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신안군 암태도 소작쟁의 100주년

인천투데이=박규호 기자│지난 4월 27일부터 지난달 29일까지 2박 3일로 기회가 닿아 전남 영광과 신안으로 떠나는 새얼역사기행에 참여했다.

마지막 일정으로 전남 신안군 소재 암태도 소작인 항쟁기념탑에 방문했다. 100년 전 불의에 항거했던 소작인을 기념하는 탑을 보면서 2023년 윤석열 정부의 노동정책과 노동정책에 대항하는 노동자들이 떠올랐다.

암태도소작인 항쟁기념탑.

1923년 8월 문재철과 일제 대항한 '암태도 소작쟁의'

암태도 소작쟁의는 1923년 8월부터 1924년 8월까지 암태도 소작농민들이 지주 문재철과 그를 비호하는 일제에 대항해 벌인 농민항쟁이다.

문재철은 암태도 수곡리 출신으로 일제의 식민지 수탈 정책에 편승해 토지 소유를 확대한 전형적인 식민 지주였다.

문재철은 1920년대 일제가 쌀값을 낮추는 정책을 시행해 수익이 감소하자 소작료를 올리는 방법으로 손실을 보충하려고 했다. 문재철은 소작인이 거둔 전체 수익의 70~80% 수준으로 소작료를 징수했다.

이에 암태도 소작농민들은 1923년 8월 추수기를 앞두고 서태석 주도로 암태소작회를 만들어 소작료를 4할로 인하할 것을 요구했다.

이후 암태소작회는 소작료를 납입하지 않는 불납동맹을 결의하고 쟁의행위를 시작했다. 문태석 등 당시 지주들은 소작회의 요구를 전면 거부하고 개별 소작료 강제 징수에 나섰다.

당시 목포경찰서는 경찰대를 출동시켜 항거하는 소작인들을 위협했고, 소작회는 자체적 순찰대를 조직해 부당한 강압에 무력으로 대항했다.

암태도소작인 항쟁 기념탑에 적혀있는 글귀.
암태도소작인 항쟁 기념탑에 적혀있는 글귀.

목포경찰서, 소작회 50여명 체포...주도 인물 13명 구속

암태도소작회 지도부는 단독으로 지주를 상대로 소작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고 판단했고, 신문이나 노동 단체 등에 지원을 호소했다.

목포경찰서는 소작회 구성원 50명을 체포한 뒤, 이중 쟁의를 주도한 인물 13명을 구속했다. 이에 암태도 소작회와 청년회, 부녀회는 일제 경찰의 편파적 처사와 지주의 부당성을 규탄한다며 소작회 간부 석방을 요구했다.

결국 언론과 사회단체가 암태도 소작 쟁의 지원에 나섰고, 암태도 소작농민의 쟁의행위의 파급 효과를 우려한 일제 경찰은 소작인들의 요구 조건을 수용했다. 이에 암태도 소작회는 소작료를 4할로 약정하는 성과를 거두게 된다.

"암태도 소작쟁의, 세 가지 의의 있어"

암태도소작인 항쟁 기념탑은 전남 신안군 암태면사무소 옆에 높이 7m, 폭 1.2m 규모로 건립됐다. 이 기념탑엔 암태도 소작쟁의에 참여한 소작인 42명의 이름이 적혀 있다.

전성원 <황해문화> 편집장은 "암태도 소작쟁의는 일제 식민 통치권력의 편파적 탄압에 대항한 것과 지주의 테러와 회유책이 집요했음에도 소작인들 간 결속력이 강했다는 데 큰 의의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지주와 소작인 갈등구조가 일제 통치권력에 대항한 민족운동 차원으로 발전했다는 것에도 의의가 있다"며 "일제 식민통치 편파적 권력에 정면 대응해 1920년대 농민운동의 방향을 제시했다"고 덧붙였다.

2023년 세계노동절 인천대회에서 참가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2023년 세계노동절 인천대회에서 참가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100년 전 소작인도...현재 노동자도 맞서 싸우고 있어

암태도소작인 항쟁기념탑을 둘러보면서 100년 전과 100년 후인 현재 노동조건과 노동환경, 노동정책을 두고 싸우는 양상을 보면서, 불의라고 생각하는 것에 항거하는 사람의 모습은 같다고 생각했다.

새얼역사기행에 참여했던 4월 29일 이후 5월 1일 인천에선 세계노동절 133주년 기념 5.1절 집회가 열렸다.

이날 집회에 인천지역 여려 노동조합과 시민사회단체, 진보정당 등 참가자 8000명이 참여해 윤석열 정부의 노동정책 후퇴와 노동법 개악, 노조 탄압을 저지하고 노동기본권 쟁취를 위한 결의를 다졌다.

이인화 민주노총 인천본부장은 이날 “노동자에게 다시 노예의 삶과 무권리 상태로 돌아갈 것을 강요하는 윤석열 정부에 맞서 싸우겠다”며 올해 7월 총파업을 예고했다.

100년 전 소작쟁의가 일제와 소작인에 맞서 싸웠듯이 100년 후 노동자들도 거리로 나와 정부의 정책과 자본에 맞서 싸우고 있다.

100년 전 암태도 소작쟁의는 일제 식민통치 권력 편파적 탄압에 대항해 조직적으로 항쟁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100년 후 현재 노동조합의 싸움을 어떻게 평가할지 역사는 이미 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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