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나현 시립동작청소년성문화센터장

윤나현 시립동작청소년성문화센터장
윤나현 시립동작청소년성문화센터장

인천투데이|어느새 열두 살이 된 아이. 양육자 ㄱ씨는 아침저녁으로 깜짝 놀란다. ‘언제 키우나’ 싶었는데, 몸 여기저기 제법 ‘어른 티’가 난다. 하는 짓은 아직 아기지만, 덩치는 어느새 품 안을 벗어났다. 이것저것 질문이 늘어나는데 난감할 때가 한 두번이 아니다.

양육자 ㄴ씨의 아이는 얼마 전 깜짝 놀랄만한 얘기를 했다. 친구가 어떤 동영상을 보여줬는데, 자꾸 생각이 난다는 것이다. 자세히 물어보자니 추궁으로 여길까 싶어 시간을 두고 살피는 중이다. 하지만 그 뒤로 스마트폰을 들고 있는 아이에게 자꾸 눈길이 간다.

성교육 현장에서 만나는 양육자들의 이야기이다. 아이의 성교육을 어떻게 할 것인가는 양육자들에게 큰 고민거리이다. 본인들의 세대와는 다르게 학교에서 정식으로 성교육을 받는다는데, 아이와 대화를 나누다 보면 꼭 그런 것 같지 않다.

그동안 학교 성교육의 중요성에 대한 사회적 요구는 점점 커졌다. 교육부 소관의 ‘교육기본법’ ‘학교보건법’ 등에 의해 현재 학교에서 성교육을 연 15시간 이상을 하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성교육에 대한 만족도는 현저히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난다. 초등젠더교육연구회 ‘아웃박스’가 2020년 초등학생 142명, 중·고등학생 76명, 성인 395명을 조사한 결과를 보면 초등학생 8.6%, 중·고등학생 41.6%, 성인 70.1%가 ‘학교 성교육이 불만족스럽다’고 답했다.

‘매번 반복되는 이야기’, ‘지루한 시간’ 이라는 오명이 늘 성교육에 따라다닌다. 하지만 더 큰 문제는 단순히 재미가 없다는 것만이 아니다. 성 관련 뉴스가 보도될 때 반드시 등장하는 이야기 중 하나가 ‘성교육에 형식적’이고 ‘겉핥기 수준’이라는 것이다. 15시간이라는 양보다 그 시간의 질이 문제시 되는 것이다.

이에 실생활에 기반한 구체적이며 도움이 되는 성교육이 필요하다고 전문가들은 하나같이 입을 모아 이야기한다. 하지만 현실은 요원해보인다. 변화된 사회문화에 맞는 성교육이 필요하다고 말하지만, 성을 둘러싼 우리 사회의 태도가 사실상 크게 변화하지 않기 때문이다.

교육 현장에서 만나는 양육자들에게 어떤 성교육을 원하시는지 질문을 던져본다. 많은 사람이 ‘실질적이고 구체적이며 도움이 되는 성교육’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다만 이러한 교육이 ‘너무 적나라하지 않았으면’ ‘호기심을 부추기지 않았으면’ 한다는 답을 들을 수 있다.

하지만 실질적이고 구체적이라는 것은 ‘있는 그대로 드러내는 것’을 의미한다. 그런데 성에 관해 있는 그대로 드러내면 사람들은 바로 불편함을 느낀다. 벗은 몸을 그려놓은 그림책도 ‘음란하다’고 하는 주장이 현실에서 통용되기도 하니 오죽하랴. 벗은 몸도 없이 몸의 감각, 감정, 생각에 대해 말하고 이를 교육하기란 기적에 가깝다.

성을 있는 그대로 드러내는 것에 불편한 마음이 드는 것은 일면 이해가 된다. 많은 양육자들이 성교육을 받은 경험이 없다. 또한 우리 사회가 벗은 몸, 성을 드러내놓고 말하는 것에 대해 여전히 낯선 감정, 거부감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결과 실질적이고 구체적인 교육은 ‘적나라하다’라는 말로 쉽게 연결돼 원점으로 돌아온다.

그렇다면 호기심을 부추긴다는 것은 어떨까. 모든 앎은 호기심에서 출발할 때 가장 교육 효과가 좋다. 자신에 몸에 관한 관심에서 시작해 성적 욕구와 행동에 관한 질문은 자신과 타인의 성을 이해하고 알아가는 것에 핵심적인 과정이다.

그리고 이때의 호기심은 부추겨지는 것이 아니라, 해소에 가깝다. 자신과 타인에 대한 호기심에서 시작해 나와 다른 존재에 대한 이해와 관심으로 채워지는 것이다.

희망적인 것은 여전히 ‘아이들이 성에 관해 알아서 좋을 게 없다’는 입장의 사람들도 일부 있지만, 대부분의 양육자들은 자신의 아이가 성에 관해 정확히 알기를 원한다. 그리고 성적으로 안전하고 행복하게 살아가기를 바란다는 사실이다.

필자의 기관에서는 교육신청서에 별도로 교육 요청사항을 직접 적게 돼 있다. 여기에 가장 많이 적히는 주문사항이 ‘실제로 도움이 될만한 실질적인 성교육을 원한다’이다. 많은 이들이 자신에게 조금 낯설고 불편하더라도 ‘적나라한’ 성교육이 필요하다고 느끼며 이를 받아들이려고 노력하고 있다.

모순된 기대와 요구 때문에 성교육이 갈 길을 잃지 않고 애초의 목적, 몸과 성에 대한 지식, 그 지식이 갖는 의미, 성적 감각과 감정, 생각으로 자신을 이해하고 존중하는 것, 자신과 타인의 성을 평등하게 대하는 교육. 정말로 살아가는데 도움이 되는 성교육, 이제 시작돼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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