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규철 전환사회시민행동 운영위원장

신규철 전환사회시민행동 운영위원장
신규철 전환사회시민행동 운영위원장

인천투데이|가격정보 종합포털 ‘참가격’으로 조사한 지난 4월의 인천지역 외식비 가격동향을 보면, 김밥 2967원, 자장면 6500원, 칼국수 8000원, 냉면 10000원, 삼겹살(200g, 환산 후) 1만7052원, 삼계탕 1만5333원, 비빔밥 8833원, 김치찌개백반 7333원 등으로 지난해에 비해 많이 올랐다.

여기에 2·4분기 전기·가스요금이 지난달부터 적용되면서 고물가에 대한 시민들의 체감도는 여전히 높다. 가계경제가 위축되면 소비가 위축되고 이로 인해 가장 큰 타격을 받는 부문은 역시나 골목상권이다.

골목상권은 지역경제의 실핏줄 같은 존재이다. 지역경제를 살리는 일는 가장 밑단에 있는 풀뿌리 경제부터 살려야 한다. 소상공인·자영업자가 모인 골목상권에는 생계형 업종들이 대거 몰려있다. 그래서 경기의 영향을 가장 먼저 받는 곳이다.

서민들의 소비를 활성화시키기 위해서는 가계의 가처분 소득을 늘려줘야 한다. 경기는 흔히 심리적이라고 한다. 그래서 만들어진 것이 지역사랑상품권이다. 인천은 지역사랑상품권으로 ‘인천e음’을 운영하고 있다.

시민들은 코로나19 시기에 인천e음으로 캐시백 혜택을 톡톡히 봤다. 그런 결과로 온라인과 대형마트로 쏠리던 발길이 골목상권으로 돌아오는 효과가 나타났다. 소비자도 좋고 가맹점인 중소자영업자도 ‘윈윈’하는 좋은 정책으로 자리잡았다.

이처럼 지역사랑상품권 정책은 두 가지 측면을 동시에 만족시켜야 한다. 이용자인 소비자측면에서는 이용에 따른 인센티브와 사용 편리성이 담보돼야 한다. 소상공인·자영업자 측면에서는 매출증가와 카드수수료 등의 비용 절감 혜택이 있어야 한다.

지금까지 지역사랑상품권은 이 두 가지 지점을 잘 만족시켜왔다. 그러나 윤석열 정부가 들어서고 지방권력이 대거 교체된 이후에 커다란 문제가 발생했다.

윤 정부는 그동안 지역사랑상품권에 지원했던 국비를 전액 삭감했고, 우여곡절 끝에 국회가 겨우 3200억원을 부활시켰다. 이런 여파로 지방정부도 기존에 10% 주던 할인혜택을 5~7%로 축소했다. 그 결과로 인천e음의 결제액도 대폭 줄었다.

인천e음의 캐시백 비율이 10%, 사용 한도가 50만원이었을 당시, 2022년 3월 한 달 결제액은 4520억원이었다. 그러나 유정복 인천시장 임기가 시작된 후 캐시백 비율 5~10%, 사용 한도를 30만원으로 줄이자, 올해 3월 한 달 결제액은 2530억원으로 무려 44% 하락했다.

다시금 활성화 시킬 특단의 대책이 필요한 시점이다. 그런데 정부 정책은 거꾸로 가고 있다. 이번에는 이용자의 사용편리성을 크게 저해하는 지침을 갑자기 만들어 올해 초에 각 지자체에 하달한 것이다.

인천e음 카드 이미지.(사진제공 인천시)
인천e음 카드 이미지.(사진제공 인천시)

지역사랑상품권의 담당부처인 행정안전부의 ‘2023년 지역사랑상품권 사용처 개편 관련 안내’를 보면, 지역사랑상품권 가맹점 중 ‘연매출 30억원 초과’업체는 가맹점에서 제외 조치하게 하고 있다. 그러나 이번 조치는 초법적이다.

정부의 소상공인 종사자 기준은 5인 미만, 매출 기준은 음식업은 10억원 이하, 도·소매업은 50억원 미만이다. 소기업의 매출 기준은 120억원(제조업) 이하이며, 중소기업의 매출 기준은 도·소매업의 경우 1000억원 이하이다.

이런 기준에 따라 대부분 지역의 지역사랑상품권은 지금까지 대기업 직영점은 매출에 상관없이 제외시켰고, 유흥, 향락산업 등 업종을 빼고는 1000억원 이하 중소기업까지 가맹점으로 등록될 수 있었다.

그런데 행안부의 이번 지침은 어떤 법적 기준도 없는 자의적 행정인 것이다. 정부의 지금까지 정책 흐름을 봤을 때, 지역사랑상품권 말살 정책이 아닌가 하는 의심마저 든다.

이에 대해 서울시도 곤혹스러운 상황이다. 그러나 서울시는 법률 검토와 전문가 자문 등으로 대응 논리를 만들고 있다고 한다. 언론보도에 의하면, 서울사랑상품권 가맹점 15만7000여개 중 30억원 초과 가맹점은 3.4%인 5500여개에 불과하지만 이들의 올해 1분기 결제금액은 512억원으로 전체 금액의 15.4%를 차지하고 있다.

30억원 초과 가맹점 중에는 음식점도 있고 마트와 수퍼마켓의 비중은 30% 높는 것으로 나타났다. (뉴스핌 참고) 서울시는 연매출 30억원을 초과한다는 이유만으로 가맹점에서 제외시킬 수 없다는 법률자문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제 공은 유 시장에게 넘어왔다.

지난 5월 30일에 인천시수퍼마켓협동조합과 인천평화복지연대는 “행안부는 지역사랑상품권에 대한 ‘연매출 30억 초과 사용처 제한’ 철회하라”는 공동성명을 냈다.

정부의 인천e음 국비 지원 예산은 지난해 842억8000만원에서 올해 339억1600만원으로 60%가량 대폭 축소됐다. 올해 인천시가 자체 예산으로 편성한 인천e음 관련 예산액은 2019억원이다.

현재도 결제액 축소로 올해 편성된 인천e음 예산이 남아도는 실정이다. 지금은 오히려 지역사랑상품권의 진흥책을 써도 모자랄 판이다.

캐시백 축소에 이어 이번에 편리성마저 축소된다면 인천e음은 이용자들에게 크게 외면당할 것이다. 인천시가 행안부 지침대로 30억원을 기준으로 사용처를 제한한다면 시민들의 사용상 불편으로 사용률이 감소해 모든 구간의 소상공인·자영업자의 매출이 동반 하락할 것이다.

유 시장은 지방자치제 취지에 맞게 중앙정부의 ‘30억 기준’에 대해 인천시의 독자적인 판단과 근거를 가지고 거부해야 한다. 그것은 지방자체제의 정신에 부합하는 시장의 권한을 행사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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