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수출규제 해제·WTO 제소 취하에 소부장 산업 ‘비상’
정부, 2019년부터 일본 수출규제 대응 위해 국산화 추진
인천시, 소부장 실증화센터 설치 등 기업 적극적 지원
수출규제 해제에 인천 소부장 산업 타격 피할 수 없을 듯

인천투데이=박규호 기자│굴욕적인 외교의 결과로 일본이 지난 16일 반도체소재 수출규제를 해제하고 한국 정부는 23일 세계무역기구(WTO)에 제소를 취하했다. 일본 수출규제에 맞서 인천시 등에 조성했던 소재·부품·장비 산업에 빨간불이 켜졌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 23일 일본 수출 규제에 대응한 한국 정부의 세계무역기구 제소를 철회했다고 밝혔다.

일본이 2019년 7월 반도체 핵심 소재 3개 품목 수출 규제하고 8월 화이트리스트에서 배제한 경제적 조치 후 3년 7개월 만이다.

굴욕적 외교의 결과물로 수출 규제 해제

이는 연이어 터진 굴욕적 외교의 결과물로 보여진다. 박진 외교부 장관은 지난 6일  ‘강제징용 대법원 판결 관련 정부 입장’을 발표했다.

이 입장은 한국 국민이 일제 전범기업을 상대로 제기한 강제징용 피해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승소한 15명에게 ‘제 3자 변제 방식’을 적용해 판결금액과 지연이자를 지급하겠다는 것이 골자이다.

한국 대법원은 박정희 정부가 일본 정부와 합의(6.3한일회담)로 한국 정부의 배상 청구권이 없다고 할 순 있지만, 개인 청구권은 살아 있는 만큼 일본 전범기업이 그 피해자에게 강제징용에 따른 손해배상을 하라는 게 핵심이다.

그런데 윤석열 정부는 이 배상을 한국 행정안전부 산하 재단 일제강제동원피해자재단이 조성한 재원으로 지급하겠다는 것이다. 이에 윤석열 정부의 굴욕적 외교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반도체(인천투데이 자료사진)
반도체(인천투데이 자료사진)

정부, 일본 수출규제 후 소부장 산업 지원

그동안 정부는 일본 수출규제에 대응하기 위해 소재·부품·장비 산업 조성을 사업을 지원했고, 인천시는 이에 맞춰 소부장 산업 국산화를 위해 예산을 투입해 소부장 기업을 육성했다.

인천시는 미래차·반도체 등 미래 주력산업 필수 소재인 희소금속 산업기반 구축 사업에 국비 80억원, 시비 35억원 등 예산 115억을 투입해 희소금속 산업 기반을 구축하고 있다.

또한, 지난해 12월 인천 남동산업단지에 총사업비 216억원(국비 108억원, 시비58억원, 민간 50억원)을 투입해 소재·부품·장비 기업 육성 지원을 위한 실증화 센터를 개소했다.

그러면서 지난해 7월 뿌리산업 지원 확대를 위해 오는 2026년까지 예산 총 477억원을 투입해 뿌리산업 일자리 7750개를 창출한다고 밝혔다.

뿌리산업은 제조업 경쟁력의 밑바탕이 되는 산업이다. 주조·금형·소성가공·용접·표면처리·열처리 등 6대 제조공정기술을 활용해 소재를 부품으로, 부품을 완제품으로 생산하는 기초공정산업이다.

반도체와 같은 기존 국내 주력산업뿐만 아니라, 사물인터넷·로봇·에너지·환경 등 미래 신산업의 기술력을 뒷받침하는 핵심 기반산업이다.

국회 역시 소부장 산업 국산화를 위해 관계법령을 개정 중이다. 정일영(민주, 인천연수을) 국회의원은 희소금속 안정공급을 위한 소부장산업 특별법 개정안을 발의하기도 했다.

일본 수출규제 해제하면서 인천시 소부장 산업 우려

그러나 정부가 일본과 굴욕적 관계회복에 나서면서 소부장 산업 규제를 해제하자 자립화로 경쟁력을 키웠던 인천시 소부장 산업에 우려가 커지고 있다.

2020년 말 기준 인천의 뿌리산업 분야 기업은 3227개이다. 국내 뿌리기업 3만553개 중 10.6%를 점유하고 있다. 2020년 기준 인천의 뿌리기업 연간 매출액은 13조5958억원이다.

그러나 인천 뿌리기업 중 연매출 50억 미만 기업이 86.6%를 차지하고 있다. 이중 연매출 5억~10억원 규모의 영세업체는 13.3%에 달한다.

인천 뿌리기업 중 연매출 50억 미만 기업이 대다수를 차지하는데 일본 수출규제 해제로 인해 일본 소부장 산업이 대거 한국에 유치된다면 자립하던 국내 소부장 업계에 큰 타격을 줄 수 있다는 것이다.

정부가 소부장 국산화를 위해 소부장 기업을 지원하고 수출 규제를 푼다면 행정에 일관성도 없이 세금을 낭비하는 셈이 된다. 이에 인천시가 세금을 투입해 키우고 있던 인천 소부장 기업 역시 빨간불이 켜질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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