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은경 여성이만드는일과미래 상임이사

구은경 여성이만드는일과미래 상임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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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투데이|3.8 세계여성의 날을 맞아 코로나19 이후 늘어난 ‘사회적 돌봄’을 주제로 한 언론사가 특집 기사를 냈다. 코로나 이후 ‘젠더 관점의 사회적 돌봄’ 재편 필요성을 주제로 한 내용이었다. 젠더 관점의 ‘사회적 돌봄’을 추구하는 한국사회는 불가능한 것일까.

한국사회에선 ‘사회적 돌봄’의 필요성이 확장되면서 ‘공식화’와 ‘탈가족화’가 이뤄져왔다고 볼 수 있다. ‘무상보육’으로 상징되는 아동 돌봄의 보편적 지원 확대와 ‘노인장기요양보험제도’의 도입으로 본격화한 노인 돌봄의 제도화가 대표적인 사례이다.

이에 더해 한국사회에서 발견되는 개인화(홍찬숙, 2015)의 경향에 따라 향후 ‘사회적 돌봄’ 수요가 크게 증가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개인화’ 경향은 가족 유형의 변화로 볼 때 성별 분업에 기초한 핵가족 감소화로 나타나고 있으며, 이에 더해 저출생의 지속으로 노년 부양 부담이 급격하게 증가하고 있다.

아동과 노인 돌봄에 대한 절대적 수요는 증가하는 가운데, 저출생 이면에 놓인 가족과 젠더관계 변화에 따라 가구 내 돌봄 전담 인력은 점점 사라지고 일생에서 혼자 지내게 되는 시기가 점점 더 증가할 것으로 예상돼 ‘돌봄서비스의 국가 책임에 대한 사회적 요구’가 점점 더 높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와 같은 사회적 돌봄의 확대에 따라 돌봄정책의 양적인 확대가 이뤄졌지만, 돌봄의 질적 수준, 그리고 여성이 절대 다수를 차지하는 돌봄 일자리의 열악한 문제는 지속 제기됐다.

아동·노인·장애인·환자 등 돌봄을 필요로 하는 구성원에 대한 대부분의 돌봄은 가족의 안과 밖에서 여성들이 제공하고 있으나 돌봄 노동은 평가절하돼 왔다. 이는 그 자체로 성불평등을 유지·재생산 하는 기제로 작동하고 있을 뿐 아니라 돌봄의 질적 수준 저하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어 돌봄정책 재편이 필요하다는 것은 특별한 이야기가 아닐 것이다.

왜 여전히 여성들에게 집중될까

2008년 이후 전체 노동시장에서 돌봄 부문 노동시장이 차지하는 비중은 크게 증가했다. 돌봄 노동시장의 구조 변화(돌봄서비스 종사자 상용직 증가, 돌봄 산업 비돌봄직 상용직 감소)는 돌봄 부문 취업자 중 여성 집중 현상이 심화하는 현상으로 나타나고 있다.

우리가 통상적으로 이이야기하는 돌봄서비스 종사자와 돌봄 직종에 종사하는 관리자, 보건의료종사자, 교육종사자 사이의 임금 격차가 존재하고 있다는 것이다.

돌봄 인식 조사(2022, 한국여성정책연구원)에 의하면 ‘돌봄정책의 지출 확대’ 필요성과 ‘돌봄책임성’에 대해 여성들의 동의도가 높고, 청년 세대 여성들에게서 특히 높게 나타났다고 한다.

성 역할 변화의 중심에 있는 당사자들로서 아동 돌봄의 직접 수행자인 30대 여성 외에 20대 여성들에게도 돌봄정책에 대한 높은 민감도가 나타났다. 남성들의 경우에는 주돌봄자 역할을 수행할 경우 돌봄정책에 대한 민감도가 높아지는 것으로 관찰됐다.

결국 ‘사회적 돌봄’에 대한 책임성과 지출확대에 대해 여성들의 동의도가 높다는 점과 노동시장의 이중구조가 돌봄 산업에도 그대로 적용되고 있다는 점에서 여전히 돌봄이라는 역할은 여성들에게 익숙하고 민감한 영역인 것으로 나타났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까

이러한 불평등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1차적으로 ‘돌봄서비스 종사자의 처우개선’에 대해 지속 이야기할 수 밖에 없다. 돌봄 직종 안에서 임금 격차는 서비스의 질적 수준을 저하시킬 뿐 아니라 잦은 이직이나 적절한 수준의 돌봄 인력 공급을 저해하는 요인으로 작용될 수 있다.

이미 요양보호사를 구할 때 인력난이 시작돼 어려움을 겪는 요양원이 늘고 있는 추세이다. 해외 사례의 경우, 시장형으로 돌봄 공급을 추진하는 영국과 미국의 경우 임금 불이익으로 취업자와 공급자가 어려움을 겪는 것에 비해 핀란드는 공공부문 비중이 높고 안정적 공급을 유지할 수 있다는 점에서 돌봄서비스의 공적 책임에 대한 시사점을 인지할 수 있다.

두 번째는 남성의 돌봄 참여가 확대될 수 있게 일과 돌봄의 양립이 가능한 사회시스템 구축이 필요하다. 여러 연구로 돌봄의 역할에서 성별 분업을 해체할 필요가 있다는 인식이 일반인들 사이에 이미 확산돼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남성이 지금보다 가사노동과 가족 돌봄에 더 깊게 참여하기 위해 돌봄 수행을 실질적으로 연결할 수 있게 노동시간의 지속적인 단축, 유급의 가족 돌봄 휴가 확충 등 정책 지원이 계속 확대돼야 한다.

앞으로 늘어날 ‘사회적 돌봄’ 중에 노인돌봄의 경우 절대적 지원량이 확대돼야 한다. 또한 돌봄과 보건·의료 영역 간의 분리 문제를 해소할 수 있는 다양한 방안을 모색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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