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근 주민 "소음, 쓰레기, 사생활 침해 불편" 호소
중구, "질서 요원 배치하고 단속 방안 마련하겠다"

인천투데이=이재희 기자│인천 중구 송월동 동화마을 등 일부 마을형 관광지에서 수용 범위 이상의 관광객으로 주민 일상이 침해받는 오버투어리즘(과잉관광)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지난 12일 동화마을에서 만난 주민 고인숙(79세) 씨는 “마을을 찾은 관광객들이 수시로 집 안을 들여다 보기 때문에 무더위에 대문도 한 번 열 수 없다”며 “이 밖에 소음이나 쓰레기 투기 등 관광객들로 인한 주민 피해가 막심하다”고 호소했다.

인천 중구 동화마을을 관광 중인 시민들.
인천 중구 동화마을을 관광 중인 시민들.

2013년 인천 중구는 당시 달동네였던 송월동3가 17-1 일대의 낙후한 주거 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벽화를 그리고 조형물을 설치해 동화마을을 조성했다. 새롭게 조성된 동화마을은 인근 차이나타운과 함께 인천 주요 관광지로 자리잡았다.

그런데 이후 동화마을에 관광객들이 지나치게 많이 몰리자, 마을 주민들은 주차난과 소음, 쓰레기 투기 등에 불편을 호소하며 마을을 떠났다.

남아있는 동화마을 주민들은 지금이라도 주민 보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동화마을 주민 고인숙 씨는 “동화마을은 관광지이기 전에, 주민들이 살고 있는 삶의 터전”이라며 “그런데 관광객들은 이를 고려하지 않고 대문을 열어보거나 집 앞에 쓰레기를 버리는 등 몰상식한 행동을 하고 있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주민 김안순(75세) 씨는 “당시 주민들이 마을형 관광지 조성에 동의한 이유는 '열악한 주거환경 개선' 때문이었다”며 “하지만 주민 다수는 '동화마을 조성 이후, 붐비는 관광객으로 살기가 더 어려워 졌다'며 마을을 떠났다”고 설명했다. 

또한 “마을 인근에 위치했던 작은 약국이나 병원, 마트는 동화마을 조성과 함께 모두 사라져 주민 편의시설도 사라졌다"고 한 뒤 "그 자리는 전부 외부인이 매입해 리모델링 한 뒤 커피숍이나 음식점으로 운영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과잉관광 현상은 인천 동화마을만의 문제가 아니다. 최근 서울 북촌·서촌, 부산 감천문화마을, 전북 한옥마을, 경남 동피랑벽화마을 등 대부분 마을형 관광지에서 과잉관광에 따른 주민 피해가 발생하고 있다.

인천 중구 동화마을을 관광 중인 시민들.
인천 중구 동화마을을 관광 중인 시민들.

관광업계 전문가들은 “엔데믹 전환과 중국 단체관광 허용으로 향후 관광업계가 더욱 활성화 될 것으로 전망되는 만큼, 관광지의 매력을 유지하면서 주민 삶의 질도 제고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제언한다.

이에 서울 종로구는 북촌 한옥마을과 서촌 청와대 인근의 버스 진입을 금지하고, 골목 내 관광객 입장 시간을 제한하는 등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

부산 사하구도 감전문화마을의 기존 관광코스를 정비하고, 관광객 방문으로 창출한 수익을 주민들에게 일부 지원하는 등 방안을 마련했다.

인천 중구는 동화마을 내 질서 요원을 배치할 계획이다. 또한 쓰레기 투기나 사생활 침해 등을 단속하고 방지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할 예정이다.

구 관광팀 관계자는 20일 <인천투데이>와 통화에서 “소음 문제나 사생활 침해 등 관광객으로 발생하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대책을 마련할 계획”이라며 “동화마을 관광 활성화와 함께 주민 삶의 질도 높아질 수 있게 지속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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