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해5도평화운동본부 정책위원장 조현근

시민 손으로 자치단체장을 뽑는 민선 1기 선거를 시작으로 민선 8기는 30년이 되는 시기다. 1995년 무소속 30대 기초단체장으로 시작해 광역단체장과 행정정안전부 장관까지 지낸 정치인 중 지금도 제도권에 있는 사람은 국민의힘 유정복 인천시장과 민주당 김두관 국회의원 정도다. 공교롭게 둘 다 김포에서 국회의원을 했다.

특히, 유정복 시장은 대한민국 지방 자치의 역사 그 자체로 지금도 지방행정 현직에 있다. 그는 내무부 지방자치기획단 실무를 시작으로 경기도 기획담당관, 인천 서구청장, 민선 국내 최연소 김포군수, 초대 김포시장, 국회의원, 농림수산식품부 장관, 행정안전부 장관, 인천광역시장 등 국민의 삶과 밀접한 행정 책임자로 일선에 있었다.

1995년 무소속 김포군수 선거 포스터(좌)와 2022년 인천시장 선거 포스터
1995년 무소속 김포군수 선거 포스터(좌)와 2022년 인천시장 선거 포스터

민주주의는 시민 개개인의 자유와 평등을 보장하고 행복을 추구하기 위한 제도적 수단이다. 그 수단은 관료제란 틀 속에서 움직인다. 지방자치는 지역을 권역화한 자치행정 서비스 체제다. 이 역시 관료제를 토대로 분업과 전문화로 행정서비스가 제공된다.

자치단체장의 철학은 비전과 정책으로 표현된다. 이를 위해서 소속 공무원에 대한 인사권, 예산집행권, 감사권을 행사한다. 이중 자체에서 이루어지는 ‘특정감사’는 때때로 전임 행정에 대한 심판 성격의 ‘정치 감사’로 이용되기도 한다. 영호남 등 비교적 정치적 성향이 고착된 지역보다는 박빙의 승부가 있었던 수도권에서 더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감사는 행정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수단이다. 하지만 어떤 의도를 갖고 고발 조치를 할 경우엔 사실상 형사 목적의 수사로 악용될 수 있다. 때문에 ‘정치 감사’는 시작도 과정도 결과도 정쟁이 붙어 다닌다. 정쟁은 지지자들 간 소모적 논쟁과 “너도 두고 보자!”란 복수심까지 이어진다.

헌법 상 감사원의 기능은 예산 집행의 적정성을 따지는 ‘회계감사’와 공무원의 업무 추진에 대한 ‘직무감찰’에 한정하고 있다. ‘감사원 감사사무 처리규칙’도 정부의 중요 정책 결정과 정책 목적의 옳고 그름은 직무감찰에서 제외되지만, 정부나 지자체 모두 ‘특정감사’란 이름으로 해당 정책의 타당성 문제까지 다루는 실정이다. 이러한 감사는 무소불위의 힘을 갖는다.

선출직 공직자에 의한 정책의 타당성과 관료제에 의한 감사의 신뢰성은 대립과 보완의 이중적인 관계에 있다. 한국처럼 여야 정쟁이 양극화된 정치구조에서 선출직 공직자의 정책 공약은 정치적 색을 함의할 수밖에 없다. 공약의 적정성은 선거로 검증된다.

재임 시 정책결과의 만족도 역시 시민이 나중에 선거로 평가한다. 잘되든 못되든 책임도 사실상 시민이 진다. 감사는 정책의 품질보다는 집행에 따른 절차적 정당성에 집중해야 한다.

정부든 민간이든 감사조직의 독립성과 정치적 중립성, 직무의 전문성과 운영의 투명성이 화두다. 현재 기업의 지배구조도 정부가 개입해 회계감사인을 지정할 정도다. 정부는 과거 대우조선해양, 삼성바이오 등 기업의 분식회계 사태를 계기로 자본시장의 기업지배구조 감시와 투자자 보호를 위해 2017년 신외감법(주식회사의 외부감사에 관한 법률)을 개정하여 현재 ‘감사인지정제도(주기적 또는 직권 지정)’를 운영하고 있다.

주기적 감사인 지정은 6년 동안 감사인을 자유 선임한 주권상장법인과 소유‧경영을 미분리한 비상장법인에 대해 다음 3년 동안 감사인을 금감원에서 지정한다. 직권 지정은 정부가 투자자 보호를 위해 특정사안이 발생 시 감사인을 지정한다.

