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기돈 한국이주인권센터 사무국장
출입국관리사무소의 무리한 단속으로 또 한 명의 이주노동자가 사망했다.

지난 12일 밤 9시 10분께, 부산시 기장군 정관면에 있는 한 제조업체에 부산 출입국관리사무소 단속반원 9명이 급습했고, 그곳에서 야간작업을 하던 인도네시아 출신 이주노동자 수위토씨가 단속을 피해 창문으로 달아나다가 8미터 높이 옹벽으로 추락했다.

수위토씨는 머리를 크게 다쳐 내부가 파열된 상태에서 의식불명 상태로 6일을 연명하다가 18일 오전 8시 30분께 결국 중환자실에서 숨을 거뒀다.

반성하지 않는 출입국관리사무소

부산 출입국관리사무소측은 민원 제보로 출동했고, 단속 전에 이미 현장을 답사했다고 밝히면서 “고인의 사망은 유감이지만 적법한 법 집행 중 발생한 우발적 사고”라고 밝혔다.

또한, 단속 담당자는 “불법체류 근로자가 야간에만 공장에서 근무한다는 민원 제보가 있었기 때문에 야간단속이 불가피했다”고 말했다. “세밀한 주의를 기울여야하지만 불법체류 외국인들이 갈수록 법 집행을 무시하고 저항하거나 도망가는 경우가 많다”며 “불법체류자가 도망가거나 저항하다 단속 공무원에게 상해를 입혀도 강제 퇴거 이상의 가중 처벌이 없기 때문에 공권력 경시가 일상화되고 있다”고도 덧붙였다.

하지만 이번 단속과정과 사망경위를 살펴보면, 무리한 단속이 이주노동자를 사망으로 이어지게 했다는 점을 감출 수는 없다.

우선, 단속반원들이 현장답사를 선행했음에도 사업장 옆 8미터 높이의 옹벽에 대한 안전조치는 없었다는 점이다. 야간 단속은 더욱 위험하고, 단속과정에서 도주하다 추락해 부상 내지는 사망한 사례가 숱하게 있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많은 단속반원 중에서 옹벽 쪽의 안전조치를 취한 사람이 없었다는 것은 현장답사가 궁색한 변명에 불과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출입국사범 단속과정의 적법절차 및 인권보호 준칙’에서는 “합동단속, 야간단속 등 주의를 요하는 사안에 대하여는 단속반장에게 미리 현장을 답사하게 한 후 안전 확보 방안에 포함된 단속계획서를 작성하게 하여 사무소장의 결재를 받아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그럼에도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은 것은 단속반원의 직무유기이자 고인의 사망을 방조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다음으로, 단속반원이 급습한 사업장에서 작업 중이던 미등록 이주노동자 4명 중 단속된 1명 이외의 3명은 달아났음에도 이에 대한 사후적 확인 없이 20여 분 동안 단속을 진행한 후 철수한 점 역시 문제점을 가지고 있다.

단속하면서 이주노동자들이 황급히 도주하는 상황을 단속반원들은 목격했고, 현장답사로 옹벽 등 위험요소를 파악했더라면 이주노동자들이 단속을 피해 도주하는 과정에서 혹시라도 사고가 발생하지는 않았는지 점검하고 그에 따라 응급조치 등 적절한 대처를 하는 것이 당연할 것이다.

하지만 단속반원들이 철수하면서 현장에 있던 한국인 노동자에게 “한 명이 도망가면서 어떻게 됐는지 확인해 보라”고만 했을 뿐,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 그로 인해 고인은 추락한 후 50여 분이 지난 후에나 도주했던 다른 이주노동자에 의해 발견됐다.

만약 단속반원들이 단속 후 현장 주변을 점검해 사고 여부를 확인하고 고인을 바로 병원으로 이송했다면 사망에까지 이르지 않았을 수도 있었던 것이다.

공권력의 이름으로 행하는 살인, 이제는 중단해야

이 같은 비극적인 사망은 비단 어제 오늘만의 일이 아니다. 매해 반인권적, 폭력적인 단속을 자행하면서 그로 인한 피해자들이 속출하고 있지만, 출입국관리사무소는 아무런 반성과 조치를 취하지 않은 채 여전히 이주노동자들을 죽음으로 몰고 있다.

올해만 하더라도 지난 3월에는 출입국관리사무소 동해출장소와 동해경찰서의 합동단속반이 동해시의 한 민박집을 단속했는데, 인근 모텔에 투숙하고 있던 미등록 이주노동자 3명이 해안가 방향으로 도주하다가 그 중 한 명이 다음 날 숨진 채 발견됐다.

지난 8월에는 단속돼 화성외국인보호소로 이송된 몽골 출신의 이주노동자가 알코올 중독으로 인한 심장 통증을 호소했지만, 간단한 약 처방만 했을 뿐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았고, 그 결과 보호소에서 사망하는 사건이 발행했다. 더욱이 고인은 한국말로 “도와주세요”라고 소리치며 고통을 호소했지만, 보호소 직원은 “조용히 하라”며 방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주노동자들의 비극적인 죽음과 공권력의 이름으로 행하는 살인을 이제는 중단해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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