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소한 과학이야기 54. 비만 ③

지난해 12월, 프랑스에서 ‘비만세’를 부과하는 법안이 의회를 통과했다. 설탕이 든 탄산음료 1개 당 1센트의 세금을 추가로 부과한 것이다. 프랑스 정부는 학교 급식에 납품되는 토마토케첩과 소금에도 비만세를 적용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그에 앞서 10월에는 세계 최초로 덴마크에서 비만세를 도입했다. 2.3% 이상의 포화지방이 함유된 제품이 과세 대상이다. 헝가리 역시 소금, 설탕, 지방 함량이 높은 제품과 청량음료에 비만세를 부과하고 있다. 영국, 스위스 등 많은 국가에서 비만세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

많은 과학자와 의사들은 비만이 반드시 과식이나 운동 부족 등 개인의 습관이나 성격에 의한 것이 아니라는 데 동의한다. 이 같은 입장에서 비만 문제에 접근하는 방식은 크게 두 가지이다. 우선 비만인 이들이 체중을 줄이고 질병을 치료하도록 예산을 들이는 것이다. 하지만 이 방법은 비용이 많이 들고 효과도 떨어질 뿐만 아니라 새로 늘어나는 비만 인구를 줄이는 데에도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

따라서 비만은 처음부터 예방하는 것이 가장 좋다. 오늘날 공중보건 전문가들은 체중 감량보다는 체중이 늘어나지 않도록 하는 것에 더 중점을 둔다. 물론, 한 가지 방법으로 비만을 뚝딱 해결할 순 없다.

‘강요된 비만’(프란시스 들프슈 외 지음)에서는 ‘가능한 모든 해결책을 폭넓게 동원하라’며 다양한 방법을 제시하고 있다. 우선 법률로 비만을 부르는 음식과 음료 광고를 통제할 수 있다. ‘다이어트’나 ‘라이트’처럼 대중이 오해할 수 있는 문구는 법으로 규제한다. 또 국가적으로 섭식과 신체활동에 대한 지침서를 개발하고, 영양 성분에 대한 정보를 담은 설명서를 제공한다.

도시설계와 교통정책을 변화시키는 것도 중요하다. 걷기, 자전거타기, 여러 가지 신체활동을 안전하고 자유롭게 할 수 있도록 장려하는 정책을 세운다. 대중교통은 운행횟수를 늘리거나 대중들이 믿고 이용할 수 있도록 체제를 정비한다. 도시 곳곳에 자전거를 안전하게 보관할 수 있는 시설을 제공하고, 넓고 안전한 인도를 확보해야 한다. 계단을 보다 쉽게 이용할 수 있도록 건물을 설계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청량음료, 초콜릿, 사탕, 과자 등 ‘정크푸드’에는 비만세와 같은 세금을 부과하고, 반대로 건강식품의 가격은 인하한다. 저지방과 무가당 제품, 과일, 채소 등 품목은 부가가치세를 내리거나 보조금을 지급한다. 공공장소에 설치된 자동판매기에서는 건강식품만을 판매하도록 하고, 특히 학교에는 과자 자동판매기 설치를 금해야 한다.

직접 환자를 대하는 보건의료 종사자들에게 식사 습관과 신체에 대한 교육을 시켜 사람들에게 건강을 위한 정보를 주도록 하는 것도 중요하다. 한편으로 정부와 지자체는 일반 대중을 위한 건강교육을 다양한 방식으로 진행해야 한다. 유아들에게 먹이는 조제분유에 설탕과 전분을 첨가하지 않도록 하고, 완전한 모유수유가 가능한 환경을 조성한다. 학교에서는 매일 체육 수업을 진행해야 한다. 그리고 어린이에게 대중매체의 정보를 이해하고 판단하는 교육을 실시해야 한다.

2008년에는 어린이를 대상으로 한 식품·음료 광고 효과에 제재를 가하기 위한 전 세계적인 규약이 만들어졌다. 규약에는 아이들이 미디어에 노출되기 쉬운 시간대에는 건강을 해치는 식품의 텔레비전과 라디오 광고를 금하고 있다. 또 이런 식품을 광고하기 위해 만화 주인공이나 유명인사, 경연대회를 이용하지 못하도록 했다.

설탕과 지방이 많은 식품과 함께 무료 선물, 장난감 또는 어린이들이 모으는 아이템을 제공하지 못하게 해야 한다는 내용도 담고 있다. 국제비만특별조사위원회와 세계소비자연대는 전 세계로 확산되는 어린이 비만과 과체중 문제를 줄이기 위한 법안 발의에 이 규약을 적용하도록 제안하고 있다.

하지만 저자는 미국 시애틀의 워싱턴대학교에 있는 공중영양보건센터 대표의 말을 빌려 이렇게 말한다. “길게 보았을 때 비만의 해결책은 가난한 사람들에게 더 나은 직업과 사회보장을 제공해 생활수준을 높이는 것이다” 맞는 말이다. 시간도 없고 돈도 없는 대다수 도시인에게는 한 끼를 해결하는 데 라면과 빵 등 가공식품이나 패스트푸드만큼 쉽고 간단한 것이 없으니 말이다.

결국 열쇠는 소비자이자 주권자인 한 사람 한 사람의 손에 달려 있다. 우리가 선택하지 않는다면 그 어떤 식품 기업도 살아남지 못한다. 정책을 생산하고 결정하는 이들 역시 우리의 손을 거쳐 탄생한다. 우리의 요구를 명확히 하고, 방법을 제시해야 한다. 그것이 건강할 권리를 제대로 행사하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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