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익 민주노총 인천본부 조직국장

이동익 민주노총인천본부 조직국장
이동익 민주노총인천본부 조직국장

인천투데이|“(이정식) 장관님이 (한국)노총에 계실 때 다 사인하신 분이에요. 누구보다 (노조 서류에 대해) 잘 알고 있는 분이에요.”

지난 4월 노동부 조사관들이 ‘노조 회계 장부 미제출 관련 현장조사’를 하겠다며 한국노총을 찾았을 때 노총 관계자들이 한 말이다. 그런데 노동부 조사관들은 한국노총에 재직했던 이정식 노동부 장관의 ‘과거’를 언급한 대목에서는 입을 닫았다.

이 장관은 1986년부터 한국노총에 몸담았던 노동운동가 출신으로 2014년부터 2017년까지 사무처장을 지낸 바 있다. 누구보다 노동조합의 회계 문제에 대해서는 잘 안다.

윤석열 대통령은 ‘법치’를 입에 달고 산다. 따지고 보면 법은 가장 유효하고 효율적인 통치의 수단이다. 박정희와 전두환도, 히틀러와 스탈린도 한결같이 법을 중요한 통치 수단으로 삼았다. 이들의 공통점은 법을 권력을 행사하는 수단이자 통치 전략으로 삼았다는 것이다.

윤 대통령은 지난 2월 국무회의에서 “노동조합이 정부 지원금을 받으면서도 회계 장부를 제출하지 않고 조직적으로 반발한다”며 노동조합 회계 문제를 제기했다.

대통령의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노동부는 노동조합 회계 투명성 강화의 중요성과 시급성을 고려한다며 노동조합이 회계 공시를 하지 않으면 조합비에 대한 세액공제 혜택을 주지 않는 제도를 오는 10월부터 전격 시행한다고 발표했다.

올해 2월 민주노총 인천본부는 28년 차 대의원대회를 열고 조합원 현황(2022년 기준 5만982명)과 예산집행(2억5417만원)에 대한 회계감사 결과를 대의원들에게 보고했고 이를 자료집으로 만들어 배포했다.

그리고 노동조합이 없는 중소영세사업장 노동자들을 비롯해 비정규직 노동자와 시민들의 임금체불, 산업재해, 직장 내 괴롭힘 등 무료 노동상담과 각종 법률상담을 위해 인천시로부터 지원받아 운영하는 노동상담소 3곳(부평, 남동, 공항)의 운영비(임대료 포함 4억754만7605원)에 대한 회계감사 또한 보고했고 자료집에 포함돼있다.

민주노총을 비롯해 지역본부 16개와 산별 연맹 16개, 그리고 소속 단위노조는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이하 노동조합법)’ 제25조(회계감사)와 제26조(운영상황의 공개)에 따라 상·하반기 각 1회 이상 회계감사를 받고 감사 결과를 공개하고 있다.

그리고 조합원이 원하면 언제든지 이를 열람하게 하고 있다. 조합원들에게 회계 자료를 투명하고 성실하게 공개하는 것이 원칙이기 때문이다.

견강부회가 따로 없다. 노동부는 소득공제가 국민의 세금으로 노동조합의 활동을 지원하는 것이라 했다. 하지만 소득공제는 조합원이 노동을 통한 소득 중 일부를 세금으로 내고 내가 낸 세금을 법에 따라 돌려받는 것이다.

노동부가 이를 회계 공시와 연동시켜 차별적으로 적용하겠다는 것은 소득공제를 볼모 삼아 세칭 ‘돈 가지고 장난치는’ 치졸한 행위일 뿐이다.

자가당착이다. 이 장관은 입으로는 법치를 외치면서도 이렇게 중차대한 사안을 사회적 대화와 이해 당사자에 대한 의견 수렴이나 국회 심의도 깡그리 무시한 채 시행령 개정이라는 손쉬운 ‘꼼수 입법’으로 밀어붙이는 것은 전형적인 윤석열 정부의 독단적 ‘시행령 통치’이고, 화물연대와 건설노조에 해왔던 것처럼 노골적인 ‘노조 때리기’이다.

나아가 조합원을 자극해 총연합단체와 산별노조, 노동조합과 조합원을 갈라치기 위한 비열한 ‘이간계’일 뿐이다.

“장관님이 노총에 계실 때 다 사인하신 분이에요.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분이에요.”

‘내가 서 있는 자리’라는 뜻의 ‘입장’은 ‘처지’라는 말로 바꿔 쓰지만 같은 뜻이다. 내가 서 있는 곳이 다르고, 처지가 바뀜에 따라 바라보는 관점도 바뀌고 시각도 달라질 수 있다.

그때는 노동조합 회계가 ‘투명’했고, 지금은 노동조합이 ‘부패 집단’이라고 말하는 노동부 장관을 두고 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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