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수연 인하대 프런티어학부대학 교수

류수연 인하대 프런티어학부대학 교수
류수연 인하대 프런티어학부대학 교수

인천투데이|코로나19 이후 문화 지형도는 확실히 달라진 것 같다. 그도 그럴 것이 코로나가 변화시킨 것은 바로 우리의 일상 그 자체였기 때문이다. 그 중에서도 웹 플랫폼의 성장은 우리 문화 전반에 가장 큰 지각변동을 야기했다.

비대면 사회의 확장 속에서 거듭 성장해온 웹 플랫폼 산업은, 그간 문화적 기반을 형성해왔던 모든 미디어에 균열을 내면서 명실상부한 문화콘텐츠 산업의 신흥강자로 등극했다.

이러한 변화는 대학생들의 진로탐색에서도 나타난다. 수년 전만 해도 문학을 포함한 문화 관련 전공 학생들의 진로는 다소간 평이했다.

방송사를 비롯한 영상콘텐츠를 제작하는 엔터테인먼트로의 진출이 가장 큰 로망이었고, 광고나 홍보 분야에 대한 관심도 높았다. 진로로서 뉴미디어의 전망은 아직은 뚜렷하지 않았던 상태였던 것이다.

그런데 최근에는 그 변화가 보다 뚜렷하다. 특히 두드러지는 것은 문학 전공 학생들의 진로가 다양해졌다는 것이다. 과거 글쓰기와 독서를 선호하는 학생들 같은 경우, 직접적으로 작가가 되기를 지망하는 학생이 아니라면 대부분의 선택지가 출판사였다.

문학잡지나 학술지를 발간하는 출판사에 입사를 준비하기 위해 여러 출판학교 입학을 준비하는 경우도 많았다. 그러나 최근에는 이렇게 문학 전공에 적합하다 할 수 있는 학생들조차 다른 진로를 꿈꾼다.

실제로 많은 학생들이 웹 플랫폼에서 제공되는 콘텐츠와 관련된 산업으로의 진출을 가늠하고 있다. 유튜브 콘텐츠 제작과 관련된 진로에 대한 관심은 이제는 일상적인 진로탐색의 한 과정으로 변화했고, 웹툰이나 웹소설·웹드라마 같은 신흥 플랫폼 콘텐츠에 대한 관심은 그 어느 때보다 높다.

취업지망생들이 지원하는 인턴과정 중에서도 이러한 웹 플랫폼 관련 콘텐츠 기업들의 비율이 점차 높아지고 있다.

인천 한국근대문학관의 홈페이지 갈무리.
인천 한국근대문학관의 홈페이지 갈무리.

이러한 변화는 지역의 문화영역에서도 드러난다. 최근 인천 한국근대문학관이 진행하고 있는 웹소설 쓰기 교육프로그램이 대표적이다. ‘웹소설이 있는 저녁-나도 웹소설 작가’ 프로그램은 그 자체로 낯선 기획은 아니지만, 교육이 이뤄지는 장소가 한국근대문학관이라는 점에서 흥미롭다.

문학관이란 문학 관련 자료를 수집·보관하고 관련 전시나 교육 등을 진행하는 장소이다. 이 모든 것을 관통하는 것은 작품과 그것을 둘러싼 ‘가치’이며, 문학관의 기능이란 그 가치를 축적하고 공유하는 일이다.

불과 수년 전만 해도 웹소설은 그저 킬링타임용 읽을거리로 취급되는 스낵컬쳐로 인식됐을 뿐이다. 따라서 전국 유일의 공공 종합 문학관을 표방하는 한국근대문학관 교육 프로그램의 하나로 ‘웹소설 쓰기’가 선택되었다는 것은 결코 예사롭지 않다.

그것은 웹소설이라는 새로운 장르 역시, 축적되고 공유되어야 한다는 문학사적 가치가 새롭게 부여되고 있음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러한 흐름이 이질적인 것만은 아니다. 사실 한국근대문학관의 지난 행보를 본다면 일면 고개가 끄덕여지는 것이기 때문이다.

한국근대문학관은 근대 대중문학총서를 지속적으로 발간하고 있으며, 이미 지난 2021년-2022년에 ‘한국의 탐정들’이라는 제목으로 한국 근대추리소설 특별전을 기획전시한 바 있다. 이는 한국근대문학관이 우리 문학의 근대성 안에서 대중문학이 가진 가치를 빠르게 인식하고 있음을 알 수 있게 한다.

무엇보다 이러한 기획들은 편향이나 변칙이 아닌 균형의 결과물이라는 점에서 주목된다. 이번에 새롭게 시작된 전시를 보자. ‘이미지로 건너오는 시들’이라는 이번 전시는 인천을 다룬 근대시와 미술의 콜라보를 추구한다. 또한 2023년부터 책담회로 개칭한 북콘서트에선 근현대 문학의 중요한 작가들에 대한 논의를 꾸준히 환기하고 있다.

근대문학을 넘어 대중문학, 그리고 오늘의 웹소설까지. 한국근대문학관은 우리의 근현대문학사를 관통하는 다채로운 시선을 보여주고 있다. 그것은 자칫 엄격화되기 쉬운 문학관의 정체성에 기우뚱한 균형감을 선사하고 있는 것이다.

거기엔 유연하면서도 강력한 중심축이 필요하다. 아마도 한국근대문학관의 중심축은 개항장 인천, 이처럼 끈끈하게 직조된 근대성과 지역성이라는 뿌리에서 비롯되는 것이 아닌가 싶다. 부디 한국근대문학관이 이 중심축을 기반으로 오늘의 기우뚱한 균형을 멋지게 지속할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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