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양 관련 사안을 전문으로 다루는 해사전문법원을 인천에 유치하기 위한 범시민운동본부가 지난 4일 발족했다.

대한민국의 관문인 인천국제항과 국제공항을 갖춘 인천에 해사법원을 유치하자며 인천시와 시의회는 물론 정치권과 경제계, 시민사회단체와 국민운동단체, 노동단체가 참여해 해사법원 인천 유치를 위한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했다.

해사전문법원은 해사사건을 전문적으로 처리하는 법원이다. 국내에는 아직 설치되지 않아 외국의 재판소와 중재소에 의존하고 있어 설치 필요성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인천의 경우 우선 현재 크고 작은 섬이 무려 185개에 달한다 이중 유인도는 32개이고 무인도는 153개이다. 유인도와 무인도를 포함한 섬은 해양의 경제적, 환경적, 영토적 측면에서 중요한 역할을 담당한다.

국내 바다의 경우 정부와 지자체는 관리 대상 공유수면을 구분하고 있다. 배타적 경제수역과 국가 관리 항만구역은 해양수산부가 관리하고 영해와 지방관리 항만구역은 해당 지자체가 관리한다. 영해는 통상기선(육지 해안 해조선)이나 직선기선(바다 기점 섬)으로부터 측정해 그 바깥쪽 12해리(약 22㎞)까지 이르는 수역을 말한다.

인천의 섬은 대외적으로 한중과 남북 간의 해양 경계에 영향을 미친다. 남과 북은 1992년 유엔에 동시에 가입하면서 영토, 영공, 영해 등을 어느 정도 경계를 확정했다. 하지만 분쟁지역인 서해 NLL부근에선 확정을 못했다. 영해는 유엔해양법에 따라 유엔에 기탁해 동의를 얻어야 한다.

현재 대한민국의 서쪽 영해의 기준이 되는 직선기선은 덕적군도 소령도에서 끝난다. 이 이북 해역부터 백령도까지는 특정해역구역이다. 가장 문제가 되는 곳은 연평도~소청도 구간 해역이다. 백령도~소청도와 우도~연평도 구간은 북방한계선이 중간선에 해당하고, 남측이 실효지배하고 있는데다 중국도 영향력을 행사할 수 없어 남북 간에 합의만 있으면 된다.

유엔해양법약은 1973년 논의를 시작해 1982년 영해를 12해리로 채택했다. 그러나 북한의 경우 1955년 12해리를 법으로 규정하고, 이를 토대로 NLL 이남까지 북측 영해라며 방어에 나선 바 있다.

오히려 남한이 늦었다. 남한은 1977년 12월에 영해법을 제정하면서 서해 기선을 인천시 옹진군 덕적군도 소령도(북위 36도 58분 56초, 동경 125도 44분 58초)까지만 그었다. 소령도 위쪽은 특정해역이다.

문제의 핵심은 소청도와 연평도 사이 수역이다. 우도~연평도 구간, 소청도~백령도 구간 NLL은 남북한 기선에서 거의 중간선에 해당하기에 큰 문제가 없다.

하지만 소청도~연평도 구간의 경우 NLL 이남이 남한 영해라는 것은 국제법적으로 근거가 없다. 오히려 유엔해양법에 따라 북한의 영해(12해리)를 침범하는 선이 될 수 있다. 이처럼 유엔해양법에 따라 논란이 여전한 곳이 서해이기 때문에, 이에 대응해 해양주권을 수소하고 국제 해양 갈등에 적극 대응하기 위해 인천에 해사전문법원이 반드시 필요하다.

이뿐만 아니라 인천항에서 중국과 동남아시아, 미주 등을 오가는 카페리와 컨테이너선의 기항지는 무려 80여개에 달한다. 인천항은 지난해까지 6년 연속 화물 300만TEU 이상을 처리하며 계속 증가하고 있다. 2023년 올해 350만TEU 달성이 예상된다.

국제항의 특성상 인천항은 여러 나라의 상선을 비롯해 국제카페리선, 크루주여객선 등 다양한 선박이 오간다. 이들 선박에서 혹은 선박끼리 사고가 날 수 있고, 국내외 상선과 국내 어선, 여객선이 충돌할 수 있으며, 배에서 오염물질이 바다로 흘러나와 해양 오염사고 등을 야기할 수 있다. 이처럼 여러 해양 사건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해사전문 법원이 반드시 필요하다.

지난해 12월 인천연구원이 발표한 ‘해사전문법원 인천 설립 타당성 검토’ 보고서를 보면, 국내 해사전문법원 부재로 해외에 유출되는 비용이 연간 2000~5000억원 규모로 추산된다.

국내에 해사전문법원을 설립하는 데 대한 공감대는 이미 형성돼 있다. 그러나 설치지역과 관할에 대해서는 의견이 다양해 여러 지역이 이를 유치하기 위해 각축전을 벌이는 상황이다.

같은 인천연구원 자료를 보면, 해사전문법원 주요 수요자인 선주의 64.2%와 국제물류 중개업의 79.9%, 그리고 주요 로펌이 수도권에 있다. 해외 해사법원 수요자의 접근성, 효율성 등을 고려할 때 인천이 해사전문법원 입지의 최적지로 꼽힌다.

인천국제항과 인천국제공항, 해양경찰청 본청이 모두 소재하고 있다는 점도 인천에 해사전문법원이 설치되어야 하는 장점이라고 할 수 있다.

해사전문법원 유치운동을 계기로 인천에 없는 해양대학교를 만들어야 한다. 현재 국내 해양대학교는 부산 소재 한국해양대학교와 목포 소재 목포해양대학교 두 개로 모두 국립대학교이다.

부산에 있는 국립 한국해양대는 당초 1947년 인천에서 항해·기관·조선 등 3개과 100여명 학생 규모로 개교했다. 그러나 개교 두 달 만에 ‘조선해양대’로 이름이 바뀌며 군산으로 이전했다. 그 뒤 진해로 옮겼다가 오늘날 부산 소재 한국해양대학교에 이른다.

인천에 해사법원과 함께 해양대학도 같이 만들어야 한다. 특히, 인천경찰청 외에도 해양경찰청도 있으니 해양 사건 전문 수사 인력을 양성할 교육과정을 지역대학에 만들고, 지역 내 대학이 해양학과와 선박해양공학과, 아태물류학부, 물류전문대학원, 법학전문대학원 등의 교육과정까지 갖추고 있으니 해양대와 해양경찰학과를 설립해 물류전문대학원과 법학전문대학원과 함께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게 해야 한다.

궁극적으로는 인천이 해운과 항공이 발달한 물류도시의 장점을 살려 항공산업분야 산학융합원을 설립해 운영하고 있는 것처럼, 해운항만 산업분야도 정부와 인천시, 공기업, 대학 등이 나서 해양항만산학융합원을 만들어 인재를 육성하고 도시 경쟁력을 키워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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