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대 인천시의회 손민호 전 의원

손민호 전 인천시의원.
손민호 전 인천시의원.

인천투데이ㅣ푸코의 ‘감시와 처벌’에 의하면 판옵티콘 체제를 모델화하여 정치권력 또는 시장권력은 그 권력을 유지할 규율을 사회 전반에 걸쳐 밑바닥부터 작용시키고 있다. 현재 윤석열 정부는 체제 유지를 위해 어떤 규율을 작용시키고 있는가.

얼마 전 행정안전부는 주민자치 활동의 근간이 되는 주민자치회 표준조례 개정안을 내놓았다. 주민자치회는 풀뿌리민주주의를 강화하면서 시민들의 참정권 확대로 자신들의 기본권인 사회권을 직접 민주주의의 발전으로 보장하기 위한 활동이다.

그런데 행안부 주민자치회 개정안은 민주주의의 후퇴가 우려된다. 개정안은 주민자치회 위원으로 지원하기 위한 6시간 교육 이수제 폐지, 교육받은 인원 중 공개 추첨 방식에서 동장들이 일부 위원을 위촉하는 것으로 변경, 주민자치회 위원 축소, 간사 또는 사무국 설치 근거 삭제, 자치계획수립 의무규정 자율 선택 등의 후퇴하는 안을 담고 있다.

주민자치회가 자치행정에서 행정과 명실상부한 협력 상대 위상을 지니는 데 필요한 내용들을 전면 수정해 버렸다.

주민자치회는 풀뿌리지방자치의 소통과 협치의 대상이지 행정 체계상 전달체계가 아니다. 그러나 이 정부는 주민자치회가 그저 행정의 전달체계로 남아 있기를 바라는 것 같다.

자치권, 시민권은 잊어버리라고 후퇴하는 조례로 규범화하고 있다. 주민자치회, 지역사회보장협의체, 시민사회단체는 지역에서 공동체를 구성하는 핵심 일원이다.

그런데 행안부 개정안은 이들에게 사회복지 행정의 최하위 전달자로서 돌봄사업, 공동체마을만들기 사업이나 하라는 것이다. 시민권, 참정권 등 민의 자치 권력은 사라지게 하고 그저 지방자치 행정체계의 전달자로만 복무하라는 것이다.

지방분권 확대로 정부의 권한이 지역으로 이양되면 그만큼 시민들의 정치참여 기회가 확대되고, 시민의 사회권이 확대되는 방향으로 사회가 발전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가 있었다.

사회권은 헌법이 보장하는 기본권이다. 국민이 국가에 인간다운 생활을 보장할 것을 요구할 수 있는 권리다. 대한민국 헌법이 보장하는 사회권에 해당하는 기본권으로 인간다운 생활을 할 권리, 교육을 받을 권리, 노동할 권리, 노동 3권(단결권, 단체교섭권, 단체행동권), 쾌적한 환경에서 살아갈 권리인 환경권, 혼인·가족·모성보호·보건에 관한 권리 등이 있다.

지방분권 확대를 토대로 한 풀뿌리민주주의 확대와 주만자치회의 제도화를 통해 주민자치 활성화로 시민의 사회권 확대를 지역에서, 풀뿌리 현장에서 보장하고 실현할 수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했었다.

주민자치회는 지역에서 공공영역에 참여하는 공식 의사결정기구이다. 그러나 행정은 주민자치회를 행정 전달체계의 하부 조직으로만 여기고 있다는 생각을 지우기 어렵다. 행정안전부와 광역시도 행정국, 기초단체 자치행정과, 동별행정복센터, 주민자치회로 이어지는 행정의 전달체계의 최하부 조직으로 인식하고 있다.

사실 인천시는 전임시장 시절인 민선 7기 때 이 전달체계로만 인식하는 주민자치회에 변화를 주었다. 주민자치회를 지방자치 발전을 위한 소통과 협치의 대상으로 인정하고, 주민자치회와 협력할 파트너도 행정국에서 소통협력담당관으로 변경했다.

그러나 이 실험은 4년 만에 정권이 바뀌면서 수포로 돌아가는 형국이다. 주민자치회 표준조례안이 과거 동정자문위원회 수준으로 후퇴하는 것으로 변경됐으니 말이다.

푸코가 말하는 ‘규율화 된 권력’에 저항하려면 그 이면에 깔린 본질을 파악하고 협동과 연대로 저항에 나서야 한다. 규율권력은 주민의 최고의결기구인 주민자치회를 무력화시키기 위해 철저하게 전달체계 이상의 권한을 주려고 하지 않는다. 적당한 정도의 사업비만을 지원하며 주민 역량을 행정사업을 수행할 대상으로 전락시킴으로써 주민의 자치 역량을 강화하고 사회권을 향한 관심과 공론장 형성을 막고 있다.

지역사회보장협의체 또한 주민자치회가 후퇴하는 것과 마찬가지의 수순을 밟고 있다. 각종 마을만들기 운동도 그저 행정 주도하는 사업에만 매몰돼 운동(movement)으로서 역할을 잃고 길을 헤매고 있다.

주민자치회, 보장협의체, 마을공동체가 영국의 작업장(사업방식) 방식처럼 추진할게 아니라, 스웨덴처럼 도서관에 모일 수 있는 학습 모임으로 조직돼야 한다. 빅소사이어티 차원(정부에서 광역시도와, 기초단체, 동행정복센터 체계의 상명하달 조직)의 사회복지가 아니라, 주민이 사회권을 인식하고 그 사회권을 바탕으로 주민이 직접 주민자치 확대와 사회권 보장을 주장하는 '스트롱소사이어티(시민의 사회권 활동이 활발한 사회)'로 나아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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