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은 인천청년광장 대표

이정은 인천청년광장 대표
이정은 인천청년광장 대표

인천투데이|얼마전 미국의 <CNN>에서 한국의 ‘노키즈존’을 조명했다. ‘세계에서 출산율이 가장 낮은 국가에서 노키즈존이 성행하는 것에 대한 타당성을 두고 의구심이 고개를 들고 있다’고 보도한 것이다.

<CNN>은 노키즈존이 제주도에만 80곳, 전국적으로 400곳 이상 운영되고 있다고 파악했다. 한국에서 2021년 진행한 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사업주가 행사하는 정당 권리이자 다른 손님에 대한 배려’라는 이유로 노키즈존 운영을 허용할 수 있다는 응답이 70%가 넘는 수준에 다다랐다.

저출산 문제 해결을 위해 결혼, 출산을 장려하지만 현실에서 육아는 ‘노키즈존’을 피해다니며 사람들 눈치를 봐야 하는 것인가.

한국의 저출산 문제는 세계적으로 유래를 찾아보기 힘들 정도의 문제를 겪고 있다. 한국의 합계출산율은 0.78명으로 OECD 평균인 1.59명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 합계출산율이 1명을 넘지 못하는 OECD 국가 중 유일한 나라다.

소위 말하는 ‘인구절벽’의 문턱에 와있다. 인구절벽은 급격한 인구감소로 인해 주로 생산가능인구(만 15~64세)가 급격히 줄고 고령인구(만65세 이상)가 급속도로 늘어나는 현상을 말한다. 인구절벽 사회의 가장 큰 문제점은 생산성 저하에 따른 저성장, 경기 저하에 따른 장기 침체로 국민 경제가 어려워지는 현상을 말한다.

저출산 문제는 국가적으로 나서서 해결해야 하는 문제임이 틀림없다. 그러나 지난 3월 말 윤석열 정부가 내놓은 저출산 대책은 저출산 문제의 대반전을 이뤄내기에는 역부족으로 보인다.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에서 저출산 원인으로 꼽았던 내용을 보면 ▲노동시장 격차와 불안정 고용 증가 ▲교육에서의 경쟁 심화와 결혼‧출산 실현을 가로막는 주택 가격 ▲성차별적 노동시장과 돌봄공백 ▲전통적·경직적인 가족 규범과 제도의 지속 ▲청년층의 인식과 태도 변화 등이 있었는데, 윤석열 정부의 정책에선 ‘성평등’한 사회에 대한 비전은 빠져있다.

뿐만 아니라 가족규범 제도에 대한 개선 의지도 부족하다.

실제로 성평등 문제는 저출산 문제 해결의 핵심적인 요소로 지목되고 있다. 2015년 스웨덴의 한스 로슬링 교수는 경향신문과 한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스웨덴은 인구정책이 아니라 성평등과 관련된 변화에서 출산율이 반전됐다.”

한편, 경제성장을 이룩한 국가에서는 성평등 수준이 높을수록 출산율이 높게 나타나는 것을 이론화하기도 했다.

공정영역에서 동등한 기회의 평등 수준을 이룩한 국가들에서 여성들의 경제력, 의식수준이 향상되면서 가족내에서 가사와 양육, 돌봄의 일차적인 책임자도 되고, 일터에서도 실력있는 사람이 되는 어려운 길을 선택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여성은 불평등한 삶보다는 다른 대안적인 삶을 선택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또한 가족규범에 대한 인식, 제도적 지원도 출산율과 상관관계가 있다. 프랑스는 비혼출산율이 60%를 넘고, OECD 평균도 40%에 달한다. 반드시 혼인을 해야만 아이를 가질 수 있는 문화, 소위 ‘정상가족’에 대한 신념이 한국에서는 아직도 확고한 것 같다.

하지만 2022년 통계청 여론조사에서 비혼 출산에 긍정적인 응답이 34%로 집계됐다. 2020년에 비해 4%p 상승했는데 급격한 변화를 보였다.

다시 <CNN>의 보도를 보면, ‘한국의 젊은이들이 높은 부동산 가격과 장시간 근로, 경제적 불안감등으로 압력을 받고 있다’고 언급했다. <CNN>도 왜 한국의 청년들이 결혼하지 않고, 결혼하더라도 아이 낳기를 주저하는지 알고 있다고 보인다. 불안한 나의 삶에 나의 아이마저 불안하게 만들고 싶지 않은 마음이 적지는 않을 것이다.

윤석열 정부가 저출산 대책이라고 내놓은 것들 중 대표적인 정책으로는 ▲아이돌봄 서비스, 시간제 보육 확대 ▲유보통합 시행, 늘봄학교 전국 확대 ▲일·육아 병행 지원 제도 이행력 강화 ▲육아기 단축근로 및 유연근무 활성화가 있다. 출산 후 육아를 ‘어느 정도’ 지원하는 것이다.

한국의 저출산 문제는 이제 육아지원의 문제를 넘어섰다. 개인들의 삶의 불안이 해소되어야 한다. 정상가족 규범에서도 탈피해야 하며, 성평등 문제도 핵심의 문제로 받아들여야 한다.

나아가 ‘노키즈존’으로 대표되는 어린이 혐오 역시 마찬가지다. 물론 노인, 성소수자 등 모든 혐오를 멈춰야 한다. 혐오와 차별을 멈추고, 청년들의 삶에 미래를 꿈꿀 여유와 안정을 줄 때 저출산 문제는 해결될 수 있다.

저작권자 © 인천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