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풍자 시집 낸 김완수 시인

대선을 앞두고 현 정치 세태를 풍자한 시집이 나왔다. 인천문인협회 소속 작가로 활동하고 있는 김완수(58ㆍ사진)씨가 ‘시로 풀어본 한국정치-중년 여우, 들개, 사슴의 결투’를 펴냈다.

김씨는 대학원에서 문학을 전공하고, 영국 풍자시 연구 논문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그는 “배우니 쓰고 싶어지더라”며 시 이야기를 꺼내놓았다.

17세기 영국에는 존 드라이든이라는 유명한 시인이 있었다. 그는 당시의 정치 상황을 성경에 나온 이야기에 빗댄 시 ‘압살롬과 아히도벨’로 많은 대중의 사랑을 받았다.

시인은 “당시는 정치 이야기를 함부로 할 수 없었다. 풍자로 자신이 하고 싶은 이야기를 한 것”이라며 “풍자시는 다른 시에 비해 대중이 이해하기 쉽고 재미가 있으면서 깊은 뜻도 담고 있는 매력적인 장르”라고 말했다.

‘중년여우, 들개, 사슴의 결투’는 모두 다섯 장으로 구성된다. 첫 장 ‘생각만 해도 역겨워’는 기존 정치에 대한 분노를 담았다. 다음 장 ‘중년 여우, 사슴, 들개의 결투’는 현 정치를 풍자한 내용으로 가장 많은 시가 이 장에 실렸다.

이어 한 때 정치판에 자주 등장했지만 이제 사라진 국내외 정치인들의 모습을 담은 ‘역사의 뒤안길’과 ‘어둠 속의 별들’, 그리고 정치에 대해 시인 스스로 반성하는 마음을 담은 마지막 장 ‘무릎 꿇을 게’가 이어진다.

시인은 작년까지 정치에 큰 관심이 없어 투표를 안 한 적도 많았다고 했다. 그런 시인이 정치인들을 눈여겨보게 된 것은 지난 19대 총선을 치르면서부터다.

“20여년 동안 대학 강단에 서서 학생들을 가르쳤어요. 정치를 비판할 생각도 없었고, 아예 관심이 없었죠. 그런데 어느 순간 사회를 이루는 기성세대로서, 학생을 지도하는 사람으로서, 책임감이 느껴지더군요”

그는 투표율이 낮다는 방송 보도를 보며 문득 자신의 모습이 떠올라 부끄러워졌다고 했다. 그리고 자신처럼 정치에 무관심한 이들이 관심을 갖길 바라는 마음으로 대선 주자 3인을 주인공으로 한 우화시를 쓰기 시작했다. “안철수씨가 대선 후보로 나서기 전부터 시를 썼어요. 만일 후보가 바뀌면 시를 수정하려고 했는데 다행히 제 예상이 맞았죠”

그는 현 정치의 잘못된 점을 꼬집어 읽는 이들이 카타르시스를 느끼도록 했다. “신문에는 풍자만화가 실리고, 정치를 풍자한 개그도 있죠. 그런데 풍자시는 드물어요. 많은 분들이 제 시를 읽으면서 그동안 정치에 실망한 마음을 푸시고, 정치에 적극적으로 동참하는 마음도 가졌으면 좋겠어요. 정의로운 물살에 동참했으면 합니다”

중년 여우와 들개, 사슴이 상징하는 이가 누구인지 궁금하다면 그의 시를 읽어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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