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은 인천청년광장 대표

이정은 인천청년광장 대표
이정은 인천청년광장 대표

인천투데이|뉴스를 보기 겁나는 요즘이다. 연일 사건 사고 뉴스가 끊이지 않는다.

폭우로 국내 곳곳에서 사람 50여명이 죽거나 실종됐다. 특수아동의 학부모가 아이 가방에 녹음기를 넣고, 이것이 증거가 돼 교사가 고소당했다.

20대 교사는 학생들을 지도하던 교실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었고, 또 다른 교사는 근무 중인 학교에서 과거 제자가 휘두른 칼에 찔렸다. 학교에서 이렇게 교사들이 죽어가는 사이, 학교 밖에서는 학생들이 죽었다.

하루에도 몇 번씩 살던 곳 근처에서, 직장 근처에서 청소년과 청년의 자살 소식이 들려온다. 번화가에선 무차별 살인으로 많은 사람이 죽거나 다쳤다. 흉기를 소지한 채 번화가를 다닌 사람들을 곳곳에서 검거했고, 시민들의 불안함은 극에 달했다.

‘어디에서 몇 명을 죽이겠다’는 살인예고 글을 올린 사람 60여명을 검거했는데, 그중 절반이 청소년이었다.

불과 몇 주간 많은 일이 있었고 뉴스를 보면서 슬프고, 속상하고, 화도 났지만 불편했다. 단발성으로 나오는 자극적인 기사가 독자들에게 이야깃거리로 발화될 때를 생각해보자.

폭우로 인한 사망사고에는 ‘왜 비 많이 오는데 돌아다녀서...’라는 댓글이 달리고, 교사들의 극단 선택과 고소고발 기사에는 ‘요즘 부모들이 극성’이라고 말한다.

청소년과 청년의 자살 기사에는 ‘성적이 떨어져서, 업무가 과중해서 스트레스가 많았나보네’ ‘원래 사람이 심약한가보다’는 식의 이야기를 하고, 무차별 살인은 ‘저 가해자들이 아주 나쁜 사람들이네’ ‘정신질환자는 역시 가둬놔야 해’라는 이야기를 한다.

비단 뉴스의 독자 뿐만 아니라, 사건 해결의 책임이 있는 정부의 관계자들도 이렇게 말한다. 사회적 맥락을 없애고, 개인의 선택으로만 치환된 수많은 참사와 사건들을 거치며, 시민들은 국가가, 회사가, 학교가, 시스템이 나를 지켜주지 않는다는 것을 배웠다.

국가와 사회는 사회적, 경제적, 재난적 위험이 다중적으로 펼쳐지는 이 위험사회에서 각자가 알아서 대처하고 살아남기를 주문한다.

그런데, 이렇게 이야기해도, 이렇게 생각해도 괜찮은걸까. 사건에 관련된 개인의 ‘개인적 선택’으로만 바라봐도 괜찮은걸까. 물론 개인의 선택도 분명 있지만, 비슷한 사건이 국내 곳곳에서 하루가 멀다하고 일어나고 있기에, 몇 몇 사람들을 욕하고, 단죄하는 것으로는 재발의 가능성을 막을 수 없다.

가해자의 얼굴을 바꿔 비슷한 형태로 계속해서 반복될 것이다. 개인의 선택으로만 치부한다면 우리 사회는 더 나아질 수 없다.

그래서 우리에겐 더 많은 질문이 필요하다. 피해자를, 혹은 가해자를 탓하는 이야기를 멈추고, 또 다른 모습으로 다가올 참사와 사건을 막기 위한 질문을 나눠야 한다.

태풍이 온 것도 아닌데 왜 폭우로 그 많은 사람들이 죽어야 했을까. 날로 심각해지는 기후재난의 시대에, 우리 사회는 어떻게 대응하고 있는걸까.

특수아동에 대한 공교육은 어떻게 이뤄지고 있을까. 교사와 아동을 위한 적절한 지원과 제도가 있는걸까. 교사를 비롯한 모든 노동자의 ‘안전하게 일할 권리’는 지켜지고 있을까.

무엇이 이 땅의 청소년과 청년을 극단 선택으로 몰고 가는 것일까. 무차별 살인의 가해자들이 ‘가해자’가 되기 이 전에, 우리 사회는 그들을 어떻게 대했을까.

질문이 던져지고, 보다 많은 시민들이 질문에 대한 저마다의 생각을 나누고, 국가와 시스템이 이 생각들을 모아 해법을 모색할 때, 우리는 우주와도 같은 소중한 생명을 지켜내고, 더 빈번해지고 심각해지는 사회적 위험을 함께 대응할 수 있을 것이다.

그 때에야 비로소 사건, 사고를 접하며 불안함과 불편함만 느끼는 지금의 이 마음이 해소될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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