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약고 인근 건물 다수... 고무줄 잣대 납득 어려워”
연평부대 “의견만 전달할 뿐, 결정권은 옹진군에”
옹진군 “현행법상 군부대 의견 따를 수밖에 없어”

인천투데이=이재희 기자│인천 옹진군 연평도 한 주민이 마을기업 설립을 위해 옹진군에 건축허가를 신청했으나, 옹진군이 군부대 의견을 이유로 허가하지 않았다.

연평도는 수도권이면서 접경지역이라 수도권규제와 군사규제 등 안 그래도 주민의 기본권에 제약이 많은데, 건축허가까지 군부대 의견에 좌우되는 행정이 주민 재산권을 침해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8일 연평도 주민 A씨(61)는 “지역 주민 일자리 창출을 위해 수산물가공시설을 지어 마을기업을 운영하려 했다. 그러나 옹진군은 인근 군부대가 동의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건축허가를 반대했다”며 “이는 명확한 주민 재산권 침해로 그 피해가 막심하다”고 말했다.

연평도 탄약고 인근 네이버 지도 사진.(출처 제보자)
연평도 탄약고 인근 네이버 지도 사진.(출처 제보자)

앞서 A씨는 연평도 수산물을 판매하는 마을기업 설립을 목적으로 옹진군 연평면 연평리 652 일대 토지 약 2274㎡(688평)을 매입하고 2021년 7월 옹진군에 건축허가를 신청했다.

연평도는 ‘군사기지 및 군사시설보호법(이하 군사기지법)’ 상 군사시설 제한보호구역으로 지정돼 있다. 이에 따라 건축물을 신축 또는 증축할 경우 관련 행정기관의 장은 관할 부대의 부대장과 협의해야 한다.

옹진군의 요청에 인근 군부대인 연평부대는 ‘탄약 및 폭발물 안전관리 기준’을 근거로 탄약고로부터 381m 내 건축허가에 동의할 수 없다는 이유로 반대 의사를 밝혔다.  해당 토지는 군부대 탄약고로부터 261m 떨어져 있다.

이처럼 군부대가 탄약고와 거리를 이유로 반대 의견을 전달하자  2021년 8월 옹진군은 건축허가를 내줄 수 없다며 A씨에게 ‘건축허가 불가’ 공문을 전달했다.

하지만 A씨는 군부대의 이 같은 의견이 '이현령 비현령'이며, 이 같은 원칙 없는 의견에 따라 좌우되는 옹진군의 행정 처분도 이해할 수 없다며 반발하고 있다.

실제로 탄약고 381m 반경 내엔 이미 건축허가를 신청했던 연평초·중·고교와 성당, 연평부대 관사 등 다수의 건물이 들어섰기 때문이다. 심지어 A씨가 건축허가를 신청한 토지 바로 옆에는 아파트가 있고, 뒤편에는 연평면사무소가 들어서 있다.

A씨는 “접경지역인 연평도의 대부분 면적은 군사기지법의 적용을 받고 있어 건축허가를 받기 위해선 연평부대를 필수적으로 거쳐야 한다”며 “하지만 군부대의 '이현령 비현령' 의견에 따라 그대로 행정 처분이 이뤄지고 있고 이로 인해 주민들이 피해를 보고 있다. 이는 심각한 주민 재산권 침해다”고 강조했다.

이어 "어떤 기준으로 건축허가를 반대한 건지 옹진군과 군부대에 물어도, 서로 책임 떠넘기기만 하고 있다"며 "군부대 의견에 좌우되는 고무줄 잣대 행정이 계속돼선 안 된다. 명확한 지침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이를 두고 옹진군 관계자는 “현행 군사기지법상 신축 건물을 짓기 위한 군의 의견에 따를 수 밖에 없었다”고 밝혔다.

연평부대 관계자는 “국방부 기준에 따라 심의한 뒤 적절히 조치한 것이다”며 “군부대는 의견만 전달할 뿐 건축허가 결정권은 없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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