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평구문화재단이 인천발전연구원에 의뢰해 부평구의 문화지표를 조사했다. 문화정책을 수립하고 집행하는 데 구체적 실정을 파악하는 건 기본이기에, 환영할 일이다. 문화지표뿐 아니라 구민들의 문화 수요를 파악하기 위해 ‘부평구민 문화 수요 조사’도 했다고 한다.

헌데, 문화지표와 문화 수요 조사 결과가 한마디로 충격이다. 부평의 황폐한 문화 환경을 그대로 드러냈다. 문화 수요를 파악하기 위해 면접 조사한 구민이 546명으로, 표본으로선 적다는 의견도 있지만, 무시할 수 없는 결과다. 2010년 문화예술시설 현황을 기준으로 연구해, 2년 동안 변화한 내용을 반영하지 못했다는 지적도 있지만, 2년 사이에 새로 생긴 시설은 청소년수련관과 구립도서관 몇 개 정도 뿐이다.

문화 수요 조사 결과, 평일 여가시간을 활용하는 방법으로 텔레비전 시청이 34.8%로 가장 많았다. 휴식과 낮잠이 23.8%, 운동은 15.8%, 독서나 만화책 보기가 4.6%를 차지했다. 한마디로 황폐한 여가생활이다.

또한 응답자 열 명 중 여덟 명이 부평아트센터 등 부평의 문화예술시설을 이용한 경험이 없다고 답했다. 이용한 경험이 있다고 답한 경우도, ‘1년에 한두 번’이라는 응답이 가장 많았다. 반면, 문화예술행사를 부평이 아닌 다른 지역에서 관람하는 경우가 58.3%나 됐다. 그 이유로 ‘문화예술 행사로 유명한 지역이라서’(49%), ‘주변에 함께 이용할 만한 시설이 있어서’(40.2%)를 꼽았다.

이는 문화지표와도 연계된다고 할 수 있다. 문화지표 조사 결과, 구 문화예술예산의 89%가 시설 운영에 집중돼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문화예술동아리나 동호회 활성화를 위한 지원과 사회적 취약계층을 위한 공공 문화프로그램 마련이 필요하다. 이를 수행할 수 있는 예산을 확충해야하는 것도 과제다.

사실, 부평의 문화예술역량은 ‘풍물’로 대변된다. 구의 문화예술행사 예산은 많은 부분 풍물축제에 집중돼있다. 때문에 ‘부평엔 풍물밖에 없다’는 하소연이 지역예술인들 사이에서 나오기도 한다. 이밖에 공공 문화예술시설이 몇몇 지역에 편중돼있는 것도 문제다. 접근성이 떨어지는 지역 주민들은 그만큼 혜택을 덜 받는다. 이 또한 해결해야할 과제다.

이번 문화지표 조사 결과에 지역 문화예술인에 대한 통계가 없는 점, 또 민간이 운영하는 문화시설 현황이 조사되지 않은 점은 아쉽다. 이 또한 과제로 남는다.

이번 문화지표와 문화 수요 조사 결과는 구가 해결해야할 과제가 무엇임을 보여줬다. 이제 중요한 것은, 조사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도출된 과제들을 하나씩 해결하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선 가장 먼저 부평의 문화정책을 생산하고 수립할 주체를 명확히 하는 것이다. 현재로선 부평구문화재단이 그 역할을 맡는 게 현실적이고, 그렇게 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먼저 해결할 것이 있다. 부평구문화재단이 제 역할을 다하기 위해선 행정으로부터 독립성을 보장받아야한다. 이는 재정 자립이 기본이라 할 수 있다. 기금으로 운영되는 인천문화재단과 같은 위상을 갖춰야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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