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사서원, 장기요양요원 감정노동 실태조사 진행
욕설과 폭언, 성폭력 등 겪어도 대다수 보고 못해
“요양보호사 등 종사자 인권 보호 대책 마련해야”

인천투데이=장호영 기자|인천의 노인장기요양기관에서 종사하는 요양보호사 등 장기요양요원 10명 중 1명이 욕설과 폭언을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성폭력과 성희롱을 당한 장기요양요원도 상당수 있었으나 이들 중 대다수가 ‘일자리를 잃을까봐 우려되서’ 등 사유로 기관에 보고를 하지 못했다.

인천시사회서비스원 고령사회대응센터는 ‘장기요양요원 감정노동 실태조사’ 연구 중간 보고 결과를 발표했다고 19일 밝혔다.

인천시사회서비스원 부평종합재가센터 요양보호사가 노인장기요양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사진제공 인천시사회서비스원)
인천시사회서비스원 부평종합재가센터 요양보호사가 노인장기요양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사진제공 인천시사회서비스원)

장기요양요원은 노인장기요양보험에 따라 거주지 또는 시설에서 돌봄서비스를 제공하는 요양보호사, 간호사 등을 말한다.

이번 연구는 재가 인력의 인권 침해 상황과 감정노동 수행 원인 등을 조사한 것이다. 감정노동은 업무 수행과정에서 자신의 감정을 절제하고 실제 느끼는 감정과는 다른 감정을 표현하게 업무 상 요구하는 노동 형태를 말한다.

센터는 올해 6월부터 2개월 간 인천지역 장기요양요원 중 수급자 가정에서 방문 요양 또는 방문 간호 서비스를 제공하는 재가요양보호사와 간호사, 간호조무사 721명을 대상으로 조사를 진행했다.

욕설과 폭언 경험 10.1%, 직접 폭행 2.4%, 성폭력 1.1%

조사 결과를 보면, 욕설과 폭언 경험이 있는 비율은 10.1%(73명)로 10명 중 1명에 해당한다. 그런데 이런 경험을 했을 때 ‘그냥 참고 견딘다’고 답한 비율은 74.0%에 달했다. ‘자제 요청이나 즉시 경고를 했다’는 답변은 27.4%였고, ‘기관 보고 후 서비스를 중단했다’는 답변은 13.7%에 불과했다. 기관에 알리지 않은 비율은 91.8%나 됐다.

직접적인 폭행을 당했다는 경우는 2.4%(17명)였다. 직접 폭행의 경우도 52.9%가 ‘그냥 참고 견딘다’고 답했다. 41.2%는 ‘자제 요청 이나 즉시 경고를 했다’고 답했다. 그런데 53.3%는 ‘환자라고 이해해서’, 40.0%는 ‘큰 문제라고 생각하지 않아서’ 기관에 보고하지 않았다.

성범죄에 노출된 사례도 적지 않았다. 성폭력은 1.1%(12명)가, 성희롱은 3.9%(28명)가 경험했다고 답했다. 그런데 성폭력은 66.7%(8명)가, 성희롱은 85.7%(24명)가 기관에 보고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그 이유를 성폭력은 ‘환자라고 이해해서’ 37.5%, ‘변경 요청으로 일자리를 잃을까봐’ 37.5%라고 답했다. 성희롱은 29.2%가 ‘변경 요청으로 일자리를 잃을 까봐’라고 답했고 4.2%는 ‘소문, 평판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보고하지 않았다고 답했다.

무리한 요구를 받은 적이 있다는 답변 역시 13.2%(95명)로 높게 나왔다. 이 역시 ‘환자라고 이해해서’(44.8%), ‘큰 문제라고 생각하지 않아서’(44.8%) 등의 91.6%가 보고하지 않았다.

기관에 보고한 이들 중 60%는 ‘수급자 또는 보호자와 적극적으로 상담’을 했는데, 20%는 ‘아무런 조치가 없었다’였고, 20%는 ‘기관이 참으라’고 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장기요양요원 중 상담 치료 경험이 있다는 응답은 2.4%(17명)에 불과했다. 상담·치료 장소는 병원이 64.7%, 민간시설 17.6%, 복지시설 5.9%로, 소속 장기요양시설이 개인적인 진료가 다수였다.

상담이나 치유프로그램 지원 가장 필요해

감정노동 관련 제도 마련과 필요성을 묻자 ‘상담, 치유프로그램 지원’이 4점 만점에 3.26점으로 가장 점수가 높았다. 이어 ‘피해자와 분리 지원’은 3.32점, ‘상담, 신고조사 즉시 조치’는 3.31점으로 나왔다. ‘감정노동 보호 문구 설치’의 경우 3.15점으로 필요성이 높은 것으로 나왔으나 실제 설치된 정도는 2.77점으로 가장 낮게 나타났다.

향후 개선 방안 중 사전 조치로는 참여형 교육 콘텐츠를 만들어 서비스 이용 계약 시와 주기적으로 수급자와 가족이 인권 보호를 인지하게 돕는게 필요하다는 의견이 가장 많았다.

또한, 누구나 잠재적인 장기요양서비스 이용자인 만큼 인천시민 전체를 대상으로 하는 인식 개선 사업 확대 요구도 많았다.

사후 조치 방안으로는 신고 지침서의 제작‧보급과 회복지원 서비스 제공, 인권침해 모니터링 지원사업 실시 등을 방안으로 꼽았다.

연구를 맡은 양지훈 센터 부연구위원은 “제대로 된 보호장치를 마련해 재가요양보호사들이 홀로 현장에 나가더라도 누군가 지켜주고 있다는 인식을 이용자와 가족, 요양보호사들에게 심어주는 정책과 인식 개선 작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노인 인구는 늘어나는 반면 요양보호사들의 일터는 개선되지 않아 현장에선 인력이 줄고 있다”며 “장기적인 관점으로 요양보호사들의 인권을 보호할 수 있는 대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한편, 2021년 기준 인천의 방문 요양 또는 방문 간호 재가 인력은 2만7226명에 달한다. 장기요양서비스 이용자는 2011년 1만2541명에서 2021년 3만828명으로 145.8% 늘었다. 그런데 인력은 2만2761명에서 2만7226명으로 19.6%만 소폭 증가하는 데 그쳐 재가 인력 수급에 차질이 예상되고 있다.

재가 인력은 대부분 서비스 이용자를 일대일로 상대하기 때문에 인권 보호 사각지대에 놓여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저작권자 © 인천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