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인천지노위, 지부 5개에 단협 시정명령 의결
"헌법과 ILO 협약 위반한 시정명령, 행정소송 제기"

인천투데이=이재희 기자│인천지방노동위원회가 고용노동부가 '인천 지자체와 공무원노동조합이 체결한 단체협약에 내린 시정명령' 행정처분을 인용하자, 노동계에서 노사 자율을 침해한 행정처분이란 지적이 나오고 있다.

전국공무원노조 인천본부는 “윤석열 정부는 노사가 자율적으로 정하는 단체협약 내용을 불법으로 규정해 노사 자율을 침해하고 있다”며 "해당 시정명령에 따를 수 없다. 행정소송을 제기하겠다"고 4일 밝혔다.

지난 7월 13일 전국공무원노조 '고용노동부 규약과 단체협약 시정명령 규탄 기자회견'.(사진제공 전국공무원노조)
지난 7월 13일 전국공무원노조 '고용노동부 규약과 단체협약 시정명령 규탄 기자회견'.(사진제공 전국공무원노조)

앞서 정부는 지난 6월 전국공무원노조 인천본부와 각 기초단체 지부 등 공무원·교원·공공기관의 노사 단체협약 실태를 조사한 결과, 기관 179개에서 위반 요소를 발견했다며 시정명령을 요구했다.

공무원노조 인천본부 등은 노동부의 시정명령 행정처분이 부당하다며 이를 거부하고, 인천천지방노동위원회에 행정심판을 청구했다. 그러나 인천지노위는 노동부의 손을 들어줬다.

정부는 공무원노조법 8조 1항과 10조 1항, 시행령 4조를 근거로 단체협약 내 ▲조합원 혹은 노조간부 인사 시 노조와 합의 ▲타 법령보다 단체협약 효력 우선 인정 등의 내용이 법 위반 사항이라고 했다.

공무노조법 8조 1항과 시행령 4조는 '조합원 근무조건과 직접 관련되지 않는 사항인 공무원 채용·승진 등 임용권 행사, 예산·기금 집행 등을 비교섭 사항'으로 규정한다.

같은 법 10조 1항은 ‘법령, 조례, 예산에 의해 규정되는 내용은 단체협약 상 효력이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인천지방노동위원회는 지난달 29일 공무원노조 인천중구지부를 제외한 인천시·남동구·동구·미추홀구·연수구·서구·부평구·계양구 등 지부 8개에 노동부의 '단체협약 시정명령 이행' 청구를 그대로 인용했다.

"헌법과 ILO 협약 위반한 시정명령, 행정소송 불사"

이에 노동계는 노동부의 시정명령은 헌법이 보장하는 노동3권(단결권·단체교섭권·단체행동권)을 침해했으며, 국제노동기구(ILO) 협약도 위반한 처사라며 반발하고 있다.

노영민 민주노총 인천본부 노동상담소 노무사는 “이번 정부의 시정명령은 헌법 33조 1항에 명시된 노동3권 중 단체교섭권을 침해하는 것이다”고 지적했다.

또한 “이는 노사 자율 교섭과 단체협약을 존중하며, 정부 개입을 최소화해야 한다고 명시한 ILO 협약도 위반한다”며 “정부는 노사 자율에 의한 합의에 지나친 개입을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ILO 87호 협약 3조 2항을 보면 ‘공공기관은 규약 작성에 관한 권리를 제한하거나 이 권리의 합법적 행사를 방해하는 어떠한 간섭도 삼간다’고 규정하고 있는데, 이를 위반했다는 것이다.

여기에 공무원노조법 10조 2항과 시행령 제10조의 ‘효력 없는 단협에 대한 노력의무 규정'도 위반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공무원노조법 10조 2항을 보면 '정부교섭대표는 효력 없는 단체협약 내용이 이행될 수 있게 성실하게 노력해야 한다'는 내용이 나오기 때문이다.

게다가 공무원노조법 시행령 10조에 ‘정부교섭대표는 효력 없는 단체협약 내용의 이행 결과를 해당 단체협약의 유효기간 만료일 3개월 전까지 상대방에게 서면으로 알려야 한다’는 내용도 있다.

노영민 노무사는 “해당 법에 따라 결국 정부교섭대표는 효력 없는 단체협약 내용도 이행하기 위해 노력해야 하며, 단체협약 만료일까지 그 이행 결과를 상대방에게 서면으로 통보해야한다”며 “그런데도 정부는 이를 불법 단체협약으로 보고 시정명령 조치를 내렸다. 당연히 문제제기를 할 수 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배철기 공무원노조 인천본부 수석부본부장은 "조직개편이나 인사교류 시 노조와 합의하는 것 역시 조합원의 노동조건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사항이다”며 “노사 자율에 따른 합의를 불법이라 보는 정부의 판단이 부당하다”고 말했다.

추인호 공무원노조 인천본부장은 “법을 악용해 노조를 탄압하는 정부의 단체협약 불법 규정을 절대 인정할 수 없다”며 “시정명령 의결을 납득할 수 없으며, 행정소송을 제기하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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