)

최근 발표한 논문에서 과학자들은 ‘지구 위험 한계선’ 9가지 항목 중 6가지가 이미 위험단계로 들어선 것으로 진단했다.

이달 13일에 덴마크, 독일, 스웨덴 등의 연구자들이 ‘사이언스 어드밴시스’에 관련 내용을 발표했다. 지구의 안전을 평가하기 위한 9가지 항목은 ▲기후변화 ▲생물다양성 ▲ 산림 등 땅 ▲담수 ▲비료사용 등으로 유발되는 생물지구화학 흐름 ▲바다의 산성도 ▲대기질 ▲오존층 등이다. 이 중에서 바다의 산성도, 대기질, 오존층 3가지만 빼고 나머지 항목은 이미 위험 수준이라는 것이다.(한겨레 보도 인용)

이런 기후 위기 상황에서 탄소배출이 가장 많은 에너지 분야에서 신재생에너지 비중을 높여도 모자랄 판에 윤석열 정부가 올 1월에 발표한 전력수급기본계획은 기존 목표를 30.2%에서 21.6%로 낮추는 것으로 오히려 역행했다.

이 여파로 국내 태양광 시장이 위축되고 있다. 특히 시민들의 자발적 참여가 높았던 소형태양광 사업은 지원제도의 후퇴로 직격탄을 맞았다.

유럽 여러 나라들의 재생에너지 확산과 대중교통 활성화 정책

반면, 유럽의회는 재생에너지 비율을 2030년까지 42.5%로 늘리는 법안을 승인했다. OECD 평균은 2020년 기준으로 27.3%인데 한국은 2022년 기준으로도 9%에도 미치지 못한다.

교통·수송 분야도 탄소배출이 큰 분야이다. 전체 도로에서 온실가스 배출 비중은 13.9%며, 이중 승용차의 온실가스 배출 비중은 59.08%를 차지하고 있다. 전기와 수소 등을 이용한 친환경 운송수단으로의 전환이 시급하다.

최근 국내에서도 탄소배출이 적은 친환경 자동차와 전기차 시장이 급속히 확대되고 있다. 여기에 지하철, 버스, 자전거 등 대중교통수단의 이용을 활성화해 자가용 이용을 억제시키는 교통정책도 필요하다.

유럽의 여러 나라들은 대중교통 활성화 정책에도 적극적이다. 가장 먼저 독일은 지난해 6~8월 한화 약 1만2000원으로 한 달 동안 대중교통을 무제한으로 이용할 수 있는 ‘9유로 티켓’을 시범 운영해 시민들의 폭발적인 호응을 받았다.

약 5000만장이 판매됐고, 이 결과로 대중교통 이용 25% 증가, 이산화탄소 180만톤 저감, 물가상승률 0.7% 감소를 비롯해 교통혼잡 개선, 대중교통 신규 이용자 증가 등의 효과가 나타났다.

이런 성과를 바탕으로 올해 5월부터는 한 달 49유로의 도이칠란드 티켓을 내놓아 3달 만에 1100만장을 판매했다.

프랑스 파리는 월 72.9유로 정기권을, 오스트리아는 연 1,095유로 ‘기후 티켓’을 판매하고 있다.

국내 부산시의 ‘동백 패스’와 서울시의 ‘기후동행카드’

국내에서도 부산시가 올해 8월부터 ‘동백 패스’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대중교통에 사용한 금액이 월 4만5000원을 초과할 경우에 9만원까지는 초과 금액 전액을 지역화폐인 동백전으로 다음 달에 캐시백해 준다.

정책 대상자는 18세 이상이며, 12세 이하 어린이의 대중교통요금은 무료다. 부산시는 이 정책으로 대중교통 수송 분담률이 2~3% 증가되길 기대하고 있다.

오세훈 서울시장도 이달 11일에 새로운 교통정책을 내놨다. 서울시는 ‘월 6만5000원’짜리 교통카드 하나로 서울 시내 지하철, 시내·마을버스, 공공자전거 따릉이까지 원스톱 무제한 이용할 수 있는 ‘기후동행카드(Climate Card)’를 내년 1~5월에 시범 판매한다고 밝혔다.

서울시는 ‘기후동행카드’ 도입으로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줄어든 ‘대중교통 수단 분담률’을 끌어올리고, 승용차 연간 1만3000대 가량의 이용이 감소해 온실가스가 연간 3만2000톤 감축하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에 대해 인천시와 경기도는 “서울시의 통합 환승 정기권 ‘기후동행카드’ 운영 취지에는 공감하나 일방적인 발표에 대해서는 우려를 표한다”, “서울, 인천, 경기 등 3개 지자체가 참여하는 실무협의체를 구성하고 협의체를 통해 도입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고 밝혔다.

수도권은 광역버스와 철도 등 다양한 교통수단이 도시를 넘나들며 연결돼있다. 인천시는 서울에서만 적용되는 기후동행카드를 도입했을 때 기본요금이 다른 광역버스는 이용이 불가능하고, 서울 이외 지역에서 지하철을 이용할 때도 이용이 제한되는 문제점을 지적했다.

서울환경운동연합을 비롯한 ‘우리 모두의 교통 운동본부’는 성명을 내고 “통계청의 2/4분기 가계동향조사에 따르면 소득 수준이 가장 낮은 소득분위 1분위 가계의 교통소비액은 9만2000원으로 나타났다. 부산시의 동백패스는 절반 정도의 할인율을, 서울시의 정기권은 1/3의 할인율을 보일 뿐이다. 그리고 그 정도는 이미 24%가량 오른 교통요금의 상승분에 해당한다. 즉, 산술적으로만 보면 교통요금을 올리지 않았으면 됐을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어 “이번 정기권은 자가용 대신 버스를 이용하게 될 유인책이 될 만큼 충분하지 않다. 이번 서울시의 발표가 진지한 고민의 산물이거나 명확한 기후위기 목표를 위해 나온 것이 아니라 교통요금 이후 시민들의 저항이 심한 것에서 정치적 위기감을 느낀 오세훈 시장의 마지못한 선택이라고 본다”고 비판했다.

인천에서 진행 중인 무상교통조례 제정운동
유정복 인천시장은 정책적 판단에 이목 집중

인천에서도 올해 3월부터 무상교통조례 제정운동이 추진되고 있다. 민생 위기와 기후 위기를 동시에 대응하기 위함이다. 정의당 인천시당 무상교통 운동본부가 주도하고 있는 이 운동은 무상교통의 1단계로 ‘청소년 무상교통과 인천시민 월 3만 원 프리패스’ 도입을 제안하고 있다.

일 평균 어린이 대중교통 이용 인원은 4562명, 청소년은 4만2089명이고 인천시민 하루 평균 이용자는 52만8168명이다.

이들은 인천지역 노동계, 종교계, 시민단체, 진보정당 등으로 ‘청소년 무상교통 및 인천시민 3만원 프리패스 조례제정 운동본부’를 구성하고 주민이 직접 조례제정을 청구하는 주민조례(발안)운동을 전개하고 있다.

이를 위해 이곳저곳에서 조례 청구인 1만8000명의 서명을 받고 있다. 운동본부 관계자들의 전언에 따르면 시민들의 호응이 매우 좋다고 한다.

이제 유정복 시장의 정책적 판단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앞선 도시들의 성과를 면밀히 분석하고 부족한 점은 보완하는 무상교통정책이 필요하리라. 인천시민들도 교통비 문제와 기후위기 문제를 해결해줄 인천판 대중교통 정책을 간절히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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