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대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투표를 독려하는 캠페인은 물론 이벤트가 봇물을 이루고 있다. 투표 인증샷을 보여주면 음식값을 할인해준다는 곳도 많고, 전체 직원 200명이 모두 투표하면 직원 한 명당 50만원씩, 총1억원을 용돈으로 주겠다고 한 기업체도 있다고 한다.

이를 바라보는 시각은 다양할 수 있다. 일부 상술이라는 시각도 있을 테고, 투표율이 높으면 야권에 유리하다고 하는데, 야권을 지지하기 때문이라고 볼 수도 있다. 국민의 신성한 권리라 부르는 참정권을 행사해야 정치가 발전한다는 사회분위기를 조성하기 위한 것으로 볼 수도 있다. 역대 선거에서 인천의 투표율이 낮다 보니 인천이 중앙정치로부터 홀대를 받는다며 투표율을 올리자는 목소리가 커지기도 한다.

하지만 투표를 독려하는 까닭을 큰 맥락에서 보면, 투표를 한다는 것은 정치에 적극적 관심을 보이는 것이고, 그래야 정치가 바뀌고 국민이 더 행복하게 살 수 있기 때문이다. 이래서 투표율이 높아지면 자신들에게 불리할 것이라고 판단하는 세력도 대놓고 투표 독려를 뭐라 할 수 없다.

하지만, 투표 독려는 투표율을 높이는 데 차선의 방법일 뿐이다. 투표할 수 있는 여건을 보장하는 게 우선이다. 그것도 법과 제도로 말이다. 대통령선거일을 국정 공휴일로 하고 있지만, 먹고 살기 바빠 선거일에도 일을 할 수밖에 없는 사람은 아주 많다. 택배기사가 오후 6시 이전에 일을 끝내기는 어렵다.

새벽같이 일을 나서야 하는 일용직 노동자나 중소영세업체에 근무하는 비정규직 노동자들, 대형마트나 백화점 등 유통업체 종사자들이 일을 끝낸 후 지친 몸을 이끌고 투표장으로 향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 공단이 많고, 대형마트 또한 많은 게 인천의 낮은 투표율과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사실 이러한 사람들에게 투표할 수 있는 여건을 보장하자는 취지로 투표시간 연장 법안 마련을 줄기차게 요구했으나, 집권여당의 반대로 무산됐다. 민주노총에서는 투표시간 연장 불발로 투표를 못하게 된 유권자들이 500만~600만명에 이를 것으로 추산했다. 때문에 투표시간 연장 논의는 이번 대선이 끝나서도 지속해야할 사안이다.

선거관리위원회나 시민사회단체들의 투표 독려 캠페인은 분명 의미있는 일이다. 하지만 투표하기 어려운 조건에 놓여 있는 이들이 투표할 수 있는 여건을 보장하는 좀 더 구체적인 활동이 없어 아쉽다. 인천이 투표율이 낮아 중앙정치로부터 홀대를 받으니 투표율을 높이자는 호소가 타당하지만, 그런 주장은 투표를 보장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드는 일과 병행할 때 빛을 발한다.

투표시간 연장 법안 처리를 요구한 ‘투표권보장공동행동’은 법안 처리 무산 뒤 투표권 보장을 위한 2단계 행동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그 계획은 투표권 보장 신고센터 운영, 투표시간 보장 청구 신청 접수와 청구 대행, 주요 사업장 투표권 보장 촉구 등이었다. 당시 정치권도 참정권 보장을 위한 적극적인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지금 구체적인 움직임은 보이지 않아 안타까울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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