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하대 졸업 후 귀농한 시골버스 기사 삶 담아
문화잇다, ‘나는 괴산의 시골버스입니다’ 출간

인천투데이=박규호 기자│인하대학교를 졸업한 후 귀농하고 시골버스 기사된 저자의 삶을 담은 책이 출간됐다.

출판사 <문화잇다>는 지난달 29일 ‘나는 괴산의 시골버스 기사입니다’를 출간했다고 밝혔다.

저자는 충북 괴산군 버스기사 한귀영 씨로 인하대 조선공학과를 졸업해 2010년 충북 괴산으로 귀농해 포고버섯을 재배하는 농부였다. 이후 2019년 괴산군 유일 버스회사 아성교통에 입사해 시골버스 몰고 있다.

‘나는 괴산의 시골버스 기사입니다’는 저자가 경험한 생생한 시골버스 이야기 그 자체를 담았다.

때로는 승객들과 티격태격 다투기도 하고, 승객으로부터 인생의 지혜를 깨닫게 되는 시골버스 기사의 인생 운행일지이다.

'나는 괴산의 시골버스 기사입니다'한귀영 저│문화잇다│정가 13000.(자료제공 문화잇다)
'나는 괴산의 시골버스 기사입니다' 한귀영 저│문화잇다│정가 13000.(자료제공 문화잇다)

내가 사는 마을 앞 승강장에서 낯이 많이 익은 학생이 버스에 올랐다. 자세히 보니 우리 아들놈이다. 코로나 때문에 마스크로 얼굴 반을 가렸으니, ‘저놈이 내 아들인지, 이놈이 내 아들인지’ 헷갈릴 때가 있다. “아들아 아빠가 운전하는 버스인데 요금을 꼭 내야겠니?” “이 버스가 아빠 것은 아니잖아 남들과 똑같이 대해줘” (책 p.27)

“개를 멕이질 말던지.” 청천 터미널에서 버스에 오르시는 할머니의 푸념이다. 그것도 시골버스 기사가 잘 듣게 큰 소리로. 앉아 계시던 승강장 벤치 옆에는 큼지막한 개 사료 한 포대가 기대어 있었다. 아마 버스가 도착하기 전, 사료를 파는 가게 사장님이 먼저 옮겨놓은 모양이었다. 힘없는 노인이 20여 킬로그램이 되는 개 사료 포대를 옮기려 하니 엄두가 나지 않아 입에서 자동으로 나오는 푸념이었다. 당신 한 몸도 가누기 힘든 노인이 거대한 개 사료 포대를 들고 버스에 오르기란 애초에 불가능한 일이었다. (책 p.80)

이처럼 책은 서울이나 경기도도 아닌 지방버스 기사의 이야기를 담았다. 한귀영 씨가 운전하는 버스는 하루에 몇 대 돌지 않는 노선이라도 버스를 이용하는 승객들은 한귀영 씨가 운전하는 버스가 없으면 일상을 영위할 수 없다.

이 책은 에피소드 47개로 구성됐으며 읽는 이로 하여금 삶의 의미와 소소한 행복이 무엇인지 되돌아보게 한다.

책을 읽은 한 저자의 지인은 자신의 소셜관계망서비스(SNS)에 “버스기사를 시작하고 얼마 안되서 함게한 식사자리에서 저자가 힘들어하는 모습을 봤을 때 할 수 있는 것은 하소연을 들어주는 것 뿐”이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버스운전으로 경험한 내용을 찰지게 써내려간 글을 보면서 역시 한귀영이다라고 생각했다”며 “저자가 버스운전으로 낮은 처지의 사람들을 접했기 때문에 자신을 옭아매고 있던 울분과 분노로부터 벗어날 수 있었던 것 같다”고 게시했다.

그러면서 “저자가 어려움 속에서도 잃지 않는 낙천성이 있었기에 책을 읽는 내내 웃음짓게 됐다”면서 “많은 사람들이 읽어보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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