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사기피해대책위, 인천시 발표에 ‘시큰둥’
“그렇게 만나자고 할 땐 바쁘다더니 이제 와”

인천투데이=김현철 기자│“인천 미추홀구 전세사기 피해자가 처음 숨지고 나서 유정복 인천시장과 제대로 된 간담회를 했다. 세 번째 사망자가 나오니 인천시가 대책을 발표한다. 사람이 죽어야 사회 구조가 제대로 작동하는 것이냐”

19일 안상미 인천 미추홀구전세사기대책위원장은 <인천투데이>와 통화에서 이날 인천시가 발표한 전세사기 지원 대책을 이같이 평가했다.

안상미 인천 미추홀구전세사기대책위원장이 전세사기 피해자 합동 추모제에서 발언하고 있다. 
안상미 인천 미추홀구전세사기대책위원장이 전세사기 피해자 합동 추모제에서 발언하고 있다. 

앞서 지난 17일 인천 미추홀구 전세사기 피해자 A(31)씨가 미추홀구 소재 빌라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이 보다 앞서 지난 14일과 올해 2월 28일 B(26)씨와 C(38)씨가 사망해 미추홀구에서만 전세사기 피해 사망자가 세명 발생했다.

전세사기 피해가 광범위하게 퍼지고 있지만, 미추홀구의 경우 유독 주택마다 ‘근저당권’이 크게 잡혀있는 등 세입자의 피해가 더욱 크다.

유정복 인천시장은 19일 시청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전세사기 피해 추가 지원 방안을 발표했다. 전세사기 피해자를 위한 대출에 대한 이자지원, 청년세대 피해자를 위한 월세 지원 등이 담겼다.

전세보증금 대출 이자 지원의 경우 지원세대를 약 3000세대로 규정했다. 시는 인천 내 전세사기 주택 규모가 약 3000세대에 이를 것으로 보고 있다.

안상미 인천 미추홀구전세사기대책위원장이 전세사기 피해자 합동 추모제에서 발언하고 있다. 
안상미 인천 미추홀구전세사기대책위원장이 전세사기 피해자 합동 추모제에서 발언하고 있다. 

이를 두고 안 위원장은 “시가 대책을 마련해준다고 하니 받아야 하는 것이냐”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3000세대에 이자를 지원해주겠다고 하는데, 대출을 받지 않은 세대도 많다. 수혜 대상부터 잘못 산정했다”고 비판했다.

이어 “최근 들어 ‘피해자들 사정이 어려워지고 있다’고 호소하며 유 시장과 면담을 요청할 땐 ‘4월 내내 일정이 많아 바쁘다’고 피하더니 이제와서 대책이라고 내놓았다”고 꼬집었다.

대책 수립 과정에서 대책위와 협의 여부에 대해선 “전혀 없었다. 오늘 대책을 발표했다는 것도 뉴스로 접했다. 일방적인 발표에 불과하다”고 일축했다.

안 위원장은 “유 시장과 첫 사망자가 나온 뒤 처음이자 마지막 간담회를 진행했다. 당시 경매 유예를 정부에 요청해달라고 부탁했다”며 “유 시장은 세 번째 사망자가 나온 날에서야 국토교통부 차관과 만나 요청했다”고 말했다.

이어 “세 번째 사망자가 나오고 난 뒤 전세사기 문제의 시작인 ‘경매 유예’ 검토가 공식화 됐다”고 한 뒤, “말 그대로 ‘공식화’ 됐을 뿐이다. 언제 어떻게 현실화할지 아무도 모른다”고 부연했다.

전세사기 피해 사망자 유가족이 헌화하고 있다.
전세사기 피해 사망자 유가족이 헌화하고 있다.

인천시 관계자는 "지난해 12월 유 시장이 피해자를 만나 얘기를 들었다"며 "인천시 차원에서 할 수 없는 일도 있고, 정부와 협의 과정이 필요해 발표가 늦었다"고 말했다. 

이어 "시가 발표가 대책을 두고, 여러 이야기가 나오는 것은 알고 있다. 다만, 피해자들을 위해 다각적으로 노력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대책위 등은 윤석열 대통령이 약속한 '전세사기 세대에 대한 경매 유예' 조치를 즉각 실시하는 한편, 공공기관의 피해자 보증금 채권 매입 특별법 제정과 사각지대 피해자를 위한 신속한 채무조정 지원방안 추진을 요구하고 있다.

이미 국회엔 공공기관이 채권 매입으로 전세사기 피해를 선 보상하고, 후에 구상권 청구 등으로 비용을 회수하는 방식을 담은 특별법이 계류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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