직권 지정 사유도 상장 예정사, 연속 영업손실, 관리종목, 감사인 미선정, 최대주주‧대표이사 변경, 부채비율 과다, 회사요청, 선임절차 위반, 횡령‧배임 발생, 감사 전 재무제표 제출 위반 등 다양하다. 2022년 정부의 민간 시장에 대한 감상인 지정 현황만 1976개사(주기적 지정 677개사, 직권 지정 1299개사)나 된다.

이처럼 정부도 투자자 보호를 위해 자본에 대한 감사를 하는 현실에서, 정부의 자체 감사에 대한 감사의 민주화를 위해 시민참여 ‘감사배심제’를 고민할 필요가 있다. 우선 감사 대상과 내용이 한정된 지자체에서 적용해 보자. 지금부터 사회적 논의를 시작해 인천이 선도했으면 한다.

공공영역의 감사 시장은 온정주의와 정치적 목적이 성행하고 있다. 특히 일선 지자체장의 표적 감사는 잦은 선출직의 변경에 따라 서로의 칼이 된다.

정치 감사 결과는 실무 공무원의 판단기준이 된다. 이는 정책 결정과 집행에도 영향을 미쳐, 4년 계약직인 선출직 공약에 대한 일종의 복지부동과 심리적 거부로 이어질 수 있다. 신분이 보장된 공직자는 문제가 생길 것 같은 일은 안 하면 그만이다. 정치적 이견이 있는 감사는 더더욱 그렇다. 제도적으로 정치적 감사 지시에 대한 안전장치도 필요하다.

선출직 공약의 시시비비와 만족도는 선거로 평가받는 영역이지 그 타당성을 행정에서 다시 감사를 하는 일은 신중해야 한다. 감사는 공약 이행 과정 중 발생하는 회계감사와 직무감찰에 한정하고 단체장이 약속한 정책 집행의 완성도를 높이는 감사가 이뤄져야 한다.

정부의 감사기구는 헌법기관인 감사원에 의해 운영되고 있지만, 지자체의 감사기구는 단체장 소속으로 감사의 독립성과 중립성이 보장되기 힘들다. 이를 개선하기 위하여 타 지역은 독임제 기구 ‘감사관’에서 합의제 기구인 ‘감사위원회’로 개편하고 있다.

서울과 부산의 경우 매년 감사와 조치 결과를 감사원의 국회 보고처럼 의회에 보고 하고 있다. 그러나 인천은 1995년 지방행정 감사제도에 머물러 있다. 후발주자인 인천시 감사제도 혁신이 필요한 대목이다.

국내 광역시도별 감사기구 현황
국내 광역시도별 감사기구 현황

사법 시장도 사법 독점과 불신을 해소하기 위하여 법원은 2008년부터 배심제와 참심제의 혼합된 국민참여재판을 일부 형사 재판에 도입하고 있다. 이는 시민의 상식적 생각과 판단을 전문가로 구성된 법관제를 반영하겠다는 것이다.

국민참여재판은 국민이 배심원으로 재판에 참여해 사실문제와 유무죄 평결을 내려 재판부에 권고한다. 양형에 대한 의견도 제시할 수 있다. 법적인 구속력은 없지만 배심원 평결과 다른 판결을 할 때는 재판부가 그 이유를 판결문에 밝혀야 한다. 대법원은 국민참여재판에 관한 조사ㆍ연구 등을 수행하기 위하여 사법참여기획단까지 운영하고 있다.

인천시도 자체 감사의 민주적 정당성과 신뢰를 높이기 위하여 ‘감사배심제’를 도입하자. 민원배심제, 행정처분배심제, 공약배심원 등 유사한 국내외 사례도 참고해서 완성도를 높이자.

헌법을 보면 제50조 국회의 회의는 공개한다. 제82조 대통령의 국법상 행위는 문서로써 하며, 이 문서에는 국무총리와 관계 국무위원이 부서한다. 군사에 관한 것도 또한 같다. 제99조 감사원은 세입ㆍ세출의 결산을 매년 검사하여 대통령과 차년도 국회에 그 결과를 보고하여야 한다. 제109조 재판의 심리와 판결은 공개한다. 이처럼 입법, 행정, 사법 모두 절차적 투명성이 원칙이다.

이 세상에 모두가 만족하는 완벽한 제도는 존재하지 않는다. 우리는 완벽에 가깝게 추구할 뿐이다. 지방자치기 지나온 30년을 함께한 유정복 시장이 향후 30년의 초석이 될 ‘인천형 감사배심제’를 개발‧적용해 ‘지방행정의 감사민주화’란 새로운 역사를 쓰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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