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인희 인천문화재단 인천문화유산센터 센터장

홍인희 인천문화재단 인천문화유산센터 센터장
홍인희 인천문화재단 인천문화유산센터 센터장

인천투데이|올해도 어김없이 6월이 왔다. 6월에는 현충일도 있고, 한국전쟁이 발발했던 달이라 호국보훈의 달이라는 별칭이 있다.

호국보훈이란 나라를 지키고 나라를 위해 힘쓴 사람들의 공훈에 보답한다는 의미이다. 근현대사 속 한국은 많은 고난과 굴곡이 있었지만, 그중에서도 한국전쟁은 손에 꼽을 만큼 참혹한 사건이었다.

한국은 미국이나 다른 나라에 비해 한국전쟁기 참전한 군인들에 대한 예우도 충분하지 못한 상태이다. 그리고 그 이면에는 한국전쟁기 억울하게 희생된 민간인 또한 조명하지 못하고, 그 억울함도 해결하지 못한 사실이 있다.

한국전쟁기 민간인 학살은 국내 곳곳에서 자행됐으며, 그로 인한 희생자만 100만명이 훌쩍 넘는다고 한다. 그러나 우리는 그것을 외면한 채 살고 있다.

그 희생자의 가족만 따지더라도 우리 주변의 많은 사람이 민간인 학살과 연관된 피해자 가족일 텐데, 아무도 말하지 못하고 있다. 관련된 많은 사람은 이미 돌아가셨을 것이고, 살아 계신 분들은 가슴에 묻어 두고 살거나 또는 불이익을 받을까 봐 이야기하지 못했을 수도 있다.

국가에서 발족한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 정리 위원회가 있다. 이곳은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 기본법을 근거로 과거 국가 폭력의 진실을 밝히고 피해 생존자와 유족들의 명예 회복을 위해 노력하는 기관이다.

이 위원회의 홈페이지에는 그동안 국가가 인정한 사건의 보고서가 올라가 있고 누구나 다운 받아서 볼 수 있다. 전문가들이 실제 자료를 근거로 판단하고 결정한 것인데, 아직도 이러한 사건에 대해 인정하지 못하는 분도 있는 것 같다.

실제로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 홈페이지에는 이미 진실이 규명돼 결정된 사건들의 개요와 사건의 내용을 볼 수 있다. 강화를 포함한 인천 관련 사건은 한국전쟁기 총 6건을 확인할 수 있다.

서울·인천지역 군경에 의한 민간인 희생 사건, 강화군 교동도에서 월북자의 가족이라는 이유로 희생된 사건, 강화군 교동도에서 유엔군 유격대에 183명이 희생된 사건, 강화지역 적대세력 사건으로 된 일명 강영뫼(중외산) 사건, 강화도·석모도·주문도 지역에서 강화향토방위특공대가 민간인을 최소 139명 이상 살해한 사건, 월미도 미군 폭격 사건 등이 인천과 관련된 민간인 희생 사건으로 볼 수 있다.

특히 지난해 인천문화재단 인천문화유산센터에선 역사의 길 총서 제9권으로 ‘강영뫼의 창’을 발간했다. 이 책은 퇴거하는 인민군에 의해 민간인 73명의 희생자가 발생한 사건이다.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에서 제1기로 활동한 한성훈 연세대학교 학술연구교수가 집필했다. 이 73명의 희생자를 기억하고 추념해 온 이병년 선생의 손자 이희석이 본인 할아버지가 써온 귀한 글과 자료를 인천문화유산센터에 제공했기 때문에 시작됐다.

이병년 선생은 1966년부터 1977년경까지 억울하게 죽은 73명의 위령제를 지내면서 발생한 문서, 제문, 영수증, 당시 신문 기사 등을 모아 간직했다. 또한 순의비를 건립하고 행사 사진까지 남겨 뒀다.

그 모든 자료를 센터에 제공했고 그것을 바탕으로 ‘강영뫼의 창’은 발간됐다.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에선 비록 전쟁 중이라 할지라도 국가기관인 경찰이 비무장의 민간인을 법적 근거나 사법절차 없이 살해한 것은 분명 헌법에 보장된 국민의 기본권인 생명권과 적법 절차 원칙, 재판을 받을 권리를 침해한 것이라고 일관 되게 밝히고 있다.

인민군의 학살이든, 대한민국 군경에 의한 학살이든, 미군에 의한 학살이든, 비무장 상태의 민간인을 죽음으로 몰아넣는 것은 그 어떤 이유로든 용납할 수 없다. 사람의 목숨은 이념의 색깔을 띠지 않기 때문이다. 이제는 한국전쟁과 더불어 그들의 희생을 기억하고 관심 가져야 할 때가 아닌가 한다.

저작권자 © 인천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