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법인 위공 박병언 변호사(서울시교육청 고문 변호사)

2월 겨울방학 기간 동안 교사들은 새 학기를 준비하고 교육도 받는다. 올 2월 여러 학교에 아동학대 관련 강의를 하러 불려 다녔다. 교장 선생님도 앉아 있는 학교 전체 교사들 대상의 강의다.

나는 강의 시작 전 “여기서 초·중·고등학교 다닐 때 선생님에게 맞지 않았던 선생님 손들어 보세요”라고 말한다. 학교를 돌며 현직 교사 수백명을 만났다. 그들 중 맞지 않은 교사는 단 한 명뿐이었다. 그 교사가 손을 들자 “오~”하는 환호성이 터졌다.

박병언 법무법인 위공(송도) 대표 변호사
박병언 법무법인 위공(송도) 대표 변호사

교사들 또래의 학부형들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맞고 자란 학부모가 아이를 낳아, 맞고 자란 교사들에게 아이의 교육을 맡긴다. 그러나 교사도 학부모도, 지금 키우는 아이들은 맞고 자라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교실은 그렇게 간단하지 않다. 특히, 의료기관이 정서적으로 장애가 있다고 판단한 아이들 초등학교 통합학급에서 인지능력에 장애가 없는 학생들과 같이 수업을 받는 경우 교사에게 간단치 않은 일이 발생한다.

아동학대를 금지하는 현행법은, ‘말로 지도하면 되는데 폭력을 행사하면 안된다’를 전제로 한다. 일체의 신체적, 정서적 학대를 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맞고 자란 어른들이 일심동체로 만든 법이지만, 이 법에 의하면 정서적인 장애가 있든, 아니면 순간적으로 폭력적인 성향을 보이는 아동이든, 그 학생을 물리적으로 제지하는 순간 교사는 ‘신체적 아동학대’의 구성요건에 해당하게 된다.

최근 충남에서 학생에게 얼굴을 가해당한 교사가 크게 다친 사건이 발생했다. 하지만 교사를 가해한 학생의 학부모가 오히려 당시 상황이 교사가 아동학대를 한 사건처럼 항변했다. 이처럼 교육현장에선 아동복지법이 미처 예정하지 않은 '말로 통제되지 않는 상황'이 존재한다.

대한민국에 처음 ‘아동복리법’이 만들어 진 것은 1962년이다. 지금처럼 아이를 꽃처럼 보살피려고 만든 법이 아니었다. 전쟁으로 고아가 된 아이들이 여기저기서 눈뜨고 못 볼 고난을 겪고 있어 그걸 구제하려고 제정한 법이었다.

1962년 아동복리법 제15조가 금지한 행위는 “불구기형의 아동을 공중에 관림시키는 행위”, “아동에게 걸식을 시키거나 아동을 이용하여 걸식하는 행위”, “아동에게 음행을 시키는 행위” 등을 금지하기 위한 법이었다. 그런 일들이 일어나고 있었다는 얘긴데 ‘그마저도 실제로 시행되지 않고 있으나 마나 한 법이었다’고 국회 스스로 밝히고 있다.

지금처럼 아동의 온전한 발달을 위해 아동학대를 금지한 법은 2000년에야 비로소 등장한다. 김대중 정부가 들어선 후 시작된 조치인 것이다. 그렇게 대한민국의 아동보호의 역사는 진보했다.

그런데 진보란 현실의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이어야 한다. 아동보호 입법 과정에서 드러난 부작용이 있다면, 이를 개선하는 과정이 지속돼야 ‘진보’의 의미가 살아난다.

2020년대 대한민국에선 오히려 아무런 지도 수단이 없어진 교사들이 일부 아이들의 선을 넘은 행동을 지도하지 못한 채 고통스러워하고 있다. 그중에서도 특수교사들이 처한 현실은 아동복지법이 교사에게 덫을 놓고 있다는 느낌마저 들 정도다.

아동학대 금지가 당연한 공동의 가치로 더욱 뿌리 내리는 가운데, 이제는 교사도 한 명의 시민권자로서 교사의 권리가 침해당할 경우 이를 어떻게 보호할 것인가도 충분히 논의해야 한다. 아동은 추상적으로는 어른이 보호할 대상이지만, 구체적인 현실에선 보호해야 할 측면과 교육하고 지도해야 할 측면도 가지고 있는 양면적인 존재이다.

그렇기에 아동보호는 절대적인 선이고, 이에 대한 구체적 지도를 하려는 교사는 잘못된 것이라는 이분법적 사고로는 교육현장의 구체적인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한쪽에게는 권리를 주지 않는 민주주의는 존재할 수 없다. 적어도 공격받았을 때 방어할 권리를 줘야 한다.

나는 이러한 논의가 민주·진보를 고민하는 이들로부터 적극적으로 제기되고 공론화되기를 희망한다.

들여다보면, 아동복지법뿐만이 아닐 것이다. 김대중~노무현~문재인 대통령 시절에 도입한 많은 ‘진보’적인 제도들이 이제 25년 이상의 실천기간을 거쳐 가고 있다. 그리고 현실에선 문제가 발생하는 지점들이 있다. 현실의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다듬어야할 사항들을 제때 다듬지 못한다면, ‘민주-진보’라는 가치가 실제로는 또 다른 억압으로 작용할 수도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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