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명사업비 6억원·미디어아트 설치비 6억9000만원
“전쟁 미화 귀결 가능성·적은 통행량... 설치 부적절”
인천시 “안전예방과 야간 관광 명소 조성 위해 필요”

인천투데이=박규호 기자│인천시가 13억원을 들여 연수구 외곽 인천상륙작전기념관에 조명, 미디어 아트(대충매체 조명 등을 활용한 예술) 등 야간 경관 조성을 추진하고 있다. 찾는이도 별로 없는 데다 반드시 필요한 시설이라고 보기도 어려워 혈세 낭비라는 지적이 나온다.

10일 <인천투데이> 취재를 종합하면, 인천시는 인천상륙작전기념관에 조명과 미디어 아트를 설치해 시민에게 안전하고 쾌적한 야간 관광 명소로 조성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수구 옥련동 인천상륙작전기념관 내 기념석비.
연수구 옥련동 인천상륙작전기념관 내 기념석비.

시는 이를 위해 조명 사업비 6억원과 미디어아트 제작·설치 사업비 6억9000만원을 투입해 설치를 진행하고 있다.

앞서 인천시는 인천상륙작전기념관에 조명과 미디어 아트를 설치하기 위한 연구용역을 진행했고, 정부로부터 특별교부세 10억원을 받아 야간 경관 조성을 하고 있다고 했다.

인천상륙작전이 6.25 전쟁의 큰 분수령이 됐지만 정전협정 70주년을 맞이해 전쟁위협을 감소시키고 평화를 강조해야 할 때에 동족 상잔의 비극을 낳은 전쟁을 미화하는 데만 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인천상륙작전으로 수많은 민간인이 폭격에 희생됐는데 이 같은 측면은 고려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사람이 통행이 많은 곳이 아닌데 예산 낭비를 하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나아가 인천시는 십수억원을 들여 올해 9월 15일 인천내항 1·8부​​​​두​​​에서 대대적인 인천상륙작전 전승절 기념행사를 계획하고 있어 예산 과잉 투자라는 지적까지 나온다.

이성재 6.15공동선언실천 인천본부 상임공동대표는 “인천상륙작전기념관에 야간 경관을 조성한다는 것은 전쟁 미화로 귀결될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어 “인천상륙작전기념관에 전시된 내용은 전쟁이 다시 벌어지면 안 된다는 내용이 아니라 전쟁에서 승리했다는 내용 뿐이다”라며 “승리했다는 내용만 강조하는 곳을 아름다운 조명으로 꾸민다는 것은 전쟁을 아름답게 표현하는 것과 다름없다”고 비판했다.

아울러 이성재 공동대표는 “도시를 아름답게 꾸미는 것은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하지만 여름철 전기량이 급증하면서 전기가 부족해 기존 설치된 관광지 야간 조명도 끄고 있는 데 지금 굳이 설치하는 것이 마땅한지 모르겠다”고 지적했다.

이 대표는 또 “게다가 인천상륙작전기념관은 시민 통행이 많은 곳이 아니다”며 “저녁이 되면 유동 인구가 더 없다. 인천상륙작전기념관에 야간 경관을 조성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인천상륙작전기념관이 이미 낡아서 고쳐야 할 곳이 많다고 알고 있다”며 “예산이 있다면 고쳐야 할 곳을 먼저 고치는 게 우선이고, 동족상잔의 전쟁이 가져다 준 비극을 되새기며 평화의 소중함도 같이 알게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인천시 도시경관과 관계자는 “기념관 주변이 밝지 않아 안전하지 못한 부분도 있다”며 “안전, 범죄예방 등을 위해 조명을 설치하고, 야간관광을 활발히 하기 위해 기념관에 미디어 아트를 설치하는 것”이라고 답했다.

저작권자 © 인천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