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봉훈 오늘의상상 준비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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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투데이ㅣ4월 17일 최고위원회에서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지난 2021년 민주당 전당대회 돈 봉투 사건에 대해 대국민 사과와 함께 송영길 전 대표의 조기 귀국을 요청했다고 밝혔다.

대국민 사과에서 알 수 있듯이, ‘정치검찰의 국면전환용 기획수사’라던 당사자들의 주장은 힘을 잃었다. 형사적 판단은 법정 다툼으로 따져 질 것이라 미뤄 놓는다 해도 국민들의 감정적 판단은 구체적인 증거들로 인해 사실상 부정하기 어려운 형국이다. 

지금 민주당으로선 매우 엄중한 상황인데, 더 중요한 것은 이 사건으로 사정정국은 더 강해질 것이고 ‘부패 vs 반부패‘라는 내년 총선 구도 변화가 예고된다는 것이다. 

“정권안정론과 정권견제론”

제22대 국회의원 총선거일은 2024년 4월 10일로 채 1년이 안 남았다. 선거는 전체를 아우르는 구도(프레임)에서 가장 큰 격차가 난다. 선거구마다 이해와 이슈가 있고 후보마다 경쟁력이 다르지만 전체 선거를 아우르는 구도(프레임)를 후보의 개인 경쟁력으로 바꾸기란 쉽지 않다. 중부권에서 특히 수도권은 더더욱 쉽지 않다. 

보통 대선 중간에 치르는 선거의 구도(프레임)는 ‘정권안정론 vs 정권견제론’이 일반적이다. 국정운영에 발목 잡는 야당을 비판하며 여당을 지지해 대통령에게 힘을 실어주느냐, 실정하는 대통령과 여당을 견제하기 위해 야당에 힘을 실어주느냐가 가장 지배적인 구도인 것이다. 

이런 이유로 여야 모두 대통령지지도가 총선의 중요한 지표가 된다. 4월 17일 발표한 리얼미터의 대통령 지지도는 33.6%다. 그 직전 주 갤럽의 조사에선 28%까지 떨어지기도 했다. 그야말로 지금 대통령 지지도는 바닥이다.

대통령의 낮은 지지율이 야당의 여러 내부 문제들을 덮어주고 있는 셈이다. 만약 올해 후반기에도 지금 같은 지지율로 정체된다면 여당 수도권지역 후보들은 비상이 걸릴 것이다. 집권여당 후보가 나를 뽑아달라는 명분과 투표 동기부여가 매우 부족해지기 때문이다.

‘반부패 vs 부패‘ 그리고 ‘무능 대통령 vs 정치 탄압‘ 

지난해부터 검찰과 경찰은 대대적인 마약과의 전쟁을 예고했다. 이태원 참사 현장에 안전 경비보다 마약 단속 경찰인력이 많이 배치되었다는 이야기나 참사 희생자에 마약 투약검사를 해서 공분을 사기도 한 것들을 보면 윤석열 정부가 지금 마약단속에 얼마나 혈안이 됐는지 알 수 있다. 

국민의 눈과 귀를 잡을 사회적 문제를 제기하고 이를 해결하는 대통령과 정부의 모습을 보여주는 국정운영 방식은 익숙하다. 노태우 대통령이 조폭과의 전쟁을 선포하며 보통사람의 시대에 맞는 친서민 행보를 했고, 이명박 서울시장은 청계천사업을 통해 불도저 건설업 이미지를 극복하고 친환경 도시경영자로 변신했다. 자신이 가장 잘하는 일을 국민들에게 긍정적으로 보이게 하는 방식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잘한다고 생각하는 것은 검찰과 경찰 등을 활용한 반부패 사정, 엄정한 법 집행일 것이다. 검찰총장일 때는 적폐수사를 주도했고 조국 법무부장관을 특혜와 부패 혐의로 낙마시켰으며 대통령이 되선 마약 단속으로 시동을 걸고 이제 돈 봉투 사건으로 정치권 부패가 손에 잡혔다. 정체된 지지율에 머리가 아플 때쯤 그야말로 횡재라고 생각할 듯하다. 

이번 사건 이전에도 야당 대표에 대한 사법 리스크 정국이 있었지만 정당 지지율을 보듯 국민들에게 큰 변심을 주지 못했다. 아직도 진행형인 일들이지만 길고 긴, 내년 총선 때까지도 이어질 상황에서 이번 돈 봉투 사건은 확실한 증거와 다수 야당 현역의원을 대상으로 하는, 그야말로 사정정국 전환용으론 안성맞춤이다.

‘정권안정론 vs 정권견제론‘은 여전히 총선의 큰 축이지만 이제 흔들릴 수 있다. 야당은 ‘무능 대통령 vs 정치 탄압‘으로 선거 구도가 형성되길 희망하겠지만, ‘반부패 vs. 부패‘라는 대통령과 여당이 주도하는 구도는 더 강하게 국민의 뇌리에 스며들 것이다.

낙선이 아닌 당선 목적으로 투표해야

앞으로 돈 봉투 사건은 모의, 자금조달, 배포자에 대한 소환조사, 구속 체포동의안이 진행되고, 이후 돈 봉투 받은 사람들에 대한 압수수색, 소환, 구속 체포동의안으로 이어진다.  그리고 재판이 하나 둘 진행되면 올해 내내 돈 봉투 사건은 국민들 머리 속에 각인될 것이다.

각 당의 적극적 지지층은 잘하던 못하던 그 당을 지지하지만 선거의 승패를 가르는 부동층(소극적 지지층+무당층)은 다르다. 부동층은 지지 후보 보다는 낙선 시키고 싶은 당과 후보를 먼저 생각하고 그의 낙선을 위해 그를 제외하고 투표하는 경향을 보인다.

후보의 특별한 상황이나 경쟁력 문제가 나오지 않는 한, 부동층의 투표경향은 바로 이런 선거 구도(프레임)에 따르는 것이다. 지금 총선 구도가 흔들린다. 

대통령과 여당은 국민의 삶에 다가가는 정책이 필요하다. 사정정국 부패집단 척결은 그저 총선 승리 수단일 뿐이다. 지금이라도 유능한 총리와 전문가 내각으로 교체하고 보수정권  답게 안정적인 집권능력을 보여줘야 한다. 

민주당은 대통령의 실정만 기대해선 안 된다. 대통령 지지도가 계속 정체되면 여당은 유승민, 이준석 같은 여당 내 비주류와 다시 뭉칠 것이다. 여당은 계속 변하고 야당은 변화는커녕 부패에서 벗어나지 못한다면 최악의 상황이 올 수도 있다.

도덕적 우위가 무기였지만 지금은 거꾸로 민주당을 옥죄고 있다. 부패로부터 결자해지 못하면 총선 승리는 어렵다. 이번을 기회로 삼고 당의 새 틀을 짜야한다. 부패하면 유능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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