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 건축 환경 개선을 위한 정책토론회’ … “장애인 로고, 무장애 디자인으로 변경해야”

“동네 미용실에 계단이 있으면 장애인만 접근하기 어려운 것이 아니다. 유모차를 가지고 나온 부부나 휠체어를 타고 나온 노인도 마찬가지다. 육교를 폐쇄하고 횡단보도를 설치하는 것도 폐지 리어카를 모는 이, 자전거를 타고 가는 학생 등 모두의 관심사다. 결국 (장애인 편의시설은) 장애인만의 쟁점이 아니라 지역사회 전체의 쟁점임을 각 지자체들이 제대로 인식할 필요가 있다”

지난 11월 29일 인천시의회 의총회의실에서 ‘장애인 건축 환경 개선을 위한 정책토론회’가 열렸다. 인천장애인주거복지네트워크와 정수영 시의원이 주최하고 사단법인 좋은친구들이 주관한 이 행사에는 인천시의 ‘장애인편의시설 사전점검 조례’의 올바른 시행과 ‘편의시설 개선과 확충에 대한 중장기 계획 마련’을 위해 장애인 편의시설 관련 전문가와 장애인단체 활동가가 참석했다.

정수영 시의원의 개회사를 시작으로, ‘장애물 없는 인천 만들기’ 사업 소개와 인천 장애인편의시설의 문제점과 개선방안, 부평구 장애인편의시설 사전 점검 조례 제정, 장애인편의시설 개선 모범사례, 그리고 장애인편의시설 개선 정책 마련을 위한 제언 등이 발표됐다.

2010년부터 ‘장애물 없는 인천 만들기’ 사업 시작

▲ 11월 29일 인천시의회 의총회의실에서 인천장애인주거복지네트워크와 정수영 시의원이 주최하고 사단법인 좋은친구들이 주관한’장애인 건축환경 개선을 위한 정책토론회’가 열리고 있다.
인천지역 장애인단체 8개로 구성된 인천장애인주거복지네트워크는 ‘장애물 없는 인천 만들기’ 사업을 위해 2010년 장애인편의시설 전문가를 육성했다. 이어 2011년부터 인천지역 공공ㆍ문화ㆍ교통 시설 등 장애인편의시설 255곳의 실태를 조사했다. 그리고 올해 법적ㆍ제도적 지원 방안을 마련하기 위한 사례보고회와 토론회를 구별로 개최했다. 이혁재 사단법인 좋은친구들 상임이사는 이 자리에서 활동 내용을 보고하고 그 성과와 한계를 짚었다.

이 상임이사는 “시민 26명이 장애인 건축환경조사단 양성교육과정을 이수했다. 장애인편의시설이 제대로 설치된 곳을 중심으로 인천관광안내 책자를 발간하고, 구청장 면담을 진행했다. 지방자치단체장과 공무원들의 장애인편의시설에 대한 인식 제고와 예산 반영, 장애인편의시설 설치의 당위성에 대한 여론을 조성한 것은 성과로 남았다”고 했다.

그는 반면 “인천장애인편의시설촉진공단 등 유관기관과의 협조와 정보공유가 원활히 이루어지지 못했고, 양성교육과정을 이수한 장애인편의시설 전문가들이 지자체와 연계한 활동을 펼치지 못했다”고 평가했다. 이어 “개방적인 협력체계를 구축해야하고, 일정의 소양교육을 마친 장애인이나 장애인단체 활동가 등이 (장애인편의시설 설치와 관련한) 검수위원으로 활동할 수 있게 조례를 제정해야한다”고 말했다.

모든 사람 위한 새로운 디자인 필요

소준영 부천대학교 교수는 인천 장애인편의시설의 문제점과 개선방안을 발표했다. 소 교수는 “도시환경은 획일화돼있어 사람들의 다양한 욕구를 만족시키지 못하고 사람들은 경제적 논리에 의해 불편함을 감수하고 있다”며 이에 대한 예를 들었다. 그는 “남구청은 승강기가 설치되지 않았고, 남구장애인종합복지관 입구의 촉지도는 점자블록과 연계돼있지 않아 위치조정이 필요하다. 서구보건소 입구 경사로는 폭이 좁아 휠체어 이용이 불가능하고, 계양구의회 외부경사로는 경사도가 심해 휠체어장애인의 접근이 어렵다”고 했다.

