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평미군기지 맹독성 폐기물 처리 진상 조사 인천시민대책위원회’ 소속 단체 회원들은 지난달 11일부터 국방부 정문에서, 이달 12일부터는 국회 정문에서 부평미군기지 주변지역인 부영공원의 토양오염 정화 예산 편성을 촉구하며 릴레이 1인 시위를 진행해왔다.

2009년과 올해 실시한 부평미군기지 주변지역 환경기초조사에서 부영공원의 토양이 석유계총탄화수소(TPH)ㆍ벤젠ㆍ크실렌ㆍ납ㆍ구리ㆍ아연 등으로 오염된 것으로 확인됐고, 부영공원 부지의 상당 부분을 소유하고 있는 국방부가 이를 정화할 책임이 있기 때문이다. 부평구도 국방부에 오염 정화 명령을 내린 상태다.

국방부는 정밀조사를 거쳐 오염된 토양을 정화하겠다고 했다. 그런데, 국방부가 오염 정화를 위한 정밀조사 계획을 ‘공원’이 아닌 ‘임야와 잡종지’ 기준을 적용해 수립한 것으로 보이는 정황이 포착됐다. 내년도 예산안에 부영공원 부지 정화비용으로 20억원, 정밀조사 비용으로 올해 이월예산 2억원을 편성한 것으로 알려진 것이다.

부평구는 올해 미군기지 주변지역 환경기초조사를 실시하면서 예산 3억원을 투입했지만, 예산이 모자라 지하수나 다이옥신 유사 독성유해물질에 대한 조사는 하지 못했다. 부영공원 부지 토양에서 다이옥신 유사 독성을 나타내는 맹독성물질이 다이옥신보다 수백 배 많은 것으로 확인됐으나, 조사 비용문제로 그 물질이 어떤 물질인지, 정확한 양은 얼마인지 조사하지 못한 것이다.

정밀조사와 오염 정화 기준을 어떤 지목으로 하느냐에 따라 조사 물질 항목과 정화 내용, 범위가 달라진다. ‘임야와 잡종지’보다는 ‘공원’이 좀 더 엄격한 잣대와 더 많은 오염 물질 항목으로 하게 된다. 이는 소요 비용과 연결된다. 국방부가 계획하고 있는 정밀조사 대상에서 다이옥신이나 다이옥신 유사 독성유해물질 조사가 빠져 있다는 것은 이런 연유 때문이다.

부영공원 부지는 현재 지목상 임야와 잡종지이지만, 수많은 시민들이 공원처럼 이용하고 있고, 인천시는 2009년에 도시관리계획상 근린공원으로 고시했다. 특히 이 부지는 1994년까지 68경자동차부대가 사용하다 이전한 후 2001년 8월 부평구가 국방부 등으로부터 국유재산 무상사용 승인을 받아 지역주민을 위한 공원으로 이용돼왔다. 사실상 공원으로 해석해야하는 것이다.

나라가 국민의 건강을 지키는 것보다 우선시해야할 일은 없다. 국방부가 요구한 내년 예산액은 올해보다 2조원가량 증가한 33조원 정도다. 이에 비하면 부영공원 부지 오염 정화와 그것을 위한 정밀조사에 드는 비용은 새 발의 피다.

국방부가 부영공원 부지 정화비용을 걱정해 ‘공원’이 아닌 ‘임야와 잡종지’를 기준으로 하는 것은 국민의 건강권을 외면하는 것밖에 되지 않는다. 국방부는 부영공원 부지 토양오염의 원인 제공자로서 정화 의무를 충실히 이행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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