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법인 위공(송도ㆍ여의도) 박병언 변호사

중국에서는 2049년까지 뭘 하겠다는 말을 많이 한다. 중국 공산당이 중화인민공화국 정부를 수립한(1949.10.1.) 지 100주년 되는 해이기 때문이다. 중국 공산당이 공산주의 정당이라는 형식을 갖추고 있지만 그건 정치제도로서 레닌주의 정당 모델을 여전히 따를 뿐이지, 그 당이 추구하는 실질은 민족주의 정당이다.

박병언 법무법인 위공(송도) 대표 변호사
박병언 법무법인 위공(송도) 대표 변호사

영국이 1840년 아편전쟁으로 중국을 침공할 때까지 중국은 세계 GDP의 32.9%를 차지하는 ‘세계1위 국가’였다. 세계의 중심이라며 살고 있던 중국인들은, 1840년 이래 모든 전쟁에서 연이어 패배했다. 1945년 공산당이 다시 통일해 중국을 수립할 때까지 100년 동안 전 국토가 전쟁으로 유린됐다. 세계 GDP 1위에서 경제적으로 가장 가난한 나라 중에 하나가 됐다.

쑨원(손문)을 비롯한 중국의 공화주의자들이나 마오쩌둥, 덩샤오핑 같은 중국 공산주의자들은, 청나라 이후 정치체제에 대한 청사진만 달랐을 뿐 모두가 ‘중화 민족의 부흥’이라는 목표를 공통의 가치로 삼고 달려왔다.

이제 중국의 경쟁상대는 미국뿐이다. 미국은 중국이 처참히 몰락한 바로 그 시점에, 중국의 몰락방향과 정반대방향으로 날아오른 국가다. 두 국가는 서구의 부흥과 동방의 몰락을 상징하는 국가다.

지난 100년 미국의 승승장구의 시기에, 미국의 적대국이나 적대국 연합은 미국 GDP의 60%를 넘지 못했다. 제1차 세계대전 당시의 빌헬름 독일, 제2차 세계대전 당시의 일본 제국과 나치 독일의 연합, 경제력이 최고조에 달했던 소련 모두가 이 수치에 도달한 적이 없다.

그런데 중국은 2014년에 조용히 이 수치에 도달했다, 현재도 성장 중이다. 1991년 소련이 망하고, 미국이 걸프전에서 승리하는 것을 본 중국은 ‘납작 엎드리고, 미국의 기술과 자본으로 미국시장에 물건을 팔기위해’ 국가적으로 최대한의 노력을 기울여 왔다(도광양회).

그러던 중국은 2008년 미국이 금융위기를 겪는 것을 보고 미국 내부에 많은 문제가 있음을 직시하고 ‘납작 엎드리기 정책을 폐기’하고 보란 듯이 중국을 위한 정책들을 펼쳐나갔다(유소작위).

2017년 도널드 트럼프가 미국 대통령에 당선되고 영국이 유럽연합을 탈퇴하는 것을 보고, 이제 중국은 ‘중국이 세계를 주도하는 100년만의 대변동이 시작됐다’며 공개적인 중국주도 세계질서 재편을 선언했다.

중국의 이런 자신감은 중국과 미국의 현실에 대한 분석에서 나온다. 중국이 보기에 미국은 다음과 같은 나라로 분석된다.

경제적 규모는 줄어들고, 일반 제조업은 시들었으며, 좋은 일자리는 더 줄어들고, 수출은 감소하고, 경제는 기술 및 금융 서비스 쪽으로 기울었다. 이 모든 것이 상향 이동의 통로를 좁히면서 불평등을 증가시켰다. 정치 제도도 실패하고 있다.

특정 법안에 대한 국민의 지지가 30%이든, 100%이든, 정치의 양극화로 두 법안의 통과 여부는 동일해 진다. 따라서 미국의 기능장애의 실제 원인은 진전이 이뤄지지 않는다. 결국, 미국 사회의 큰 격차는 계속 벌어지고, 제도적 타협의 여지는 계속 줄어들며, 국가 의사결정은 사람우선 원칙에서 점점 멀어지는 악순환을 보이고 있다.

위 내용은 현재 미국 바이든 정부의 국가안보회의(NSC) 중국담당 국장인 러쉬 도시가 그의 저서 ‘롱게임’에서 인용한 중국의 보고서 내용이다. 대한민국에서도 뜨끔하게 살펴봐야할 무서운 보고서가 아닐 수 없다.

중국은 공산당 정치국 회의 한 번이면 모든 것을 결정할 수 있다. 하지만 미국을 비롯한 서구 국가들의 의회정치는 포퓰리즘에 둘러싸여, 국가를 위한 최선의 정책을 결정할 수 없다고 보고 중국은 자신감을 내비친다. 중국한텐 더 적극적으로 2049년 중국의 세기를 준비해도 된다는 신호로 비춰지는 것이다.

세계 10대 경제대국으로 성장한 대한민국은, 중국이 급속히 따라오는(어쩌면 많은 부분에서 이미 따라잡힌) 기술부분에 투자를 더욱 늘려 경제성장의 발판을 마련해야 한다. 그런데 윤석열 정부는 법인세 감세정책만 고집한다. 줄어든 세수는 대통령이 직접 과학기술 분야 예산 삭감을 지시하며 세수를 맞추고 있다(2023. 6. 28. 대통령 국가재정전략회의 지시사항. 출처 : 카이스트신문).

출처 한겨레
출처 한겨레

대한민국에서 연구개발예산이 삭감된 것은 33년만의 일이다. 특히 연구개발비를 대폭 삭감한 분야는 AI, 바이오 분야의 예산이 주를 이루고 있다. 중국이 지적한 포퓰리즘 정치에 따른 정책 결정 오류의 문제가 심각하다. 즉, 국가적인 정책수립보다 현 집권당을 지지하는 세력이 좋아하는 정책만을 추진하는 악순환에 빠져 있는 것이다.

대한민국에 놓여 있는 숱한 과제들을 해결할 예산 배정과 정책을 다룰 정기국회가 9월 21일 개회했다. 그런데 윤석열 대통령은 이날 야당 대표에 대한 체포동의안을 처리해 달라고 요청했다. 일국의 야당대표, 그것도 여소야대 국면에서 다수당 대표가 혐의가 무서워서 도망갈 일도 없고(실제로 이재명 대표는 검찰의 출석요구에 계속 응하고 있다), 죄가 있다면 불구속 재판을 진행한 후 결과에 따라 처리하면 될 일이다.

그런데 윤석열 대통령의 체포동의안 제출에 따라, 대한민국은 산업구조 재편을 위한 논의를 진행할 여유를 잃고 또 다시 지지자들 간 대립구조를 심화시켰다. 중국의 지도부들은, 이 모습을 보며 여유 있는 미소를 짓고 있다. 결국 우리가 정신 차려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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