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익 민주노총 인천본부 조직국장

이동익 민주노총인천본부 조직국장
이동익 민주노총인천본부 조직국장

인천투데이|5월 1일 노동절은 역사의 주인인 노동자를 기억하고 축하하며 세계 노동자의 단결과 연대를 기념하는 날이다.

하지만 비통하게도 노동절 당일 고 양회동 건설노조 강원건설지부 3지대장은 “정당한 노조 활동을 집시법도 아닌 업무방해와 공갈로 몰아붙이고 있다.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는다”라며 국토부와 경찰, 검찰의 노동탄압에 항의하는 유서를 남기고 분신했다.

‘건폭’ ‘공갈’ 등 원색적이며 모욕적인 대통령의 말이 건설노동자의 몸에 불을 댕기게 만든 것이다. 윤 대통령은 후보 시절부터 줄곧 노동조합과 노동운동에 대한 혐오를 노골적으로 드러냈다.

지난 2월 21일 윤 대통령은 “건폭(建暴)이 완전히 근절될 때까지 엄정하게 단속해 건설 현장에서의 법치를 확고히 세우라”며 검찰ㆍ경찰ㆍ국토부ㆍ노동부의 강력한 단속을 지시했다.

대통령과 장관이 나서 건설노조와 노조간부를 ‘건폭’ ‘갈취범’으로 몰아가자 이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검경수사단’이 꾸려지고 수사기관은 특진까지 내걸고 건설노조를 표적 삼아 국내 곳곳에서 13회에 걸친 압수수색, 1천여 명을 소환조사하고 17명을 구속했다.

올해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에 배당된 특진자 510명 가운데 50명이 ‘건폭’ 수사 몫이라고 한다. 인천에서도 4월 25일 건설노조 경인본부 최명숙 사무국장과 임명열 조직부장이 구속됐다. 군사정권 때나 가능했을 만큼 유례를 찾아보기 힘든 전방위적 탄압이 결국 목숨을 던지는 극단의 저항을 불러왔다.

화물연대와 건설노조 탄압에서 보았듯이 윤석열 정부에선 국가가 노조를 인정하지 않고 있다. 인정하지 않는 것을 넘어 ‘박멸’의 대상으로 취급하고 있다. ‘법치’와 ‘공정’을 입에 달고 다니던 윤 대통령이 오히려 헌법의 노동3권을 부정하고 있다.

200년 전 노조가 처음 생겼을 때 불법단체로 규정하던 시대와 별반 다를 게 없다. 건설노조를 때려잡기 위해 경찰, 검찰, 고용노동부, 공정거래위원회, 세무 당국, 대통령실까지 온 국가기관이 총동원돼 사람이 죽거나 말거나 노동조합 때려잡기에 혈안이 돼 있다.

윤 대통령은 노동조합의 정당한 단체교섭을 ‘협박’이라며 거꾸로 노동자들을 ‘겁박’했다. 원래 단체교섭은 노조도 사용자도 자기 요구를 관철하기 위해 압력을 가한다. ‘점잖고 신사적인 교섭’은 없다. 힘과 힘의 제도화된 대결이다. 사측도 매번 손해배상이나 징계, 형사고발 등 협박을 한다.

단체교섭이라는 테이블 위에서 서로 압력을 가하고 그 과정에서 타협하는 게 교섭이다. 특히 노조의 압력 행사는 200년 전 유럽에서 노조가 태동했을 때부터 형사 면책이 된 것이다.

집회 등 압력을 가했다는 이유로 형사법상 협박과 강요를 적용하면 안 되는 것이다. 그리고 노조가 산업안전보건법 위반을 지적했다며 협박이라는데, 산안법은 원래 사업자가 지켜야 할 법적 의무 아닌가.

만약 사측의 손해배상 협박 등으로 노조의 임금인상 요구가 관철되지 않았다고 해보자. 윤 대통령의 말대로라면 회사는 노동조합을 협박해 재산상 이득을 본 거다. 그럼 사용자도 공갈 강요죄로 처벌하겠는가. 그런 것들이 상호 간에 다 면책되는 것이 단체교섭이다.

윤 대통령이 단체교섭의 기본 원리를 알고도 ‘건폭’이라 지칭했다면 악의적 프레임이고, 몰랐다면 ‘무식하면 용감하다’라는 비난을 피할 수 없을 것이다.

우리 사회에서 건설노동자들은 이른바 ‘노가다’ ‘날품팔이’라며 조롱하고 천대를 받았다. 한 해에 수백명씩 죽고 고용도 불안정하고 불법 다단계 하도급에 착취당한다. 그렇게 살아왔고 지금도 그렇게 산다.

그런데 노조가 만들어지고 휴게시간과 휴일이 지켜지고, 공사 기간 단축에 의한 무리하고 위험한 노동 강요에도 목소리를 내게 됐다. 노조가 여러 제도개선도 이끌었다. ‘노가다’로 불리던 건설노동자도 당당하게 일할 수 있게 됐다는 자긍심이 생긴 거다.

그런데 하루아침에 ‘건폭’ ‘갈취범’ ‘좀먹는 기생충’ ‘월급도둑’으로 매도당하고 언론에 대대적으로 보도됐다. 대통령부터 유력 정치인, 이에 부화뇌동한 언론들까지 그렇게 얘기했다. 이건 명백한 ‘혐오살인’이다.

천대받던 노가다에서 당당한 건설노동자로 살고자 했던 고 양회동 건설노조 강원건설지부 3지대장을 죽음으로 몰아넣은 윤 대통령은 사과해야한다. 또한 특진까지 내걸고 노조 박멸에 앞장서게 만든 책임자를 처벌하고, 지금 당장 노동조합에 대한 ‘혐오살인’을 멈춰야 한다.

저작권자 © 인천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