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유순(63) 씨 아버지·어머니·동생 등 2대 거쳐 68년
성안상회, 자전거가 교통수단으로 인식된 것에 일조
“청년·이주 노동자를 위해 성안상회 건물 활용할 것”

인천투데이=박규호 기자│인천 부평구 소재 68년 역사를 지닌 자전거포 성안상회가 오는 15일 문을 닫는다.

<인천투데이>는 박유순 성안상회(삼천리자전거 부평점) 대표를 인터뷰하고 68년 동안 운영했던 성안상회 영업종료의 이유와 그동안의 소회를 들어봤다.

박유순 성안상회 대표.
박유순 성안상회 대표.

박유순 씨 아버지·어머니·동생 등 2대 거쳐 68년

부평역과 부평시장역 사이 한길안과병원 옆에 위치한 자전거 전문점 성안상회는 2대를 거쳐 운영됐지만 주인은 4번이나 바뀌었다.

현재 가게를 운영 중인 박유순(63) 대표 전엔 박유순 대표 아버지·어머니·동생이 각각 운영했다. 이제 아버지와 동생은 이 세상에 없다.

가게는 박유순 대표의 아버지이자 황해도 재령 출신인 박호영 씨가 ‘천광상회’란 이름으로 삼천리 자전거 대리점을 시작한 데서 시작했다. 이후 보성윤업사를 거쳐 지금의 성안상회로 이름을 바꾸며 총 68년 간 운영했다.

박호영 씨는 보따리 장사로 자전거 부속을 도매상에서 받아 와 외지에 팔면서 돈을 모아 1955년에 부평대로에 위치한 부평우체국 앞에 가게를 차렸다.

이후 현재 자리로 옮긴 뒤 얼마 후 박호영 씨가 작고했고, 부인 김명주 씨가 가게를 운영하다가 박유순 대표의 동생인 박흥순 씨가 운영했다.

2015년 11월 박흥순 씨가 급환으로 세상을 떠나자 민주노총 소속 간부였던 박유순 대표는 사표를 내고 가게를 맡았다.

박유순 성안상회 대표.
박유순 성안상회 대표.

“성안상회 오는 15일 영업종료...끝이 아닌 시작”

박 대표는 현재보다는 미래를 선택하고 싶어 오는 15일 성안상회의 문을 닫는다고 밝혔다. 박 대표는 성안상회 영업종료가 끝이 아닌 시작이라고 말했다.

박 대표는 본인도 나이가 있고 해서, 미래세대를 위해 사회활동을 진행하고 싶다며 68년 성안상회가 문을 닫는 이유를 설명했다.

박 대표는 “가족회의를 소집해 사회활동을 하고 싶다는 내 또다른 꿈을 전했다”며 “대신할 사람이 없는 상황에서 가게를 정리하기로 정했다”고 말했다.

이어 “가게를 정리하고자 생각했을 때 많은 고민을 했다”며 “고심한 결과 아이들의 미래를 위한 활동을 시작하기로 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자전거를 판매하면서도 과도한 탄소배출로 기후 위기가 심각한 것을 목도했다”며 “조금이라도 힘이 있을 때 기후위기 대응을 위해 활동해보고 싶다”고 강조했다.

박유순 성안상회 대표.
박유순 성안상회 대표.

“자전거가 교통수단으로 인식된 것에 일조”

박 대표는 성안상회 운영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일로 자전거가 교통수단으로 인식되면서 자전거 동호회 등 문화 생성에 성안상회가 일조한 것을 꼽았다.

박 대표는 동생인 박흥순 씨가 산악자전거(MTB) 국내 도입에 앞장 선 사람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자전거하면 산악자전거를 쉽게 떠올리지만 당시 국내엔 생활자전거 밖에 없었다. 박흥순 씨는 1990년대 산악자전거가 국내 도입될 때 규모가 큰 가게 주인들을 모아 일본 도쿄 바이크쇼 박람회 참가를 계획했다.

이후 박흥순 씨는 한국산악자전거연맹을 창설하고 연맹 기술이사를 맡았다. 또 선수단을 꾸려 국제대회에 참가하기도 했다.

박 대표는 “산악자전거 도입으로 처음으로 국내에 자전거 동호회가 만들어졌다”며 “동호회가 배출한 아이들이 산악자전거 선수가 되고, 아시안게임 동메달을 획득하기까지 했다. 그것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말했다.

자전거 도시 만들기 운동... 자전거 도로 놓기에 노력

또, 박 대표는 성안상회 운영 중 부평구 자전거 도시 만들기 운동이 기억에 남았다고 밝혔다.

부평 자전거 도시 만들기 운동은 매달 한 번씩 부평구청에서 부평역까지 자전거 대행진을 하며 부평구 내 자전거 전용도로를 만들자는 시민사회운동이었다.

박유순 대표는 “어린 아이부터 노인까지 참여해 부평구 내 자전거 도로를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며 “성안상회는 접지만 아직도 부평구가 자전거 도시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어 “자전거 판매 종사자가 아닌 일반 시민으로 돌아가서 탄소배출을 적게 할 수 있는 교통인 자전거 문화 확산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성안상회 내 전시된 자전거들.
성안상회 내 전시된 자전거들.

“청년과 노동자자 위해 성안상회 건물 활용할 것”

박 대표는 성안상회 건물을 청년 노동자, 비정규직 노동자, 이주 노동자 미래를 위해 활용하겠다고 밝혔다. 성안상회 건물은 3층으로 구성돼 있는데 1층과 2층은 세를 주고 3층에 민중의집을 짓는다는 계획이다.

박 대표는 성안상회 건물 3층을 주말엔 이주 노동자 한글교실로, 평일엔 노동자 상담기관으로 활용할 수 있게끔 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박 대표는 “몸이 아프지만 않는다면 뜻이 있는 사람들과 함께 비정규직 노동자 등을 교육하는 전문 기관을 만들고 싶다”며 “죽기 전에 과거 세대 노동자인 내가 미래 세대 노동자인 청년을 위해 살아보고 싶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성안상회는 부평 자전거 문화 바로미터 같은 곳이다. 오래된 곳인 만큼 정리하면서 다양한 부품들을 발견한다”며 “지금까지 성안상회를 이용했던 고객에게 부품을 원가에 드리면서 감사를 표하고 싶다”고 마지막 인사를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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