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현석 인하대박물관 학예연구사
조선시대 부평도호부 관아 건물이 복원될 모양이다. 아직 계획 단계지만 인천광역시 유형문화재 2호인 부평도호부 청사를 비롯해 다수 문화재를 포괄하는 복원 사업이 추진될 예정이다. 더구나 철저한 고증 작업이 상당한 비중을 두고 함께 진행된다는 점은 환영할만한 일이다.

옛 지도에서 부평지역을 바라볼 때 흥미를 끄는 것 중 하나는 그 위치다. 바다라는 외부의 경계와 한강유역의 내부 경계 사이에서 일종의 완충지대 역할을 맡았던 곳이 부평이다. 그런 이유로 왕조시대 내내 부평은 군사적 가치가 인정돼 주목받았고, 이러한 성격은 일제강점기와 현대를 거치면서도 변하지 않았다.

도식적인 비교는 조심해야겠지만, 유럽의 많은 주요 도시들이 로마군의 주둔지에 기원을 두고 있다는 점을 상기해본다면 군사지역으로 주목받던 부평의 영토 확장은 충분히 예견해볼만한 일이었다. 결국 개항 시점까지 그 영역은 서울 강서구 일대까지 뻗쳐나갔고, 광활한 지역을 지휘하던 총본부가 위치했던 곳이 바로 지금의 계산동 943번지 일대 부평초등학교 주변이다.

1899년 경인선 건설과 함께 이곳은 구읍으로 퇴락해갔고, 부평도호부 청사가 있던 자리에는 부평공립소학교가 들어섰다. 비록 뒤따라 이어지는 식민지화 과정을 염두에 둬야하지만 구읍의 쇠퇴는 왕조의 도시가 시민의 도시로 변모해가는 출발점이 됐다고 봐도 좋을 것 같다. 게다가 근대 교육을 담당하던 새로운 교육시설이 과거의 통치기구를 대체하며 자리를 잡았다는 사실도 상징적인 의미로 음미해볼만하다.

문화재는, 그것이 변화를 겪는다고 해서 파괴 과정으로만 볼 일은 아니다. 원형의 모습 그대로를 유지하는 것보다 오히려 변화와 진화를 거치며 겹침의 역사를 쌓아갈 때 문화재의 가치를 더욱 돋보이게 할 수도 있다.

비록 부평도호부 관아가 굴곡진 근대의 경험 속에서 중심의 위치를 잃고 퇴락해가는 모습을 보이기는 했지만, 그나마 근대 교육기관인 부평공립소학교로 겹치는 과정을 겪은 것은 불행 중 다행이라고 봐도 좋지 않을까. 문화재로서 부평도호부 청사가 갖고 있는 장소성은 그래서 단순히 건물지로서만 따질 문제는 아니다.

복원을 전제로 한 문화재 정비사업의 마스터플랜은 대개 보존, 정비, 활용이라는 세 가지 단계를 중심으로 구성된다. 단계별로 적합한 조치들을 마련하고 이를 종합해서 사업 계획을 수립하는 것이 일반적인 절차다.

보존 조치를 강구하는 단계에서 우선적으로 고려해야할 문제는 토지를 확보하는 일이다. 토지 매입은 선행된 유사 사업들에서도 공통적으로 중시했던 요소이기도 하다. 성격이 다소 다르기는 하지만 최근에 확산되고 있는 ‘내셔널트러스트운동’도 소유권을 확보해 문화재의 영구 보존을 꾀하자는 의도로 진행되는 사업이고, 멀리 갈 것도 없이 ‘계양산 한 평 사기 운동’도 같은 맥락에서 추진 중인 사회운동이라고 볼 수 있다.

당연히 토지를 매입하는 이유는 해당 구역의 보존 가치를 확신하기 때문이다. 때문에 사업 계획 수립에 앞서 지역 문화재의 가치를 발굴하고 공유하는 절차를 우선해야할 것이다.

정비 방안을 마련할 때 염두에 둬야할 일은 시굴과 발굴 작업이다. 이 과정을 통해 확인된 자료들을 바탕으로 유적의 성격을 어떻게 규정할 것인지에 대한 해답을 얻을 수 있고, 이를 통해 문화재를 새롭게 디자인하는 일이 가능하다.

물론 사업 추진에 따른 선후관계 문제가 있을 수 있지만, 여기서 중요한 점은 유적의 복원이 철저한 고증을 기본으로 해 이뤄져야 한다는 점이다. 단순히 홍보용 시설을 하나 더 만든다는 관점에서 접근한다면 이것 또한 부끄러운 역사 왜곡으로 남을 수밖에 없다.

교육이나 관광자원 등으로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는 일도 중요하다. 부평도호부 관아에는 기본적으로 어사대와 욕은지라는, 다른 지역에서는 볼 수 없는 독특한 콘텐츠를 확보하고 있다. 이밖에도 새로운 콘텐츠를 개발해 풍부한 관광자원을 제공해줘야 한다.

또한 주민들이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진입공간을 개선하는 것도 중요한 문제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단순히 조감도를 아름답게 만드는 데 현혹되지 않고 지역 주민들의 애정을 받을 수 있는 공간으로 재 조성되기를 기대한다. 그리고 이를 위해서는 지역민들의 멈추지 않는 관심과 조언이 무엇보다 필요하다.
저작권자 © 인천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