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해5도평화운동본부 정책위원장 조현근

“오징어게임, 솔로지옥 나왔던 그 섬들 갔다 올 수 있나요?”

“그래도 풀등 한번 밟아야죠. 돈 드릴테니 가면 안 되나요?”

인천 옹진군 이작도에 계시는 주민이 섬을 찾는 사람들한테 자주 들었던 얘긴데 막상 섬에서 해줄 수 있는 게 없다고 한다.

지난 4월 미국 워싱턴DC에서 윤석열 대통령과 넷플릭스 대표는 향후 4년 동안 3조3000억원 케이(k)콘텐츠에 투자하기로 밝혔다. 당시 윤 대통령은 “넷플릭스와 함께라면 어떤 파도도 걱정 없을 것 같다”며 “우리 창작자들이 넷플릭스와 함께 마음껏 기량을 펼칠 수 있게 저부터 열심히 뛰겠다”라고 말했다.

세계 190여개국 2억3100만 넷플릭스 가입 가구 중 60% 이상이 한국 콘텐츠를 시청하고 있다고 한다. 화제의 드라마였던 오징어게임의 배경 선갑도와 한국 예능 최초로 넷플릭스 전 세계 TV쇼 부문 시청률 5위를 차지한 솔로지옥의 사승봉도 모두 인천 옹진군에 속한 섬이다.

최근 무허가 세트 논란이 된 솔로지옥3 촬영지였던 ‘대이작주변해역 해양생태보전지역’은 과거에 옹진군과 제작사가 협의해 시즌1과 2를 촬영했던 곳이다. 때문에 이번에만 행정절차에 갈등이 불거진 게 선뜻 이해가 안 간다. 지자체 행정 서비스의 문제인지 제작사의 도덕적 문제인지 모르겠지만 그동안 사람과 물자를 어떻게 무인도에 수송했는지도 의문이다.

현재 해양보호구역에 속한 이작도 앞 풀등과 사승봉도, 상공경도, 하공경도 등 무인도에 갈 수 있는 배편은 없다. 행여 섬 주민이 어선으로 승객 수송 시 해당 주민은 형사처벌이나 행정처분을 받게 된다.

과거 이곳을 찾는 방문객의 경우 대이작도 유선과 정주 어민들의 어선을 이용했다. 하지만 몇 년 전 옹진군이 섬 주민의 어선 승객 규제를 강화해서 이제는 갈 방법이 없다.

반면 전남 신안군은 섬 어선들이 무인도, 갯바위 등에 승객을 안내할 때 최대승선 인원수를 제한해서 타게 하고, 타 어선 환승과 야간 항행 가능어선에 탑승도 허용하고 있다.

대이작도생태마을에서 펼쳐진 2017년 풀등 결혼식(좌)과 2018년 생태체험(우)
대이작도생태마을에서 펼쳐진 2017년 풀등 결혼식(좌)과 2018년 생태체험(우)

그런데도 해수부는 무인도 낭만 여행지 추천지로 사승봉도를 홍보하고, 행안부와 한국관광공사는 올해 여름철 휴가를 즐기기 좋은 국내 섬 5곳에 이작도 풀등을 선정해 홍보하고 있다. 현장에선 이동 규제로 갈 방법이 없는데 정부는 가라고 한다.

육지 어느 장소에서 차로 인해 인사 사고가 났다고 그곳을 막거나 자동차 자체를 없애지 않는다. 사고의 원인을 밝혀 재발 방지와 안전을 강구 하는 것이 상식적 행정이다.

그러나 섬 행정은 과거 무인도와 풀등에서 사고가 나서인지 별 대안이 없어서인지, 아니면 급한 게 없어서 그런 건지 사실상 접근 자체를 막고 있어 보인다.

주민들이 해양보호구역 내에서 섬과 거점을 운영하는 어선의 승객 규제 완화, 유도선 지자체 도입, 안전관리 방안 등을 제시해봤자 행정은 재량행위와 예산 문제를 들먹이며 복지부동하고 있다.

인천시와 옹진군 스스로 본인들의 행정편의를 위해서 시민들의 관광편의와 직결되는 이러한 규제를 하고 있으면서, 정부를 상대로 수도권 역차별 지역인 옹진군의 규제 완화를 말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특히, 인구소멸에 처한 섬 주민들의 소득과 직결된 사안은 규제의 대상이 아니라 어떻게든 지자체가 제도적으로 양성화하기위해 노력해야 하는데도 별 의지가 없는 것 같다.

이미 덕적면과 자월면 지역 섬 인구피라미드는 역삼각형을 넘어 고령층으로 뭉쳐서 떠 있는 원반형이다. 노인과 바다가 된 이곳의 노령화지수(유소년인구 100명당 노인 수)는 국내 평균 163의 7배가 넘는 1187이나 된다. 인구 소멸지수도 0.09로 고위험 권역이다.

인천 옹진군 덕적면과 자월면 지역 유인도 11개 인구현황 그래프(2023년 5월 주민등록인구 통계기준)
인천 옹진군 덕적면과 자월면 지역 유인도 11개 인구현황 그래프(2023년 5월 주민등록인구 통계기준)

얼마 전 큰 애가 “바다 갈매기는 왜 새우깡을 먹어요?”라고 물어본 적이 있다. 이유를 찾아봤더니 갈매기는 새우 향이 나는 과자를 새우로 착각하고 먹는다고 한다. 갈매기 생태 사슬에도 부정적 영향을 준다고 한다.

국회입법조사처가 작성한 ‘섬 지역 관리현황과 향후 과제’를 보면 “섬 지역의 소멸은 단순히 지방소멸을 넘어서 국가의 영역 손실로 이어질 수 있으므로 철저한 대비가 필요하다”라고 심각성을 보고 했다. 그러나 새우깡 같은 섬 행정은 여전하다.

지금 인천 바다를 지키는 섬들은 현상 유지를 위한 연료조차 고갈되고 있다. 섬의 낡은 정책 엔진을 과감히 교체해야 할 시기다. 당장 섬을 권역별로 특화한 해양관광산업 고도화, 기회발전특구 지정, 평화경제특구 추진, 해상풍력 집적화단지 조성 등 교체할 수 있는 모든 성장 엔진을 찾아야 할 판이다.

지도자의 말은 신(信)이 앞서야 령(令)이 바로 선다. 대통령의 생각이 말로 명확히 드러나야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대통령의 말을 행정에 글로 온전히 담아 제도화시켜 적시 적소에 시행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지도자의 뜻이 주민들 일상에 닿는 건 결국 행정 행위로 나타나기 때문이다.

윤석열 대통령의 “넷플릭스와 함께라면 어떤 파도도 걱정 없을 것 같다”란 말은 지각이 없는 인천 앞바다 파도를 넘지 못하고 있고, “저부터 열심히 뛰겠다”란 말은 TV쇼 솔로지옥에 갇혀 혼자만 뛰고 있다.

저작권자 © 인천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