그는 이어 “부평도서관의 장애인열람실은 전시장으로 개조됐고, 승강기가 없어 1층 이외에는 이용할 수 없었다. 부평구청과 주민센터 민원실의 민원대가 높아 휠체어장애인 접근이 어려우며, 부평문화원은 일부 강의실에 문턱이 있어 장애인 접근이 어려우니 제거해야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휠체어를 탄 장애인을 의미하는 장애디자인에 문제를 제기하며 이를 무장애디자인으로 변경해야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현 장애디자인은 장애인만을 대상으로 하는 소극적 생각의 결과”라며 “장애인을 비롯해 노인, 유아, 임산부, 영유아를 동반한 사람, 무거운 짐을 든 사람, 피로에 지친 사람, 시력이 좋지 않은 사람, 오른손잡이와 왼손잡이, 키 큰 사람과 키 작은 사람, 뚱뚱한 사람과 마른 사람, 외국인 등 모든 사람을 대상으로 하는 새로운 디자인이 필요하다”고 했다.

김성동 울림장애인자립생활센터 소장은 ‘부평구 장애인 등의 편의시설 사전검사 및 실태조사에 관한 조례’ 제정 과정과 이후 진행 경과를 보고했다.

김 소장은 “부평구를 중심으로 장애인편의시설 실태조사와 모니터링을 하면서 건축물 등 장애인편의시설의 열악한 환경과 법과 제도의 미비, 인식의 부재를 확인했다”고 밝혔다. 또한 “현재 장애인차별을 금지하는 법적ㆍ제도적 장치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장애인편의시설을 이용하는 데 불편함을 느끼고 있는 게 현실이다. 장애인들이 체감할 수 있도록 편의시설에 대한 종합적인 계획과 개선이 필요하다고 생각해 조례 제정에 참여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지난 1월부터 구별 장애인 조례와 예산을 분석하고 조례 제안서를 작성해 토론했다. 그 결과 지난 7월 16일 부평구의회 정례회에서 조례안이 가결돼 제정됐다”며 “향후 장애인을 비롯한 사회적 약자를 위한 법과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는 활동을 지속적으로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밥집ㆍ미용실ㆍ노래방 휠체어 못 들어가

다음으로 권영숙 한국장애인개발원 팀장은 ‘배리어프리 보행환경과 건축물 사례’를 발표했다. 그는 일본과 프랑스의 도로와 보행로 경계면ㆍ맨홀 덮개 처리ㆍ횡단시설 등 보행환경과 장애인 전용주차장ㆍ엘리베이터ㆍ공공기관 출입구 등 건축물 환경을 국내 상황과 비교하며 개선해야할 부분이 많음을 지적했다.

마지막으로 윤삼호 한국장애인인권포럼 정책위원이 ‘장애인 편의시설 개선 정책 마련을 위한 제언’을 발표했다. 윤 정책위원은 “물리적 접근권이 보장되지 않으면, 장애인은 학교에 다니기 어려워 (그들에게는) 교육권이 없고, 직장에 출퇴근도 할 수 없을뿐더러 출근 해도 제대로 일을 할 수 없으니 노동권이 없고, 투표소에 접근할 수 없어 참정권이 없고, 여가생활도 즐길 수 없으니 문화향유권도 있을 수 없다”며 “따라서 접근권은 모든 권리의 출발이자 전제가 되는 기본권”이라는 말로 접근권의 중요성을 설명했다.

그는 이어서 “현재 거의 모든 공공기관과 규모가 큰 공공시설에는 어느 정도 장애인편의시설이 갖춰져 있다. 하지만 정작 내가 사는 동네에서는 접근을 할 수 없는 곳이 너무나 많다”며 “장애인들은 동네 슈퍼마켓이나 미용실ㆍ중국집ㆍ김밥집ㆍ약국ㆍ노래방ㆍ세탁소 등 소규모 근린시설에 접근하는 것이 거의 불가능한데도 편의증진법의 법적 보호를 받을 수 없다”고 했다.

그는 “따라서 법의 테두리와 예산 범위 안에서만 하려 하는 공무원사회를 설득하는 것이 (법 밖에 있는) 세상을 바꾸는 빠른 방법 중 하나”라며 “우리의 거버넌스 역량을 십분 활용하자”는 말로 발표를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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