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봉훈 오늘의상상 준비위원

‘나라 팔아먹은 역적인 것처럼... 악마화 프레임이다’ ‘진보는 돈 벌면 안 되는가?’ ‘도덕정치를 버리고 유능한 정치로 가야한다’

국회의원이 코인에 투자를 했다. 법적으로 등록 의무가 없어 코인 투자 자체가 문제는 아니다. 하지만 의정활동 사이사이 빈틈없이 자주 했다. 언론에 나온 코인 전문가들의 분석을 들어보면 옹호하는 경우는 드물다.

연구모임 오늘의상상 신봉훈 준비위원장
연구모임 오늘의상상 신봉훈 준비위원장

인간의 욕망일 뿐이라는 옹호도 있지만 대부분 국민들은 의정활동 중 잦은 거래만으로도 결코 우호적으로 보지 않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위와 같이 적극 옹호하는 이들이 있다.

사실 들어난 행위만으로도 국회법 상 제재 대상이며 민주당도 국회 윤리위에 제소하기로 결정했다는 것을 상기하면 분명 잘못된 감싸기다.

만약 다른 상황이라면 어떻게 생각할지 궁금하다. ‘한동훈 장관이 국무회의 중 쉬는 시간을 이용해 코인을 자주 했다.’ 결국 지금 민주당 내 옹호와 비판은 코인에 대한 찬반 의견이 아니라 김남국 의원과 그가 지향하는 정치집단에 대한 찬반 의견으로 확장돼 있는 셈이다.

코인 투자하는 국회의원의 문제

국회의원의 코인(가상화폐, 가상자산) 투자 행위는 굉장히 위험하다. 이해상충 문제에 걸려 관련 부적절한 의혹을 받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 그래서 최소한 주식처럼 공개하자는 것이었다.

또 가상자산은 주식, 채권은 물론 원자재와도 다르다. 돈을 벌 수 있는 길은 매매차익이어서 수익자의 이익과 상대방의 손해 똑같은 '제로섬'의 관계가 있다.

그러므로 돈을 버는 것은 개인의 욕망이라 국회의원도 할 수도 있지만, 국회의원이 하면 그가 다룬 법안 하나하나마다 본인의 이해와 상충되는지 해명해야 한다. 그리고 거래는 당연히 공개해야 한다.

상황이 이런대도 김남국을 옹호하는 이들이 있다. 그 옹호가 이해를 구하는 변론을 넘어 진영에 대한 종파주의적인 결속으로 가고 있다. 국민의 눈높이와 괴리된 이런 현상은 최근 한 여론조사 결과에서 극명해진다.

지난 5월 14일 민주당 ‘쇄신의총’을 앞두고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민주당이 국민의힘보다 도덕성이 낫다’라는 질문에 무려 민주당 국회의원들은 46.5%, 권리당원들은 66.2%가 동의했다. 하지만 국민은 21.3%만이 ‘민주당이 더 낫다’라고 답했다.

최근 ‘돈봉투’ 사건에 ‘코인’ 사건까지 연이은 사건에도 당원들은 국민과 달리 민주당을 아주 높게 평가한다. 충성도일까. 아니다. 지금 민주당이 어떤 문제에 직면해 있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다. 바로 강성 지지자에게 둘러싸여 국민과 괴리되고 있는 것이다.

한국형 팬덤정치는 ‘중산층 포퓰리즘’

광적인 사람을 뜻하는 ‘패나틱’(fanatic)에서 유래한 ‘팬덤’은 우리말로 광신이나 열광에 가깝니다. 팬덤 정치는 포퓰리즘과 유사한데 민주주의를 위협한다고 보기도 하고 민주주의를 급진전 시키는 데 도움이 된다고 보기도 한다.

팬덤 정치는 혁명의 정치, 적폐 청산의 정치, 이를 둘러싼 생사투쟁의 정치가 불러왔다. 최근 대통령들은 대통령이 되기까지, 되어서도 반대 여론이나 비판 언론 대신 자신만의 여론 동원 채널을 최대화했다.

국민청원 같이 시민들의 요구를 직접 처리하는 온라인 커뮤니티 기반 직접민주주의가 확대되면서 다당제나 합의제, 숙의 민주주의처럼 갈등을 절약해 협력의 기반을 키울 수 있는 정치의 길은 점점 노쇠하고 퇴조했다.

그 결과 누구든 기회를 잡고자 한다면 세상이 어찌되든 말든 자신의 의견과 의지, 열정을 자기중심적으로 최대 동원하려는 욕구를 펼칠 수 있는 팬덤정치를 활용한 정치가 등장한 것이다.

한국형 팬덤 정치는 “박사모” “태극기부대” “문빠” “개딸” 같은 팬덤에서 보듯이 전통적인 가부장적인 이해와 정치인에 대한 극렬한 지지의 특징이 두드러진다.

그렇다고 미국 트럼프 지지자들처럼 저학력·저소득자 중심도 아니고, 유럽의 포퓰리즘 지지자들처럼 신자유주의 때문에 일자리와 소득을 잃게 된 피해 대중의 불만과 두려움을 기초로 하지도 않는다.

한국은 도시의 교육받은 대졸자가 중심이 된 ‘중산층 포퓰리즘’의 특성이 훨씬 강해 보인다. (박상훈 국회미래연구원 연구위원의 ‘팬덤 정치 : 무엇이 문제고 어떻게 개선해 가야 하나’ 중에서)

날마다 무너지는 믿음 

우리는 정치의 역할을 존중하지 않는다. 직접민주주의가 강화되면서 공화국의 대의민주주의제도를 극렬하게 불신한다. 정치에 쓰이는 돈이 낭비로 보여 의원 수를 줄이고 지구당을 없앴다.

결국 정치권에 대한 불신과 촛불집회 등으로 훈련된 직접민주주의 시민 권력의 등장, 그리고 결정적으로 정치적 상대를 악마화 하는 정치인의 등장으로 한국의 팬덤 정치는 자리 잡았다.

그래서 ‘권력을 민주적으로 사용하는 절제와 관용을 훈련 받은 적 없는 당원에게 너무 큰 권력을 준 게 비극의 씨앗이었다’라는 말까지 나왔다.

민주주의, 자유와 정의, 공정과 상식 등 보편적 가치들이 날마다 무너지는 요즘이다.

지금 정치적 강성 지지자들로 만들어지는 팬덤 정치는 진영에 따라 ‘조국의 딸’을 응원하면서 ‘한동훈의 딸’은 욕하는 동력이 되기도 한다.

총칼로 세상을 바꾸자던 시대가 지났다. 선거로 합법적으로 정치권력을 바꾸고 있다. 양보와 타협, 다수결이 보장되는 공화국의 운영원리를 다시 생각한다. 극단의 대결정치, 승자독식 선거제도, 나와 우리 아니면 처단할 적으로 보는 팬덤 정치는 민주주의를 후퇴시킬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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