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8월 익명의 투서로 불거진 여교사 성추행 사건이 사실로 드러났다. 일부 학교장이 여교사를 성추행한 것은 물론 교사로부터 금품을 받은 사실이 인천시교육청 감사 결과 드러났다.

감사 결과, 한 고등학교 교장은 2년 전 기간제 교사를 성추행했다. 운동회 때 여교사의 손을 잡고 어깨부터 팔꿈치까지 주무르듯이 만지면서 단상으로 이끌기도 했다. 성적 수치심을 참다못한 여교사는 같은 해 사직서를 제출했다.

이 교장은 연수나 답사 시 여교사의 손을 잡은 적이 여러 번이고, 여교사가 골반이 아팠을 때 ‘어디야’라고 하면서 만지기도 하고, 학교에서 여교사가 지나가면 가슴이나 어깨를 스쳐 불쾌감을 느끼게 하기도 했다. 하지만 감사에서 교장은 ‘친밀감의 표시로 일부 여교사의 손을 3~4회 정도 잡은 사실은 있으나, 부적절한 발언이나 신체 접촉은 없었다’고 부인했다고 한다.

자신의 회갑 잔치를 빌미로 교사들로부터 금품을 받은 학교장도 있다. 하지만 처벌은 솜방망이에 그쳤다. 시교육청은 모두 13명을 문책하기로 했는데, 징계위원회에 징계를 요구하기로 한 교장은 단 한 명뿐이다. 나머지는 모두 경고와 주의 조치 등 행정 처분만 내리기로 했다.

또한 여교사 투서 사건의 축소판으로 불린 계양구 한 고등학교 교사들의 집단 진정에 대해서도 시교육청은 솜방망이 처분했다. 감사에서 교감이 임신한 여교사에게 술 마시기를 종용한 사실이 있고, 임신한 교사에게 출산예정일을 수정할 것을 요구하고, 특수학급 학생들에게 수업 중 복도 바닥에 붙은 껌을 떼라고 지시하고, 출장비를 부당하게 수령한 사실이 드러났음에도, 경고와 인사 조치하는 데 그쳤다.

시교육청 관계자는 ‘무기명의 제보 내용이거나 제보자가 신원 보장을 원하기 때문에 조사하기가 어려웠고, 당사자는 혐의를 부인해 사실관계를 명확하게 확인하기 어려웠다’고 감사의 한계를 스스로 인정하기도 했다.

이는 학교의 수직적인 승진경쟁제도를 개선하지 않는 이상, 유사한 제보와 감사 결과가 또 반복될 수 있음을 말해준다. 교사에게 승진에 필요한 각종 가산점을 주는 학교장의 권한은 절대적이다. 대다수 교사들이 성추행이나 접대 등 부당한 대우를 받고도 쉽게 나서지 못하는 이유이다. 때문에 성추행 등에 대한 처벌 기준을 강화하는 동시에 승진 근무평정제도를 개선해야만 한다.

이번 여교사 성추행 투서로 드러난 일부 학교장의 불편한 진실이 반복되지 않게 하기 위해 공정하고 투명한 인사제도를 만드는 것이 반드시 뒤따라야 한다. 그것이 바닥에 떨어진 인천 교육의 신뢰를 끌어올리는 하나의 단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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